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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동맹 흔들리나

다자안보구상 속 미·중 관계 밀월 커지는 일본의 ‘외톨이’ 공포

  • 번역·김창원│동아일보 편집국 기자 changkim@donga.com│

미일동맹 흔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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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변치 못한 동맹국’ 일본

일본이 동북아의 집단안전보장체제에 편입되면 미일동맹은 폐기되는 것일까. 라이스 장관의 논문은 이 점에 대해 정확히 다루고 있지 않다. 사실 냉전의 산물로 태어난 미일 안보조약은 구소련의 군사적 위협에 대항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었다. 냉전 이후에도 미일 양국은 중국과 북한의 군사적 증강에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암묵적인 동의하에 동맹의 명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정책이 중국의 협조로 성공할 수 있다면 미일동맹은 어떻게 될까.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후진타오 정권이 어디로 향할 것인지와 관련해, 국제사회에서는 대체로 중국의 평화적 번영을 점치는 시각이 우세하다. 세계평화에 역행해 스스로 정치적 고립화를 자초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국제정세 판단에 있어 속단은 금물이지만 6자회담의 중요성은 앞으로 점점 더 커가는 반면 미일동맹의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미일동맹의 위기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2001년 후반부터 해상자위대가 인도양에서 급유활동을 하고 있지만, 테러특별조치법 기한이 2007년 만료돼 급유활동이 중단됐다. 이는 2007년 참의원선거 결과로 만들어진 ‘여소야대(참의원) 정국’을 이용해 민주당 등 야당이 특조법 연장에 협조하지 않은 데 근본적 원인이 있다.

당시 미국과 영국의 언론들이 일본을 거세게 비판했던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전세계적으로 테러와의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도 일본은 ‘우리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일관하며 인도양의 주유소 역할에 머물렀다. 민주당 등 야당은 미국과의 동맹은 안중에도 없고 미일동맹에 비교적 열의를 보이고 있는 여당을 뒤흔들었다. 정국을 해산, 총선거로 끌고 가려는 저차원의 당리당략만 있을 뿐 국제사회에서 일본이 어떤 국가가 돼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미일동맹 흔들리나

2002년 10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텍사스 주 크로포드 목장에서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회담을 가진 뒤 미소 짓고 있다. 한국에서도 화제가 됐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크로포드 목장 방문은 그로부터 7개월 후의 일이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이 반대했고 일본 정치인들 가운데도 반대하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사태를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다. 이라크의 치안은 훨씬 안정돼가고 있고, 중동에서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가 탄생하려는 역사적 사건이 미국 등의 노력으로 완성돼가고 있는 시점에, 오직 일본만이 그 대열에서 탈락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무관심

국가 지도자의 성향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고이즈미와 아베 전 총리가 미일동맹 중시의 자세를 취하며 미국과의 관계에 역점을 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 외무성이 주창한 ‘가치관 외교’는 미국 공화당의 대선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으로부터 대단한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후쿠다 전 총리는 2007년 9월26일 취임한 직후 “미일동맹 강화와 아시아 외교의 동시 추진이 보다 나은 성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적극적인 아시아 외교를 펼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고이즈미와 아베 정권의 외교정책이 대미 일변도로 추진돼온 데 대해 불만을 품고 외교정책의 무게중심을 대중(對中)외교로 전환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이 같은 일본의 외교정책 전환에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후진타오 주석이 방일 중에 발표한 중일 공동성명에는 “중일 관계는 두 나라에 가장 중요한 양국 관계”라고 규정돼 있다. 지금까지 일본에 ‘가장 중요한 국가’는 미국이었지만, 이때를 계기로 중국에 그 타이틀을 내준 것이다.

미국 역시 일본에 대해 무신경해지고 있다. 2007년 미 하원은 ‘전쟁 중 위안부에는 일본군의 강제동원이 있었다’는 결의안을 본회의에서 가결했다. 제안자는 중국계 미국인으로부터 적지 않은 선거자금을 받은 마이크 혼다 하원의원이었다. 일본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데 대해 사과하지 않은 미국이 세계의 재판관 같은 모습으로 타국을 심판하는 데 대한 일본 내의 불만은 비단 보수진영만의 것이 아니었다.

외무성에서 인도와 프랑스대사관 근무 등 요직을 지낸 히라바야시 히로시(平林博)의 저서 ‘수뇌외교력’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미국과 일본 양국의 관계에 커다란 변화가 오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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