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호

모든 계획은 미래를 위한 투자…10% 법칙을 기억하라

  • 신완선│성균관대학교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wsshin@skku.ac.kr│

    입력2009-01-06 14: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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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구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살고자 한다. 그래서 목표와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실천하는 이는 드물다. 계획대로 살지 않는다고 내일 당장 사달이 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계획 세우기는 겉치레 연례행사가 되기 일쑤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자. 원인 없는 결과란 없으며, 현재는 과거 어느 선택의 결과라고.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미래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면 지금 이 순간을 허투루 보내겠는가. ‘굿타이밍’의 저자 신완선 교수가 2009년 실천 가능한 계획 짜기 실전 비법을 말한다.
    나는 촌놈이다. 시골은 시골다운 풍경이 있다. 서리가 바로 그렇다. 말이 서리지, 사실은 도둑질이나 진배없다. 다만 아이들이 먹고 싶은 유혹을 참지 못한 돌발행동으로 이해해주는 것에 불과하다. 그만큼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이 있었다.

    특히 첫 과일을 보면 정신이 없어진다. 복숭아가 대표적이다. 솜털이 많아 가슴에 품기도 어렵다. 그래도 역시 복숭아 서리가 제맛이다. 주인 눈을 피해 몰래 따먹는 과일 서리는 촌놈에겐 추억이요 아픔이다.

    서리를 할라치면 야속한 마음이 들곤 했다. 왜 진작 과일나무를 심어두지 않은 것일까. 얼마든지 널려 있는 것이 땅인데. 복숭아, 배, 사과. 적당히 묘목만 몇 그루 심어두었어도 서리를 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아이들 투정도 잠시, 어른들은 또다시 세월의 흐름에 몰입했다. 왜냐하면 과일나무는 지금 심어봐야 4, 5년 후에나 결실을 거두기 때문이었다. 눈앞의 일이 급하다 보니 당장 나무를 심을 마음의 여유가 없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알겠다. 어른들을 탓할 것이 아니었다. 뭔가 심었으면 되는 것이었다. 환경이 나를 도와주기를 기다리느니 스스로 준비해도 늦지 않았었다. 물론 그런 판단을 하기에는 너무 어렸지만.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면서 이런저런 결단을 생각해본다.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엔 뭔가 특별하게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역시 마음뿐이다. 바뀌는 세상을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나를 닦달한다. 환경이 강요하는 일을 간신히 따라가기도 바쁜 형편이다. 내가 미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이 나를 지배한다. 성공은 언젠가 올바르게 보낸 선택의 시간에 대한 보상이다. 도대체 무엇을 다르게 결단해야만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목표 세우기 : 환경에서 선물을 받아라



    “빌 게이츠가 성공한 이유요?”

    ‘티핑 포인트’와 ‘블링크’로 유명한 맬컴 글래드웰이 빌 게이츠처럼 독보적으로 성공한 사람의 공통분모를 찾아 나섰다. 소위, 아웃라이어(Outlier)라고 불릴 만한 개인이나 기업에는 독특한 비결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환경이 좋았던 덕분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를 쓸 수 있는 환경이라는 선물을 받은 것이지요. 환경에서 여러 번 선물을 받는 사람이 크게 앞서갑니다.” 아웃라이어의 성공비밀은 환경이었다. 반복적으로 환경의 축복을 받는 사람이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다고 한다.

    글래드웰의 결론은 일견 허망하다. 선물이라니. 주변 상황이 어려워져만 가는데, 선물이라니. 선물은커녕 장애물이나 방해꾼이라도 없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환경이 좋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올바른 목표를 정해서 주어진 환경을 선물로 만드는 사람이 성공합니다.”

    그랬다. 핵심은 바로 그것이었다. 환경을 선물로 전환시키는 관점. 즉, 현재 환경에서 축복을 찾을 수 있는 미래 목표를 세워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글래드웰의 분석 결과가 시간관리, 집중력, 실천력과 같은 자신과의 승부가 아님에 주목해야 한다. 사람은 모두 절박하면 놀라운 실천력을 보이게 마련이다. 만일 계획한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결단력의 문제가 아니다. 다만 아직 절박할 정도로 상황이 치열하지 않은 탓이다. 무기력이 아니라, 목표를 조정해야 하는 것이다.

    신년 계획은 목표 세우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목표가 인생을 바꾼다. 내일은 바꾸기 힘들지만 3년 후는 바꿀 수 있다. 3년, 아니 5년 후에 돌아보았을 때, 올해가 축복이었다고 회고할 수 있는 선물을 찾아야 한다. 바로 그런 선물을 예감하게 만드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 우리는 환경에서 선물을 받으며 살아갈 권리가 있다. 3년 후의 목표를 정하라. 그리고 환경에서 어떤 선물을 받을 것인지를 선택하라. 자책하며 환경에 대항하기보다는, 오히려 환경에서 선물을 받는 방식을 선택해라. 새해 설계는 감사와 즐거움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더불어 선택하기 : 동반자를 찾아라

    목표를 잘 세우고도 충분한 기간만큼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시간을 채워야 결실을 볼 수 있는데 그게 생각처럼 되지를 않는다. 원인은 한 가지다. 동반 선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혼자서는 힘들다. 더불어 선택하면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되게 되어 있다.

    필라의 윤윤수 회장. 그는 군에 복무하면서 ‘영어 실력 쌓기’를 목표로 정해 인생을 바꿔버렸다. 암울했던 20대를 보내고 JC페니 입사를 시작으로 세계적인 기업가가 되는 밑거름을 확보한 것이다. 그 역시 학창시절에는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 영문과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겁먹은 삼수생은 정치외교학과를 선택했다. 그러나 영어가 자신의 미래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영어를 공부해야 된다고 노래를 부르다 보니 카투사에 차출되는 환경의 선물을 받게 되었다.

    “저는 이때다 싶어 영어회화를 배우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했어요. 제가 근무하던 미군부대가 65 메디컬그룹(Medical Group)이었는데 건국대 근처에 있었어요. 이 부대는 청계천 복개공사로 쫓겨난 사람들이 모여 살던 평화촌에서 의료봉사활동을 벌였어요. 이때 미군 의사들 데리고 다니면서 고궁 구경시켜주며 영어를 배웠습니다. 미군 의사들을 데리고 다니다 보니 돈이 필요해 미군병사들의 보초근무를 대신 서주고 그 대가로 돈을 받아 쓰기도 했습니다.”

    영어를 배우고 싶었던 사병 윤윤수. 그의 성공전략이 바로 동반 선택이다. 영어를 바로 공략한 것이 아니라, 미군 돕기라는 동반 방식을 선택했다. 지루하지 않게 오랜 기간 몰입할 동반자를 찾은 것이다. 물론 개인적으로도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간의 결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목표를 놓지 않게 만들 파트너를 동행하는 것이 현명하다.

    3개월 도전하기 : 실패를 즐겨라

    신년 계획의 또 다른 중요한 숙제가 기간이다. 도대체 얼마나 오랜 기간 결심의 끈을 잡고 있어야 하는가. 몰입이 경쟁력인 것을 안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나 역시 그랬다. 몰입하게 그냥 놓아두지 않는 환경도 부담이었고, 주먹 불끈 쥐고 덤벼본들 바뀔 것도 없어 보였다. 게다가 끈기가 부족했고 승부욕도 치열하지 못했다. 생각다 못해, 조그만 계획을 한 가지 세웠다. 작은 시도였지만, 나를 바꾸기엔 충분했다.

    나의 계획은 3개월만 즐겨보자는 것이었다. 흥미로운 일을 한 가지만 해보기로 하였다. 첫 도전은 대학 도서실에 1등으로 입장하는 것이었다. 나오는 시간은 자유였다. 일찍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다. 아침 6시에 도착하니 이미 수십 명의 학생이 기다리고 있었다. 세상 참 할일 없는 놈 많구나 싶었다. 다음 날, 5시 반경 컴컴한 새벽에 도착하니 비로소 목적을 달성했다. 그 재미를 즐겼다. 공부가 잘되고 안 되고는 관심 밖이었다. 3개월만 이 기쁨을 즐기리라.

    그렇게 시작된 3개월 프로젝트는 계속 이어져갔다. 도서실 꼴찌로 나오기. 다방에서 두 시간 버티기. ‘코리아 헤럴드’ 사설 번역하기. 내 계획의 성공요소는 척도에 두었다. 약속을 지켰는지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계량 잣대를 의도적으로 만들었다. 내 자신을 알고 싶었다. 못하면 못하는 대로, 잘하면 잘하는 대로.

    3개월 프로젝트는 의외로 나를 현실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조금만 버티면 다른 프로젝트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참을 만했다. 3개월, 3개월로 이어졌지만 그게 결국 나를 바꾸었다. 성공도 있고 실패도 있었다. 하지만 100일 동안은 집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충분한 경쟁력은 아니었지만, 내가 누군지는 알 수 있었다. 어떤 과제에 어느 정도 몰입할 수 있는지를 말이다.

    나는 3년 전부터 내가 체험한바를 그대로를 학생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매학기 초에 자신만의 3개월 프로젝트에 도전할 것을 요구한다. 가중치가 무려 15%에 해당된다. 그 대신, 자신이 즐길 수 있는 프로젝트를 선택할 권리를 준다. 이성 친구 사귀기. 부모에게 전화하기. 몸무게 줄이기. 근육 키우기. 담배 끊기. 일찍 일어나기. 영어 공부하기. 성적 향상시키기. 참으로 각양각색이다. 나는 그들의 목표 달성 여부를 평가하지 않는다. 결과는 상관없다. 목표 달성 과정에서 무엇을 측정하고 관리했는지만 채점한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즐겨야 한다는 것을 깨우쳐주기 위해서다. 그래야 또 다른 프로젝트에 도전할 수 있다.

    현재 선택 신뢰하기 : 선택은 미래로 연결된다

    누구나 한두 번은 절망적인 시기를 체험하며 인생을 살아간다. 기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대표적이다. 입양아로 살아야 하는 운명을 갖고 태어난 잡스는 대학교 1학기를 마치고 중퇴한다.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는 양부모에게 더 이상 경제적 부담을 줄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정말, 당시는 무척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뒤돌아보면 제가 지금까지 했던 결정 중에 가장 잘한 결정이었습니다. 제가 중퇴한 순간, 억지로 들어야 했던 필수과목 대신에 흥미로운 과목을 도강(盜講)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허락 없이 강의를 들었다. 학생 신분이 아니었으므로 기숙사에 살 처지도 못 됐다. 친구 집에서 잠을 잤고 음식을 사먹기 위해 코카콜라 빈병을 주워 5센트씩 받고 팔아야 했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음식을 제대로 먹기 위해서 일요일 밤마다 30리나 떨어진 교회를 걸어갔다.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그러한 환경에서도 잡스는 환경의 선물을 발견했다. 중퇴한 처지라 보통 과목을 들을 수 없었던 그는 서체(Calligra- phic Style)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중퇴한 학교가 바로 최고 수준의 서체를 가르치는 학교였다. 과학이 미처 알아내지 못한 아름답고, 역사적이고, 예술적인 정교함에 매료되었다. 훗날, 매킨토시 컴퓨터를 디자인하면서 당시 배운 서체가 잡스의 차별적 경쟁력으로 활용됐다.

    “현재의 선택을 미래로 연결하긴 힘듭니다. 하지만 되짚어보면 알게 됩니다. 그래서 현재의 선택이 언젠가는 당신의 미래에 연결된다는 것을 믿을 수 있습니다.” 현재는 반드시 미래로 연결된다. 그래서 선택을 믿어야 한다. 현재의 선택에 대한 믿음이 스티브 잡스의 삶을 완전히 바꿨다.

    10% 투자하기 : 실패는 당연하다

    미래를 위한 계획은 따지고 보면 개인적인 투자다. 그렇게 안 해도 오늘은 유지된다. 당장 내일 사달이 나지는 않는 일이다. 그렇기에 덜 치열하다. 그럼에도 지키지 못하면 적잖은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이 나이 먹고서도 자신과의 약속 하나 지키지 못하다니.

    계획이 실패로 마감되는 경우에는 기업의 생존방정식을 떠올리면 좋다. 성공적인 기업일수록 R&D, 이른바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그리고 연구개발은 실패확률이 높다. 실패를 전제로 시작되기에 연구개발이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 가치 있는 일에 도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미래를 향해 투자해야 한다. 수입의 5%에서 10%는 미래를 대비한 연구개발비라고 생각하고 써야 한다. 그래야만 미래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일에 열정을 쏟을 수 있다.

    신년 계획 세우기와 실천하기를 투자로 생각하라. 투입되는 것이 있어야 산출물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상황이 계속 유지되기를 기대한다면 행복한 투자가 될 것이다. 실천이 가져다주는 결실은 자신감을 더해줄 것이며, 잔잔한 가치를 즐기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만일 3년 후에 다른 상황이 전개되기를 바란다면, 새로운 길을 위해서 투자해야 된다. 어학에 대한 투자.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투자. 새로운 사람에 대한 투자. 미지의 세계를 공부하는 투자.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시간과 돈을 써야 한다. 날씨 좋은 날에 우산을 준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자신이 준비하는 미래 방향에 땀과 애정이 스며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감을 갖게 된다. 신뢰가 없는 미래는 선택될 수 없다.

    모든 계획은 미래를 위한 투자…10% 법칙을 기억하라
    신완선

    1961년 충북 충주 출생

    한양대 산업공학과 졸업, 미국 오클라호마대 석·박사(산업공학)

    미국 미시시피주립대 산업공학과 부교수, 성균관대 산업공학과 부교수

    現 성균관대 공과대학 시스템경영공학부 교수, 성균관대 품질혁신센터 센터장

    저서: ‘끝없는 열정으로 성공을 성취하라’ ‘CEO가 되는 길’ ‘컬러 리더십’ ‘굿 타이밍’ 등


    실적은 과거다. 프로젝트가 미래다. 고난과 실패가 없는 세상은 즐거울 일도 없다. 모든 계획을 미래를 위한 투자로 여기고 실패도 체험하라. 3개월마다 바꾸며 도전하면 된다. 실패를 반복하면 할수록 성공 확률 또한 높아진다. 목표가 높은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 조금씩 나아가면 된다. 핵심은 현재의 환경에서 선물을 받으며 전진하는 것이다. 2009년 신년 계획을 세우면서, 자신이 받아야 할 선물을 떠올려라. 환경에서 선물을 받는 사람이 크게 성공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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