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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기의 골프경영 ③

믿어라, 그러면 길이 보이리니!

캐디를, 정든 퍼터를,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 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yoonek18@chol.com

믿어라, 그러면 길이 보이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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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거래처에 눈을 뺏기는 사업가나 여러 여자에게 마음을 뺏기는 사람이나 열심히 골프채 바꾸는 사람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무너지게 마련이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지난해 우리나라를 다녀갔다. 그가 1980년 ‘제3의 물결’을 썼을 때만 해도 한국은 선진국들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모방전략을 쓰던 개발도상국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제는 세계에서 알아주는 ‘IT강국’이 되었을 뿐 아니라 무역대국이 됐다.

토플러 박사에게 한국은 ‘다이내믹 코리아’가 아니라 ‘미스터리 코리아’로 느껴질 것이다. 그는 방한 강연에서 첨단 정보기기들이 ‘과잉기능’을 가지고 있고 이것이 비용증대와 낭비요소로 이어지는 등 반생산성 요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휴대전화는 전화를 주고받기만 해도 되는 수요층이 있는데도 카메라 기능, MP3 기능, 녹음 기능까지 다 집어넣는 바람에 오히려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골프장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벌어지는 것 같다. 요즘 서비스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까 홀마다 그곳의 특징을 자세히 제공하는 클럽이 늘고 있다.

“이 홀은 슬라이스 홀이고 몇 야드 지점에 해저드가 있고 벙커는 6개에 2단 그린입니다.”



이 정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 홀은 해발 몇백m에 위치하고 뒷산 이름은 무엇인데 이런저런 전설이 깃든 산입니다.”

“이 홀에서는 전에 프로암대회 때 누가 홀인원을 했는데 몇 번 채로 했습니다.”

이쯤 되면 정보가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머리가 복잡해진다. 정보가 부족해도 의사결정에 혼란을 겪지만 너무 많아도 역시 혼란을 겪게 된다.

내 친구 중에는 ‘이 홀이 핸디캡 1번’이라는 소리만 하면 경기를 일으키는 사람이 있다. 그냥 치면 아무 부담이 없는데 괜히 핸디캡 1번 소리를 들으면 심란해져서 사고가 난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술 더 뜨는 캐디가 있다.

“이 홀이 왜 핸디캡 1번이냐면요…”

“그만그만, 누가 물어 봤냐고! ”

그린에서도 마찬가지다.

“내리막이니까 살살치세요.”

“왼쪽 브레이크가 심하네요.”

그러나 ‘살살’이 어느 정도인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고 공이 휘어지는 정도도 스트로크의 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정보는 넘쳐도 손해, 부족해도 손해고 적정량만 수집해서 활용하는 것이 좋다.

나는 요즘 캐디에게는 되도록 질문을 적게 하고 있다. 그린에서도 가능한 한 혼자 판단해서 적응하려고 한다. 온갖 정보 다 물어본 다음에 기어코 OB를 내는 사람, 오르막 퍼팅 맞느냐고 몇 번씩 물어보고 짧게 치는 사람, 이 경우에는 캐디도 맥이 빠지게 마련이다.(캐디에게 물어보기 전에 자기 자신에게 먼저 물어보는 것이 좋은 습관이다.)

캐디 말을 믿어라

골프장에 가면 일류 캐디를 만날 수도 있고 삼류 캐디를 만날 수도 있는데, 그야말로 그날의 운세에 달려 있다. 실제로 골퍼 중에는 운동하러 가는 날 신문지면에서 오늘의 운세부터 살펴본다는 사람도 있다. ‘귀인을 만날 수’가 나오면 좋은 캐디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걸기도 한다. 어떤 골퍼는 운동 전날, 좋은 캐디를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잠을 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동안 주위 골퍼로부터 들은 만나고 싶지 않은 캐디의 유형을 몇 가지 소개한다. (물론 캐디 입장에서는 만나고 싶지 않은 골퍼도 있을 것이다.)

첫째, 얼굴 표정이 어둡다. 표정도 커뮤니케이션인데, 어둡고 그늘진 표정을 보면 기분이 함께 우울해진다.

둘째, 정보가 부정확하다. 그린까지의 거리, 퍼팅 라인 등 기술적 요인을 잘 알고 있어야 하는데, 이런 것이 부정확하고 심지어 스코어를 잘못 쓰는 캐디도 있다.

셋째, 습관적으로 재촉한다. 골프장에 따라서는 플레이가 지연되는 경우 캐디에게 페널티를 주는 곳도 있기 때문에 손님을 보면 무조건 ‘빨리빨리’를 외치는 캐디가 있다. 헐레벌떡 달려갔는데 앞 팀이 밀려서 기다리게 되면 이럴 때는 맥이 빠진다.

넷째, 한 박자 늦다. 골프는 리듬과 템포가 중요하다. 슬로 플레이어가 답답하듯 슬로 캐디도 리듬을 끊어놓는다.

다섯째, 지나치게 말이 없거나 말이 많다. 언젠가 탤런트 김희선처럼 예쁘게 생긴 캐디를 만났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말을 안 하는 통에 고객들이 이 공주님(?)의 말문을 트이게 하려고 고생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반면에 고객보다 캐디가 말이 많아도 정신이 산란해진다.

여섯째, 차별 대우를 한다. 한국 사람만큼 차별대우에 분개하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런데 유명인사나 얼짱에게만 관심을 쏟거나 회원과 비회원을 지나치게 차별하면 분위기를 망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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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yoonek18@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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