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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 홍일점 부검의 박혜진의 ‘사체 동거 일지’

“유영철 ‘딤채’ 매장법, 정교한 신체 절단술엔 우리도 놀라”

  • 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국과수 홍일점 부검의 박혜진의 ‘사체 동거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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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 홍일점 부검의 박혜진의 ‘사체 동거 일지’

부검실 시설. 부검대와 수도시설이 보인다.

박혜진 법의관은 이화여대 의대 89학번이다. 여성이 선호하는 피부과, 내과 등을 선택하지 않고 해부병리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했다.

“이대 의대에서는 피부과를 가려면 1, 2등을 다퉈야 했어요. 외과의사도 싫었어요. 출퇴근이 일정하지 않거든요. 여자들이 의외로 병리과를 많이 선택하는 편이에요. 병리과에서는 위나 간 같은 장기 조직을 떼어 판독하는 일을 하는데, 환자를 직접 대하지 않아도 되고 맡은 일만 하면 되거든요. 출퇴근 시간도 정확하고요. 전 꿈이 현모양처였어요. 가정생활에 방해가 안 되는 과(科)로는 병리과가 ‘딱’이었죠.”

▼ 대학병원 병리학실에 근무하면 월급이 꽤 많을 텐데, 왜 국과수 부검의가 됐나요.

“의사 세계는 좁아요. 하루 종일 병원 판독실에 앉아 장기 조직만 들여다보는 게 지겨운 일이잖아요. 적성에 안 맞다고 생각한 거죠. 또 병리과엔 여자가 많아 시누이나 시어머니 노릇을 하는 의사들이 있을 테니 치일 수 있겠다 싶었어요. 월급은 대학병원이 훨씬 많죠. 교수 수당까지 합치면 월 900만~1000만원은 받을 수 있죠. 하지만 좁은 의사 세계에서 살고 싶지 않았어요. 답답하잖아요. 전 깨어 있고 싶었어요. 월급은 적지만 국과수에 잘 왔다 싶어요.”

너도나도 공무원을 선호하는 추세라지만 한 달에 1000만원을 벌 수 있는 직장을 마다하고 300만~400만원짜리 월급쟁이를 선택하는 건 사명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인 듯하다. 매일 사체를 만져야 하는 법의관 생활이 싫증나진 않을까.



“사명감이나 소명의식보다는 책임감이겠죠. ‘이 시신에 대해 내가 보는 게 끝’이라는 책임감이랄까요. 이 죽음에 대해 내가 마지막으로 말해준다고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무거워요. 부검을 하지 않으면 억울하게 묻힐 시신이 얼마나 많겠어요. 대부분 ‘술에 취해 자는 줄 알았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죽어 있더라’고 말해요. 부검하면서 목 부분에 혈관이 끊어져 있거나 뺨을 심하게 맞았거나 머리를 가격당한 흔적을 찾게 될 때가 많아요. 맞으면 멍이 시퍼렇게 든다고 생각하지만 멍이 전혀 없는 경우도 더러 있어요. 죽음과 동시에 충격을 받았다면 멍이 전혀 없죠. 예를 들어 오토바이 사고나 차 사고로 죽었는데 몸에 멍 하나 없는 경우가 있어요. 만약 그 사람이 살았다면 다음날 온몸에 멍이 들겠죠. 멍도 살아 있어야 시퍼렇게 드는 겁니다.”

“죽은 자는 진실한데 산 자가 거짓말”

국과수는 변사체의 사인(死因)만 감정하는 기관이 아니다. 법과학 수사 감정기관인 국과수는 크게 두 분야로 나뉜다. 약·독물 분석과 마약분석, 화학분석, 화재 감정, 교통사고 분석을 담당하는 법과학부와 변사체 사인 감정, 유전자 분석, 범죄심리 분석, 문서·영상 분석을 포함한 법의학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법의학부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부검은 범죄사건의 과학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과정이다. 모든 죽음은 병사(病死)가 아니라면 법의학적으로 사인이 밝혀져야 하기 때문이다. 법의관은 죽은 자의 사법적 사인을 가리기 위한 최일선의 감정사인 셈이다. 한마디로 ‘사람이 왜 죽었나’를 밝혀내는 직업이다. 질식사인지 약물중독인지 사인을 밝혀야 하고, 자살인지 타살인지 병사인지 의료사고인지 죽음의 종류를 알아내는 일련의 조사를 수행해야 한다.

국과수를 거치는 사체는 한 해에 7000여 구. 서울 신월동 본소를 비롯해 서부(광주)분소, 동부(원주)분소, 중부(대전)분소에 재직 중인 법의관은 총 17명이다. 전국의 사건사고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숫자라는 지적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소장과 보직자가 부검에 전념할 수 없는 실정을 고려하면 겨우 12, 13명의 법의관이 한 사람당 연간 300~400구의 사체를 부검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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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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