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의 남성이 깊이 생각하지 않지만, 실제로 넥타이라는 화두(話頭)에 진지하게 접근해보면 의문은 계속된다. 넥타이란 본질적으로 남성용인데 여성들이 그 선택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것은 또 무슨 조화란 말인가. 게다가 경제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이 작은 소품은 투입되는 원가에 비해 너무 비싸게 팔리는 것은 아닐까? 화려한 백화점 명품관에서 당당한 위용을 자랑하는 최고가 제품과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넥타이의 차이는 무엇인가. 정말 좋은 넥타이를 감식하는 기준은 색상인가 소재인가. 비즈니스 캐주얼이라는 당대의 새로운 흐름을 감안하면 넥타이는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 되고 마는 것은 아닐까.
품위 있는 남자를 만들기 위한 아이템들은 슈트, 셔츠, 타이, 구두에서 시계나 양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이 모든 것은 결국 그것을 걸치는 사람을 향해 부드럽게 조화를 이뤄야 의미가 있다. 여자들의 로망은 핸드백이나 구두,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보석으로 비수평적으로 진화하겠지만,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남자가 마음속에 아련히 품는 로망은 좋은 품질의 정장과 자신의 개성이 담긴 자동차로 압축된다.
하지만 넘쳐나는 좋은 자동차 중에서 결국엔 자신과 어울리는 차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듯, 옷이나 자동차와 같은 남자의 소유물들은 일단 경험하는 순간 존재감의 일부가 되어버리기에 함부로 고르지 못한다. 너무 많은 남자가 화려한 컬러에 현혹되어 쉽게 고르는, 그리고 더 많은 여성이 자신의 남자를 위해 선물하는 넥타이도 사실은 마음 가는 대로만 골라서는 안 되는 제품이다.

넥타이는 소속 집단을 나타내기 위해 고안됐다고 알려진다. 슈트를 잘 차려입어도 넥타이는 잘못 매면 스타일을 망치기 쉽다.
넥타이는 정장의 일부
이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면 남자의 얼굴 바로 아래에 위치하며 그의 이미지를 강력하게 제시하는 넥타이가 슈트나 재킷, 그리고 셔츠와의 조화는 온데간데없이 그저 단순하게 색상, 그것도 튀는 컬러만을 선호하는 방식으로 잘못 해석된다. 네이비블루와 차콜그레이와 같은 어두운 계열의 슈트가 압도적으로 선호되는 한국 사회에서 화려한 파스텔 톤의 프린트 타이가 유독 날개 돋친 듯 판매되는 비밀이 여기에 있다. 그저 넥타이만 맸다고 해서 정장이라는 룩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듯, 아무리 슈트를 격식에 맞게 차려입었다고 해도 넥타이 하나 잘못 맴으로써 전체 스타일을 망쳐버릴 수 있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남녀 모두 넥타이를 고를 땐 어떤 슈트나 재킷과 함께 맬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은 채 먼저 눈길을 사로잡거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색상의 타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평균의 문화가 중시되는 한국 사회에서 지구 어느 곳보다 더 과감한 스타일의 타이, 이를테면 넥타이 중심에 큐빅을 박아서 아무리 멀리서 봐도 빛이 나는 (용감하지만 어이없는) 제품도 흔히 볼 수 있다.
물론 넥타이는 슈트나 재킷에 비해 다양한 색상이나 무늬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각자의 개성을 어느 정도 가미하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다. 다만 한 사람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이란 몸에 걸친 브랜드의 유명세나 가격표의 문제가 아닌, 사람과 옷차림이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말하기 때문에 넥타이 홀로 너무 튀어서는 곤란하다.
선택의 핵심은 ‘조화’
전세계의 품위 있는 젠틀맨들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여전히 입을 클래식 복식의 철학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고 진화하는 유행보다는 오랜 역사를 통해 쌓아온 품질 높은 아이템들 간의 밸런스다. 그러므로 넥타이는 함께 입는 슈트나 재킷의 색상과 같거나 비슷한 톤으로 매치하는 것이 기본 법칙이고, 전체적인 옷차림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방식으로 은근한 멋을 내는 게 긴요하다.
그렇게 선택된 컬러에 무늬는 무지거나 스트라이프이거나 혹은 특별한 패턴이 있어도 무방하지만, 타이를 매야 할 상황도 생각해야 한다. 훌라춤 추는 여인들과 야자수가 그려진 타이가 아무리 마음에 든다고 해도 하와이 기념품 가게에서 일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