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전 장관에게서 바통을 넘겨받은 장태평(張太平 · 59) 장관은 마치 어지럽게 꼬여 있는 실타래를 한 올씩 풀어가듯 산적한 문제를 하나씩 해결했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는 일을 처리하면서도 큰소리 한번 내지 않았고, 헛말을 해 ‘입 도마’에 오른 적도 없었다. 30년 공직생활의 관록은 그를 ‘해결사’로 자리매김해줬다. 농식품부는 그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농업에 수산, 식품업무까지 합쳐져 초 매머드급 부처가 됐지만, 요즘 농식품부는 일개 부서가 움직이는 듯 똘똘 뭉쳐 있다. 그는 취임 4개월 만에 농식품부의 듬직한 ‘큰형님’이 되어 있었다.
“로비설 전혀 근거 없다”
지난 12월12일 오후 4시 농식품부 집무실에서 만난 장 장관은 국회 예산특위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그는 인터뷰 시간을 잡기 어려울 정도로 바빴다. 온유한 미소에 각진 곳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인상. 인터뷰는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문제부터 시작됐다. 최근 농식품부는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승인 과정에서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 당시 실무진과 간부가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조사를 받은 바 있다. 당초 검찰은 2005년 가을 세종증권 인수를 반대했던 실무진이 2006년 1월 승인 쪽으로 방향을 튼 것에 주목했다. 하지만 최근 검찰은 농림부에 대한 로비의혹이 사실무근인 것으로 내부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에선 장 장관이 농림부 농정국장 출신이었음을 들어 그를 조사 대상으로 거론했다. 이야기가 거기에 이르자 장 장관의 어조가 갑자기 강해졌다.
“왜 그런 말이 언론에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꼭 제가 (로비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이잖습니까. 그건 잘못된 것입니다. 저는 오히려 그때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를 반대하는 쪽에 있었다고 봐야죠. 더욱이 승인이 날 무렵에는 이미 저는 재정기획부로 옮겨 가 있었습니다.”
그랬다. 장 장관의 공직 이력을 살펴보면, 그가 재정경제부 부이사관에서 농림부 농정국장으로 옮긴 시점은 2004년 1월, 재경부로 다시 옮겨 간 시점은 2005년 9월이었다. 따라서 그는 농림부가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를 승인한 시점인 2006년 1월에는 농림부에 있지 않았다. 장 장관에 대한 일부 언론의 보도는 잘못된 셈. 실제 검찰에선 그를 참고인 조사 대상에도 올려놓지 않았다.
▼ 당시 농림부 실무진이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를 반대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농협이 당시 증권사를 인수하겠다며 여기저기 이야기하고 다니니까 그게 언론에 나오고 그랬지요. 국회에서도 말이 나왔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농협 측이 우리에게 먼저 (승인에 대한 사항을) 물어온 게 아닙니다. 세종증권 인수에 대한 소문이 나자 우리 실무진이 농협 사람들을 불러 그에 대해 물어본 거죠. 반대 입장을 통보한 것은 그해(2005년) 4~5월쯤인데 실무진은 당시 농협 상황으로선 세종증권 인수가 부당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해 10월쯤 ‘보완대책을 가져오라’고 한 거죠.
당시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에는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가 있었습니다. 신용부분과 경제부분의 분리에 필요한 자본금도 부족했고, (증권사 인수를 위한)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안도 없었으며, 수지균형을 맞춰 (인수한 증권사를) 중장기적으로 건실하게 운영될 수 있게 할 방안도 찾아야 했죠. 실무진 사이에선 농협의 방만한 자회사 운영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농림부가 거기에 대한 해결책을 승인의 전제 조건으로 농협에 요구한 거예요. 지금도 문제가 되지만, 농협이 농민을 위한 일을 해야 하는데 자꾸 신용부분만 키우니 농림부에서 미리 브레이크를 건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