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라서 운용사들은 이 부분에 대해 강력한 보호막을 치고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펀드매니저의 선행매매 유혹을 차단한다. 하지만 그래도 도시개발 직전에 소문을 듣고 미리 땅을 사두는 사람이 대박을 터뜨리듯, 펀드매니저라고 해서 다를 게 있겠느냐는 식의 의혹들은 순식간에 전파되고, 11월의 시장에서 기정사실화했다. 그 결과 미래에셋의 주가가 장중 하한가까지 하락하는 수모를 겪었고, 미래에셋이 집중 매수했다고 알려진 종목들이 줄줄이 하한가 내지는 급락세를 면하지 못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른바 투매가 일어난 것이다.
시장은 합리적인 생각보다는 루머에 더 취약하다. 가뜩이나 미국발 경제위기론에 잔뜩 움츠린 투자자들에게 이런 루머는 쉽게 먹혀들어갔다. 결국 미래에셋의 박현주 회장이 직접 나서 “그런 일은 미래에셋의 이름을 걸고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이미 수차례 자체 감사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고 밝히고서야 잠잠해졌다. 그 후에도 ‘회사의 자체 감사는 수사권이 없다. 다른 증권사 계좌에 둥지를 틀고 한 선행매매를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는 식으로 루머는 끈질기게 생명력을 이어가려 했지만, 마침내 수면 밑으로 수그러들고 말았다.
이 사건의 최대 피해자는 역시 투자자였다. 루머만 믿고 멀쩡한 주식을 15%의 손실을 안고 투매해버린 투자자들은 불과 2~3일 만에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주가를 보고 뒤늦게 땅을 쳤다.
증권시장의 루머는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루머는 불특정 대상을 상대로 한 다중 테러이며 그 결과는 예측을 불허한다. 따라서 당국은 루머의 발원지를 찾아서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 또한 만에 하나라도 어느 운용사에서든 실제로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그 회사는 문을 닫을 각오를 해야 할 만큼 지도 감독과 처벌 절차를 갖추는 것도 시급하다.
증시 루머의 다중 테러

증시 루머의 가장 큰 피해자는 ‘개미’. 소액 투자자는 ‘합리적 생각’ 보다 루머에 더 민감하다.
사실 이런 말들의 진원은 90%가 시기나 질투다. 1개 자산운용사가, 그것도 그 회사의 1개 펀드가 무려 4조원 이상을 끌어가버리자 다른 운용사들은 불안감에 빠졌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미래에셋 이외의 운용사는 공멸하는 게 아닌가’ 하는 위기감이 확산됐다. 인사이트 펀드 이전에도 전체 펀드시장의 30% 이상을 독식한 미래에셋은 다른 운용사의 처지에서 볼 때 생존을 위협할 만한 존재였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감에는 타당성이 없다. 일단 미래에셋이 지난 10년간 보여준 ‘공격적’운용의 결과는 다른 펀드들의 성과를 압도했다. 투자자들은 ‘잘 달리는 말’에 베팅을 한 것이고, 이런 현상은 시장원리상 너무도 당연하다. 다른 운용사들은 미래에셋에 쏠리는 자금규모를 보며 스스로를 반성할 일이지, 미래에셋을 탓할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인사이트 펀드의 마케팅 방식이다. 미래에셋으로서도 단순한 시장논리로 반박하기에는 군색한 측면이 적지 않다. 먼저 인사이트 펀드는 알려진 대로 ‘혼합형 펀드’다. 그리고 이 펀드는 부자들이 손실을 각오하고 알음알이로 모아서 움직이는 사모펀드가 아니라, 금융 감독기관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모’할 수 있도록 허가된 펀드다. 이런 공모펀드는 시장위험이나 투자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엄격한 조건을 달아 허가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