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호

오바마 정권 下 한미동맹 험로 예고탄?

美 국방부, 한국 만류에도 MB 방미 중 ‘아파치 헬기 철수’ 발표 강행했다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9-01-08 10: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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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MB 방미 중 헬기 철수 발표는 예우 아니다’ 연기 요구”
    • “美 국방부, 방미 마지막 날 ‘철수’ 기자회견”
    • “아파치헬기 대체 A-10기 한국 상시 주둔 불투명”
    • “美 국방부, ‘전작권 반환’ 주역 이상희(국방장관)에 부담”
    • “전작권 반환은 노무현 정권 반미(反美) 코드의 핵”
    • “게이츠 美 국방장관, 방한 때 청와대 방문 요청 받고도 안 가”
    오바마 정권 下 한미동맹 험로 예고탄?
    AH-64D 아파치헬리콥터. 대북 억지력의 핵심 전력이다. 30mm 포탄 1200발, 2.75인치 로켓탄 76기, 레이저 유도 미사일 16기를 갖춘 최고 시속 365km의 이 주야간 전천후 헬기는 1991년 걸프전에서 이라크군 전차 278대를 파괴하면서 ‘전차 킬러’로서의 명성을 입증했다.

    현재 한국에는 주한미군 아파치헬기 2개 대대(40대)가 배치되어 있다. 남북한 교전시 막강 화력과 민첩성을 지닌 이들 아파치헬기는 3700대에 달하는 전차 등 북한군 기갑부대와 특수부대를 조기에 섬멸함으로써 민·군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기능을 맡게 된다. 국군이 보유하고 있는 대전차 공격용 헬기 AH-1S, 500MD는 기능 면에서 아파치헬기에 못 미친다.

    이상희 국방장관은 “북한 핵실험은 남북한 군사적 균형을 와해시키는 심대한 위협이다. 북한은 사거리 2500~ 4000km IRBM(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작전 배치하고 신형전차와 포병, 특수전 병력 등 재래식 전력을 지속적으로 증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치헬기, 한미동맹의 척도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아파치헬기가 한국에 계속 주둔하느냐’의 문제는 한미동맹의 견고함을 가늠하는 척도가 됐다. “미국이 아파치헬기를 뺀다더라”는 보도가 나오면 한국 정부는 “그런 일 없다”면서 진화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때로는 모호한 답변을 하고, 때로는 한국 측이 원하는 답변을 하여 이 문제는 지속적으로 이슈가 됐다.



    2008년 4월15일 일부 언론은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주한미군 아파치헬기 1개 대대의 철수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정반대로 4월30일 다른 언론은 “미국이 주한미군의 아파치헬기 1개 대대와 운용병력 500명을 아프가니스탄으로 차출하겠다는 계획을 한국에 통보했다”고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국방부는 “그런 통보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5월30일 버웰 벨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은 주한미군 아파치헬기의 아프가니스탄 배치설에 대해 “미 육군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사안인데 아직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의 현지 지휘관이 소요를 제기하지 않았다. 지금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상태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반면 6월3일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아무런 결정도 내린 바 없다. 조만간 그럴 계획도 없다. 동맹국인 한국과 충분한 협의 없이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 측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10월 국감에서는 ‘미국이 주한미군 아파치헬기를 철수하는 대신 국군이 미국으로부터 아파치헬기를 구매하기로 했다’는 새로운 정보가 흘러나왔다.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은 한국국방연구원이 이미 분석에 들어갔다면서 “한국군이 36대의 중고 아파치헬기를 구입하는 데 1조원, 운영하는 데는 연간 1000억원이 든다”고 밝혔다. “한미 군사동맹이 ‘혈맹’ 성격보다는 ‘비즈니스’ 성격으로 바뀌고 있고, 한국이 값비싼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마침내 11월16일 조지프 필 주한미8군사령관(육군 중장), 장광일 합참 작전본부장(육군 중장), 국방부 원태재 대변인 등 한·미 군 당국자는 기자회견을 열어 “2009년 3월 주한미군 아파치헬기 1개 대대(24대)를 한국에서 철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원 대변인은 “아파치헬기는 미 공군의 A-10 공격기 및 미 해군의 MH-53 헬기 등의 전력으로 대체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A-10이 아파치헬기보다 성능이 뛰어나다. 아파치헬기 철수는 문제거리가 아니며 안심해도 된다”는 요지로 언론에 설명했다.

    왜 ‘11월16일’ 발표했나

    그러나 이 사안은 한미동맹의 최대 이슈 중 하나였으며 정부가 일관되게 부인해왔고 게이츠 미 국방장관도 “그럴 계획 없다”고 했다가 갑자기 반전되어 소문대로 현실화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이명박 정부가 주한미군 병력의 현 수준 유지, 한미동맹 복원을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과도 맞지 않는 일이다.

    이와 관련, 미 정부의 한 소식통은 “군 발표에 따르면 ‘아파치헬기 한국 주둔’이 ‘A-10기 한국 주둔’으로 대체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럴 경우에는 별 논란은 없다. 문제는 이렇게 실행될지가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고 밝혔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이다.

    “필 주한미8군사령관 등 주한미군 측은 ‘A-10기가 얼마나 오래 한국에 남아 있을 것인지 확정되지 않았다. 1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모른다’고 표현했다. ‘일시적(temporarily) 배치’라고 했다. A-10기가 한국에서 ‘전개’된다는 표현도 썼다. 즉, 아파치헬기를 대신해 A-10기가 한국에 상시 주둔하는 것이 아니라 괌이나 일본, 태평양의 항공모함에 있다가 필요할 때 한국으로 가서 전개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되는 것이다. 아파치헬기의 철수는 별일 아닌 것이 아닌 셈이다.”

    그런데 아파치헬기 철수 발표가 왜 11월16일에 이뤄졌을까? 이날은 일요일이었다. 아파치헬기는 2009년 3월 철수하기로 한 것이므로 철수 발표를 굳이 휴일인 이날 처리해야 할 긴급성은 없었다. 이와 관련, 이 소식통은 “아파치헬기 철수 발표 과정에서 한·미 정부 사이에 알려지지 않은 불협화음이 있었다. 11월16일 발표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밝혔다.

    “우리가 직접 터뜨려버려”

    이명박 대통령은 11월14일부터 25일까지 11박12일 일정으로 G20 금융정상회의,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등 해외순방을 다녀왔다. 이 중 이 대통령은 11월14일부터 16일까지 미국을 방문해 워싱턴에서 열린 G20 금융정상회의 등에 참석했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 대표인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등과 회동했다.

    오바마 정권 下 한미동맹 험로 예고탄?
    소식통에 따르면, 이 무렵 ‘연합뉴스’ 워싱턴 특파원은 ‘한·미 양국이 주한미군 아파치헬기 1개 대대를 한국에서 철수하기로 합의했다’는 유력한 정보를 접해 이를 보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우리 정부 측은 미 국방부가 언론에 정보를 흘린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정부 고위 인사는 11월13일경 미 국방부 고위 인사를 만나 “연합뉴스의 ‘아파치헬기 철수’ 보도를 ‘홀드’시켜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그쪽에서 흘렸으니 그쪽에서 막아줄 수도 있지 않느냐’는 취지였다. 정부 인사는 “한국 대통령의 방미 도중 한미동맹에 부정적인 보도가 나가는 것은 동맹국 정상에 대한 예우에 맞지 않다. 막아야 한다”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 측은 이 요구를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식통은 “한국 정부 측의 비공식 요청을 접한 미 국방부 측은 아예 자신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터뜨리는 강수를 택했다. 한국 정부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에 발표해버린 것이다. 미 국방부 측은 서울의 주한미군사령부에 지시를 내렸고, 이 대통령의 미국 체류 마지막 날인 11월16일 주한미군은 한국 국방부와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형식으로 ‘아파치헬기 철수’를 발표했다. 이것이 일요일임에도 이날 발표하게 된 이유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신동아’가 소식통의 이 같은 주장의 진위를 국방부 측에 확인한 결과, 소식통의 주장은 신빙성이 있었다. 국방부 측은 “11월 13~14일경 ‘연합뉴스’ 워싱턴 특파원이 미 국방부를 상대로 ‘주한미군 아파치헬기 철수’를 취재한 사실이 우리 정부에 의해 확인됐다. 국민이 불안해할 수 있는 중대 사안이 특정언론의 단독보도 형식으로 전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이에 우리 정부와 미국 국방부 측은 상호 협의를 거쳐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하기로 했다. 11월16일 기자회견을 한다는 점은 그 전날인 11월15일에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통지됐다”고 답했다.

    국방부 측은 아파치헬기 철수 발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등 해외순방 이후인 11월27일쯤으로 잡혀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이 대통령의 미국 체류 기간 중으로 갑자기 앞당겨져 발표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발표를 이 대통령의 방미 이후로 미뤄달라고 미 국방부 측에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한미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11월16일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상희냐”

    이 조치 내용과 발표 시점에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미 국방부 측의 모종의 ‘불만’ ‘불신’이 내포돼 있는 것으로 읽힌다. 또한 이는 미 국방부 측의 일시적 독자적 결정으로 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이명박-오바마 정권에서의 ‘한미군사동맹 균열’을 시사하는 예고탄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부시 정권에서 임명된 게이츠 현 국방장관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유임’을 밝힌 바 있다.

    이명박 정부와 미 국방부 측의 불협화음은 이전에도 감지됐다. 2008년 6월3일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으나 이 대통령을 예방하지 않고 다음날 출국했다. 한 군사 전문가는 “게이츠 장관은 방한 때 청와대 방문 요청을 받았으나 그냥 떠난 것으로 알고 있다. 미 국방장관이 한국에 와서 대통령을 예방하지 않은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한미관계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미국의 한 소식통은 “미 국방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한 이상희 국방장관에 대해 동맹의 파트너로서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군 출신 보수단체인 ‘대령연합회’나 ‘국민행동본부’는 그동안 ‘이상희 장관으로는 한미동맹 복원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해왔는데, 미 국방부 역시 이와 비슷한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 다음은 ‘대령연합회’의 2008년 2월20일자 성명 중 일부분이다.

    “이상희씨는 70만 국군을 지휘할 자격이 없다. 노무현 정권 시절 합참의장으로서 안보의 생명줄인 한미연합사 해체 작업에 동조하고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행사하게 되어 있던 전시작전권을 분리하는 자해(自害) 정책을 강행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이상희 전 합참의장을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한 것은 좌파 정권의 한미동맹 약화 책동에 동조한 인물을 70만 국군의 지휘자로 세우는 일이므로 취소해야 한다. 이씨는 합참의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5년 3월부터 2006년 11월 사이 좌파 정권이 제주해협을 북한 무장선박에 내어주고 한미연합사를 해체키로 하는 등 국가와 국군을 위기에 빠뜨리는 데 동참한 최고위 책임자다. 좌파 정권의 안보 허물기에 대해 항의하고 마땅히 군복을 벗어야 할 사람이 신정부 아래서 국방장관에 임명된다면 한미동맹 복원과 무너진 안보망의 복구는 불가능할 것이다. 전시작전권 행사의 사령탑인 합참이 반대하면 한미연합사 해체는 절대로 불가능했다.”

    사실 미 국방부의 노무현 정권에 대한 반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미 국방부는 전시작전권 반환 및 한미연합사 해체를 노무현 정권의 ‘반미(反美) 코드’의 핵심으로 본다. 미 국방부는 한국 측과 지루하게 밀고 당겨온 전시작전권 반환 및 한미연합사 해체 협상을 ‘상당히 짜증나고 불쾌했던 추억’으로 지금도 갖고 있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전시작전권을 돌려달라고 먼저 요구해 협상이 시작된 뒤 한국 측이 ‘반환시기를 좀 늦추자’고 하자 미국 측은 ‘빨리 가져가라’고 했다.

    미 국방부 측이 한국의 전시작전권 협상 팀에 그다지 호감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은 리처드 P.롤리스 현 미국 국방부 장관 특별보좌관이 2007년 7월 ‘신동아’와 한 가시 돋친 인터뷰에 드러나 있다.

    “전시작전권 전환은 노무현 대통령과 그 측근들에 의해 먼저 제기됐다. 노 대통령이 요청하자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우리가 지난 3년간 이 문제를 준비해왔다는 것을 아십니까? 이미 열린 문을 다시 열려고 하시는군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이 아주 좋아하더라. 한국은 전작권을 이양받은 뒤 전쟁을 주도적으로 치르겠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병력을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그건 한국의 책임이며 결과에 책임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한국과 같은 나라는 중국이 군사력을 키워나갈 때 그것을 자국을 향한 위협으로 보지 않고 미국에 대한 위협으로만 본다. ‘중국이 뭘 하든 개의치 않는다, 미군이 우리나라에 주둔하고 있기 때문에’라고 생각한다. (반미정책을 펴면서 동시에) 동맹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흥미로운 상황이다.”

    실언(失言)이 ‘헬기 철수’ 결정타?

    당시 전작권 반환 및 한미연합사 해체 협상의 한국 측 협상팀 핵심 멤버가 이상희 현 국방장관(당시 합참의장)이었다. 미국 측 협상팀의 핵심 멤버는 현 미 국방부의 수뇌다. 소식통은 “미 국방부는 대외적으로는 한국 정부의 인사문제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부의 대체적인 기류는 ‘왜 우리 상대가 또 이상희냐’는 것이다. 미국 국방부를 상대로 한미연합사 해체 등 노무현 정권의 핵심 반미정책을 실행에 옮긴 당사자가 이번에는 이명박 정부를 대표해 친미보수를 표방하며 협상테이블에 앉게 되니 부담스럽다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상희 장관으로서는 직업군인으로서 대통령의 명령을 이행한 것일 뿐이고 오히려 노 정권 내에서 나름대로 군과 보수층의 입장을 대변해 전작권 반환시기를 2009년에서 2012년으로 늦추는 등의 노력을 했기 때문에 이런 평가를 받는 것은 억울할 수도 있다.

    한국 정부 측은 오바마 후보의 대선 승리로 미국에서 정권이 교체되면 당연히 미국 국방장관도 바뀔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김양 보훈처장이 정부의 메신저 격으로 나서 미 국방부 측의 ‘민원’을 접수한 점이 ‘신동아’ 취재 결과 확인된 바 있다(신동아 2008년 9월호). 그 후 정부는 이에 대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 사람들(부시행정부를 지칭) 몇 달 후 다 물러날 텐데…”라는 계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미 국방부도 한국 정부의 이런 의중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소식통은 “한국 정부의 한 고위 인사가 사적인 대화 도중 게이츠 장관에게 ‘미 대선에서 오바마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그럴 경우 당신은 (물러난 뒤) 어떤 일을 할 거냐’고 실언(失言)한 것으로 안다. 게이츠 장관이 황당해했다는 후문”이라고 말했다.

    사실이라면 상대에게 ‘오바마 당선 후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두고 보자’는 마음을 갖게 했을 수 있다. 한국 정부 측은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 측이 ‘게이츠 장관 유임’ 방침을 굳히자 상당히 놀랐다고 한다. 11월6일 오바마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 지 불과 10일 만인 11월16일 미국 국방부 측은 ‘주한미군 아파치헬기 철수’를 단행했다.

    미국 정부의 외교사령탑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다. NSC의 상근자는 대통령, 부통령, 국무장관, 국방장관, 재무장관, 외교안보보좌관, 합참의장, 국가정보국 국장 등 8명이다. 그런데 오바마 당선인 측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를 종합해보면, 대통령을 제외한 상근자 7명 중 국방장관, 외교안보보좌관, 합참의장, 국가정보국 국장 등 4명이 군 출신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한다. 게이츠 국방장관, 제임스 존스 외교안보보좌관(전 NATO 사령관) 등 군인 출신 NSC 멤버들은 상호간에 상당히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한다.

    MB정권, ‘어려운 선택’ 몰릴 수도

    오바마 정부의 외교정책에서 국방부의 위상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소식통은 “이미 오바마 당선인 주변에서는 유럽은 힐러리(국무장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는 게이츠가 맡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오바마 당선인 측 사정에 정통한 다른 대미관계 전문가는 이명박 정부와 한미관계의 가까운 장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다소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아파치헬기 철수와 같은 한미동맹의 핵심 현안이 동맹 상대국의 반대에도 대선 직후의 정치 공백기에 전격 단행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미 국방부 측이 한국 정부와 편한 상태가 아니고, 독자적으로 움직였다고 볼 수 있다. 오바마 정권에서 정책 우선순위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경제가 될 것이다. 외교에서는 아프가니스탄전쟁, 이라크전쟁, 이란-파키스탄 문제, 러시아 문제, 북핵 문제의 순으로 보인다.

    오바마 당선인 측은 이미 이라크 주둔 미군을 아프가니스탄에 배치하겠다는 구상을 밝혔고, 주한미군 아파치헬기도 아프가니스탄으로 보낼 수 있다고 했다. 중동과 중앙아시아의 에너지를 컨트롤하는 것은 미국의 핵심 국익이며, 이는 이 지역 탈레반과 반미세력의 무력화를 통해 달성될 수 있기 때문에 아프가니스탄전쟁은 미국에 중요하다. 한국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아지게 된다.

    이명박 정권은 부시 정권으로부터 쇠고기 추가 협상, 한국의 G20 가입, 통화스와프 체결과 같은 선의의 결정을 받아내 국내 정치 위기에서 탈출했다. 오바마 정권에선 이 같은 선의를 기대하지 못할 수도 있다. 결국 이명박 정권은 한미관계 복원을 위해 ‘아프가니스탄 전투병 파병’과 같은 상당히 큰 비용을 치러야 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어려운 선택의 상황으로 몰릴 수도 있다고 본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정권과 직접 대화했듯 오바마 정권의 힐러리 국무장관도 남편과 같은 방식으로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선호할 수 있다. 이럴 경우 김정일 정권의 교섭력이 커지게 된다. 또한 힐러리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친근한 관계이며, 이는 김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한국 내 ‘반(反) MB 세력’ 강화를 부를 수도 있다.”

    2008년 11월16일 국방부에서 장광일 합참 작전본부장(육군 중장)이 조지프 필 주한미8군사령관 (육군 중장)과 함께 주한미군 전력배치 조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상희 국방부 장관(왼쪽)이 2008년 10월17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제40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 앞서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과 악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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