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호

김정일과 카스트로가 경제위기를 만났을 때

현재진행형 사회주의 분석

  • 김연철│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dootakim@hanmail.net

    입력2009-01-02 17: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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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일과 카스트로가 경제위기를 만났을 때

    ‘김정일과 카스트로가 경제위기를 만났을 때’<br> 신석호 지음/ 전략과문화/ 354쪽/ 1만5000원

    북한 연구는 어렵다. 대중적 관심도는 높고, 정보는 제한되어 있으며, 정치경제적 구조는 특수하기 때문이다. 북한 연구에서 비교사회주의 연구가 활발해진 이유 역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다각도의 비교연구가 이루어졌다. 동유럽에서 저발전 사회주의 국가인 루마니아와의 비교연구, 중국이나 베트남 등 아시아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경제개혁 비교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비교연구라 할 수 있을 정도의 변수 설정과 비교 준거의 마련은 쉽지 않은 과제였다. 현상적 유사성에 주목하거나, 아니면 대략적인 시사점을 찾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런 점에서 북한과 쿠바에 대한 비교연구는 의미가 있다. 이제 지구상에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나라는 중국, 베트남, 쿠바, 북한 이렇게 4개국이다. 중국이나 베트남은 이미 개혁개방을 추진한 지 오래다. 중국이나 베트남을 분석하는 데 사회주의적 연구는 역사의 영역이지, 현실의 영역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과 쿠바에서 사회주의는 여전히 현실을 분석하는 도구다. 북한과 쿠바는 미국과 적대관계를 유지하는 외교환경, 정치적 권위주의 체계, 제한적 경제개혁 등 여러 면에서 유사성을 띠고 있다. 그러나 1990년대 세계적으로 사회주의 국가들에 닥친 경제위기 대응방식은 달랐다. 그 차이를 설명하는 것은 비교사회주의 연구에서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신석호 박사의 책, ‘김정일과 카스트로가 경제위기를 만났을 때’는 북한과 쿠바의 경제위기, 이에 대한 대응방식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종합적 분석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경제개혁 성공한 쿠바와 실패한 북한

    이 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첫째, 경제위기 이전의 북한과 쿠바를 분석하고 있다. 이른바 초기 조건에 대한 내용이다. 이 책은 초기 조건을 국내 정치적 조건과 국내 경제적 조건, 대외 정치경제적 조건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있다. 그 결과 쿠바의 지배사상이 북한의 지배사상보다 보편적 합리성과 유연성이 컸다고 강조한다. 또한 국민경제 운영제도에서 쿠바는 단일적 국민경제와 국가 공공 소유제 원칙을 지키고 있는 데 비해, 북한은 ‘수령경제’라는 이름으로 최고지도자와 당 군대의 유지와 지배엘리트들을 위한 별도의 경제를 운영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른바 희소자원의 실질적 소유권을 국가가 아닌 최고지도자가 가지고 있다는 ‘가산 경제적 성격’에 대한 강조는 토론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둘째, 경제위기와 대응의 정치학을 다루고 있다. 쿠바는 경제위기를 빠르게 인식했고, 보수적인 군부를 개혁의 수혜자로 만들었으며, 동시에 당 간부들에 대한 숙청과 당 개혁을 통해 정권의 권위와 통제력을 확보했다고 이 책은 설명하고 있다. 이에 비해 북한 지도부는 위기의 원인과 결과를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했고, 국민을 위기 극복에 동참시키지도 못했으며, 결국 쿠바처럼 과감한 정치개혁과 경제개혁을 단행하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셋째, 경제위기와 대응의 경제학을 다루고 있다. 북한과 쿠바의 경제개혁 성격과 폭의 차이는 결국 경제 성과에서도 차이를 발생시켰다고 평가한다. 쿠바에서는 대외경제 활성화 정책이 대내경제개혁의 선순환을 이뤘지만, 북한은 이와 달리 개혁의 부진이 대외종속의 심화를 가져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책은 북한과 쿠바의 경제개혁에 대한 귀중한 비교연구 성과다. 향후 북한 연구에서 쿠바와의 비교연구는 더욱 다양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피델 카스트로에서 라울 카스트로에게로 권력이 넘어간 후계체제 이행과정은 중요한 시사점을 줄 것이다. 동시에 쿠바의 혁명평의회와 북한의 국방위원회 비교연구도 북한의 선군(先軍)정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줄 것이다.

    경제구조가 다른 두 나라

    비교연구에서 비교의 방법론은 언제나 논쟁적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토론거리도 제공하고 있다. 1990년대 경제위기에서 북한과 쿠바의 대응방식 차이는 분명하다. 그러나 그 차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는 여전히 쟁점이다. 초기 조건에서 핵심 영역은 경제구조와 정치체제의 관계라 할 수 있다. 특히 북한과 쿠바의 경제구조 차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쿠바는 제조업 기반이 약하고, 천혜의 관광자원을 갖고 있다. 쿠바의 개방이 관광을 중심으로 이와 연관된 서비스업 주도로 이루어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 비해 북한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식량자급이 어려우며, 관광자원도 한정되어 있다. 개혁 전략은 구조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구조의 한계와 정치적 선택의 책임, 양자택일보다는 보다 균형 잡힌 평가가 필요하다.

    쿠바의 경제개혁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도 쟁점이다. 중국이나 베트남의 개혁은 한 부문의 변화가 다른 부문으로 이어지는 ‘확산적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러나 쿠바의 개혁은 ‘확산적이기’보다는 ‘분절적 성격’을 띠고 있다. 개방의 이득을 국가가 수취하는 ‘문지기 국가’라는 개념 또한 쿠바 개혁의 한계를 분석하기 위한 개념들이다. 쿠바가 제조업 중심 경제가 아니라, 관광과 서비스업 중심이기 때문에 경제성과에서 개혁의 제한성이 두드러지지 않을 뿐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북한 연구에서 가장 핵심적인 쟁점의 하나인 ‘북한 특수성’론이다. 이 책에서 사용하는 ‘가산제적 성격’이나 ‘수령 경제’ 등의 개념들은 분배과정의 과도한 정치적 개입과 ‘지도부의 특권화’를 지적하기 위한 것이다. 지도자에게 과도한 권한이 집중되어 있는 ‘수령제 정치체제’는 사회주의 역사에서 일반적이기보다는 특수하다. 그러나 ‘특수’는 언제나 ‘보편’으로부터 독립하기 어렵다. 과거 제3세계 저발전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나타났던 ‘일반적 현상’들의 기준으로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에서 북한 연구는 과잉 정치화되어 있다. 여전히 학문이 아니라 이념이 앞선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연구자들은 막스 베버가 강조한 ‘검증과정에서의 가치중립’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을 계기로 북한과 쿠바에 대한 비교연구가 좀 더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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