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호

코골이는 남자의 영물이 무너지는 소리

  • M&L 세우미(世優美) 클리닉 원장

    입력2009-01-02 14: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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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골이는 남자의 영물이 무너지는 소리
    잠이 보약이라는 속설이 있다. 그만큼 건강에 중요하다는 의미다. 하기야 유한한 인생에서 1/3을 수면으로 소비(?)해야 하는 현실은 안타깝고 억울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잠이란 허송(虛送)한 세월이 결코 아니다. 생존을 위한 필수적 생리현상이기 때문이다. 수면은 주차(駐車)가 아니라 정차(停車) 상태다. 바퀴만 돌지 않을 뿐 차량의 모든 시스템은 제 기능을 지속한다.

    수면은 내일의 역동적 활약을 위한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이다. 수면 중 분비되는 성장 호르몬이 소아의 성장과 발육을 주도하고 잠의 틈새에서 수염이 길어난다. 몸은 자지만 뇌가 활동하는 렘(REM·급속안구 운동)수면은 뇌를 발육시키는 데 기여한다. 수면을 차단하면 지각이 둔화되고 반응 속도와 기억력이 떨어지다 결국 죽고 만다. 광포(狂暴)한 시절, 잠 안 재우기 고문도 이와 같은 생리 현상을 악용한 것이다. 건강한 수면은 건강한 심신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수면의 질이 삶의 질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수면 시간은 개인차가 있다. 9시간 이상을 자야 하는 롱슬리퍼(long sleeper)가 있는가 하면 6시간 이하인 쇼트슬리퍼(short sleeper)도 있다. 정상적인 활동을 유지하기 위한 수면 시간의 하한선(下限線)은 하루 3시간이다.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은 심신의 건강을 훼손한다. 주변 환경과 신체 내부 등 수면 훼방꾼은 도처에 깔려 있다. 수면 중 발생하는 모든 호흡 장애를 뭉뚱그려 수면 호흡 장애(SDB; Sleep Disordered Breathing)라고 한다. 코골이나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OSA·Obstructive Sleep Apnea)도 수면 호흡 장애의 일부다. 특정 원인에 의해 좁아진 기도를 공기가 통과하면서 유동 부위가 떨려 나는 진동음이 코고는 소리다. 수면 중에는 목젖이나 연구개의 근육 긴장이 풀어져 숨길이 좁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수면 중 시간당 5회 이상 무·저 호흡상태가 발생할 때 수면 무호흡증이라 하고 5회 미만일 때는 단순한 코골이로 정의한다. 수면 무호흡증에 주간 졸림 증상이 더해지면 수면 중 무호흡 증후군(OSAS·Obstructive Sleep Apnea Syndrome). 기도가 막혀 공기 흐름이 단절된 상태를 무호흡, 50% 이하로 줄어든 상태를 저호흡이라고 한다. 한국 남자의 27%, 여성의 16%가 수면 무호흡증이며 남성의 4.5%, 여성의 3.2%가 수면 무호흡 증후군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은 수면 무호흡증의 원인 인자다. 비만 정도에 따라 3~5배까지 수면 무호흡증 빈도가 높아진다. 하지만 체중을 감량하면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 증상이 완화되거나 해소된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수면 무호흡증에 걸릴 위험이 1.6배 더 높고 술, 수면제 및 신경 안정제를 복용하면 근육이 이완되어 코골이가 심화된다. 수면 중 호흡 장애의 건강상 문제점은 산소 부족에서 비롯된다. 특히 가장 많은 산소와 영양 공급을 요구하는 뇌와 심장이 우선적인 타깃이 된다. 또한 산소가 부족하면 교감신경이 흥분되고 혈관에 노폐물이 누적되어 고혈압을 초래한다. 수면 무호흡증 때문에 산소가 결핍되면 몸체에 비상사태가 발동돼 신체가 긴장 상태로 전환된다. 수면 중 호흡이 정지될 때마다 뇌를 각성시켜 신체에 비상을 거는 것이다. 산소 부족 상태는 중추 신경계의 핵심인 뇌가 깨어 있는 상태다.



    수면 무호흡증은 고혈압과 당뇨병 등 대사 증후군의 독립적 위험 인자로 알려져 있고 심혈관 질환 위험을 크게 증가시킨다. 반복되는 저산소증과 수면 분절이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남자의 물건은 특수 혈관이다. 심혈관 질환은 우선하여 남자의 물건을 희생시킨다. 수면 무호흡증 환자의 40%가 당뇨병을 앓고 있고 당뇨병 환자의 23%가 수면 무호흡증이며 58%가 수면 호흡 장애를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우울증, 두통, 야뇨증, 성기능 장애를 불러들인다. 수면 무호흡증은 발기부전의 원인 인자이며 발기부전 환자는 수면 무호흡증 동반 비율이 높다.

    수면 무호흡증은 단순한 상기도 폐쇄의 문제가 아니다. 신경계, 심혈관계, 내분비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전신 질환으로 간주한다. 그럼에도 일선 의사들마저 수면 무호흡증에 대한 지식이나 관심이 없는 형편이다. 질환의 심각성에 반해 인지도가 낮기 때문이다. 수면 무호흡증은 저산소증을 유발하고 렘 수면을 방해하여 발기부전을 초래한다. 성 기능이 렘 수면과 직결되는 탓이다.

    수면 중에는 중력이 작용하고 근육 긴장도가 떨어진다. 이완된 근육이 기도를 좁히거나 막게 되면 코골이나 무호흡증을 야기하는 것이다. 노화, 술, 담배, 비만, 유전적 소인 등은 코골이를 수면 무호흡증으로 진전시킨다. 코골이는 병이 아니라는 인식이 상식이 되어 있다. 하지만 단순한 코골이로도 기도가 반복 수축돼 뇌파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고혈압을 파생시킨다. 코골이를 질병으로 분류해야 하는 이유다.

    코골이나 수면 무호흡증은 남자의 영물이 무너져 내리는 아우성이다. 일어서기 위한 다우너(downer)의 안간힘이요 기합소리다. 자력으로 일어설 수 없는 앉은뱅이 물건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세우미 5형제의 힘을 빌려보지만 비아그라를 위시한 PDE 5 억제제를 복용하면 코골이나 수면 무호흡증 등 야간 수면 장애는 더욱 악화된다. 발기부전 치료제가 발기부전을 악화시키는 모순당착이 아닐 수 없다.

    일러스트레이션·김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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