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계자료를 보여주며 검찰 수사내용을 반박하는 최열 대표.
“그동안 쉬지 않고 살아왔거든요. 내년 1월19일이 회갑입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나 자신에 대한 성찰을 했습니다. 아, 내가 너무 뛰기만 했구나. 가정에 등한하고 환경문제에만 매달렸구나. 이번 사건이 환경운동을 시작할 때의 정신을 되찾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돈 중심이 아니라 가치 중심으로 사는 사람입니다. 가치는 생명이고 생명은 환경입니다. 저한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이 노자와 장자입니다. 노장 사상의 핵심은 ‘생명을 중시하고 이익을 가볍게 여긴다’예요. 그런데 불행히도 우리 사회는 이익을 중시해요. 이익을 중시하면 생명이 가벼워져요. 많은 사건이 터지고 환경이 파괴되는 것도 사회가 이익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이거든요.
저의 활동, 이를테면 민주화운동 하다가 옥고를 치렀다든지 낙선운동으로 벌금을 냈다든지 하는 것에 대한 비판은 괜찮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하지 않은 행위에 대한 비판은 참기 어렵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환경운동을 가장 먼저 시작한 사람입니다. 1976년 옥중에서 환경운동을 하겠다고 결심한 이후 한번도 외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한길을 걸어온 것에 대해 올바른 평가를 하기는커녕 이렇게 매도하다니요? 검찰이 그토록 오랫동안 조사해 과연 횡령을 찾아냈습니까.”
그가 골드만환경상 상금 7만5000달러 기부, 상근자 자녀 장학금 조성 등 그간 자신이 환경련에 기여한 일들을 설명하기에 “그 얘기는 이따가 하자”며 제지했다.
“환경련 압수수색은 최열을 겨냥한 것”
▼ 검찰에서 저렇게 나오니 두렵지 않으십니까?
“횡령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두렵지 않습니다.”
▼ 잠이 잘 안 올 것 같은데요.
“제 개인적 문제보다도 딸 때문에. 딸이 지금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논문을 쓰고 있거든요. 그런데 언론이 (환경련에서) 횡령한 돈 2000만원으로 해외유학을 갔다고 보도했잖아요. 그러니 딸이 충격을 받았을 것 아닙니까. 그때부터 지금까지 제가 집에 들어가면 문 딱 닫고 저를 안 봅니다. 두 달 됐어요.”
▼ 그게 가장 가슴 아프시겠네요.
“다른 거야 뭐, 두렵지 않아요.”
최 대표는 “내가 좀 뚱뚱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살을 빼고 있다”고 생뚱맞은 얘기를 했다. 한 10년 전부터 새해를 맞을 때마다 운동을 해서 살을 빼겠다고 다짐하곤 했는데, 한 번도 실천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사건이 발생한 후 두 달 동안 4㎏을 뺐다는 것이다.
▼ 마음고생을 하시니….
“아니, 그런 것보다는 절제된 생활을 하려고요. 절제하면서 환경운동을 해야지, 먹을 것 다 먹으면서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죠. 그런 점에서는 이번 일이 도움이 됐어요.”
▼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억울하다는 거죠?
“그렇죠. 저처럼 꽤 알려진 사람도 이렇게 당하니 세상에 억울한 사람이 참 많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정상참작 정도가 아니라 100% 억울하다는 거죠?
“그렇죠. 저는 조금이라도 잘못한 게 있다면 잘못했다고 하지 변명하지 않습니다.”
▼ 표적수사라고 판단하는 구체적인 근거가 있습니까?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무렵 저는 기후변화 문제로 해외시찰을 하고 있었어요. 며칠 후 귀국했는데, 검찰 출입기자가 ‘환경련 압수수색은 최열씨를 겨냥한 것’이라고 알려주더라고요. 그런 얘기를 몇 군데서 들었어요. 제가 2000년에 총선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를 지내면서 (부적격 후보) 낙선운동을 펼쳤잖아요. 그때 낙선된 사람들 중에 현 정부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또 제가 대운하 건설에 반대해왔잖습니까. 지난해 대선 당시 한나라당 쪽 모 인사가 저에게 하는 말이, ‘한나라당에선 최열씨가 대운하 건설 반대운동의 두목으로 알고 있다’는 거예요. 절친한 사이인 문국현 후보를 대선 때 도운 것도 밉보였다고 들었습니다. 또 이번에 검찰에 가보니 (노무현 대통령) 탄핵반대국민행동에 대해 물어보더라고요. 탄핵반대국민행동의 모금계좌도 제 명의로 개설됐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