
미 합동전력사령관을 맡고 있는 랜스 스미스 공군대장. 2001년부터 2년간 주한미군 부사령관 겸 7공군 사령관을 역임한 바 있다.
기존에는 특정지역에 분쟁이 발생해 미군이 개입하려면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사령부로부터 합동참모본부의 명령을 받은 각각의 부대와 무기체계가 개별적으로 해당지역을 향해 출발하는 시스템이었다. 이렇게 모인 부대의 편성과 상호운용을 전장 사령부가 직접 수행하다 보니 효율적인 작업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 해안 상륙을 맡을 해병대 병력은 도착했지만 지원작전을 수행할 헬기 부대가 아직 도착하지 않아 기다려야 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제는 기능이 강화된 합동전력사가 언제, 어떤 부대를, 어떻게 꾸려 보낼 것인지 결정하고 수행하는 임무를 맡는다. 육군 중심이던 기존 편성방식에서 벗어나 해·공군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하도록 ‘합동(Joint)’이라는 단어를 명칭에 포함하게 된 것. 이에 따라 앞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질 경우 그 전시증원 부대를 조직하고 보내는 실무는 합동전력사가 담당한다. 당연히 평시에 그에 대비한 계획과 증원규모를 결정하고 훈련을 실시하는 것 역시 합동전력사의 임무다. 한마디로 합동전력사가 한반도 전시증원의 심장부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한국측 처지에서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부분은, 이 합동전력사의 랜스 스미스 사령관(공군 대장)이 2007년 7월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과 마이클 멀린 합참의장에게 “한반도 전시증원의 규모를 합동성·합리성 강화 차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사실. 이같은 재검토 작업 추진은 9월 들어 주한미군사령부에 통보됐고, 최근 한국 국방부와 합참도 관련 정보를 확인해 각급 전략 및 기획담당 부서로 전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의 안보 당국자들은 “합동전력사의 이러한 움직임은 2001년 가을부터 2년간 주한미군 부사령관으로 근무한 바 있는 스미스 사령관의 경력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합동전력사에 힘이 실린 최근의 워싱턴 분위기로 볼 때 재조정 작업은 조만간 결과물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증원 조정의 핵심은 절차와 규모로 나뉜다. 앞서 현재의 전시증원 절차로는 미 본토 등에서 온 각급 부대가 한반도에 도착한 뒤 통합돼 전장에 투입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합동전력사는 이러한 절차 자체를 바꾼다. 미 본토 등에서 부대 편성을 마친 후에 한반도에 투입되는 형태가 되는 것이다. 규모의 측면에서 보자면 기존의 대규모 지상군 투입 시나리오가 해·공군에 초점을 맞추는 효율성 중심의 체계로 변한다. 당연히 전시증원병력의 숫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합동전력사가 말하는 ‘합동성 강화’는 곧 해·공군의 작전 비중을 높이겠다는 것과 다름없고, ‘합리성 강화’는 기존 전시증원계획 속의 거품을 제거하겠다는 표현이라는 게 관계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앞서 밝힌 대로 합동전력사의 전시증원 재검토 돌입은 9월 들어 주한미군사에 통보됐고, 관련 의견도 수집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한국 국방부나 합참은 2007년 11월 열린 SCM이나 한미 군사위원회(MCM) 등의 협의체를 비롯해 어떤 경로로도 미국측의 이러한 움직임을 공식적으로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최근 들어 연합사 기획참모부(C5) 등을 대상으로 이를 자체적으로 확인하고 그 내역을 파악해 각군에 전파하는 작업으로 부산하다는 것. 한 연합사 관계자는 “한미관계가 이전에 비해 ‘대등해졌다’면 굳이 미국측이 먼저 나서서 이를 공식적으로 설명해줄 필요는 없다는 펜타곤 당국자들의 인식이 깔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