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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불법 한약재 범람은 보건복지가족부 때문?

‘국산으로 위·변조할 수 있게 법 고치고, 10년 동안 단속도 전무(全無)’

  • 최호열│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oneypapa@donga.com│

중국 불법 한약재 범람은 보건복지가족부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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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불법 한약재 범람은 보건복지가족부 때문?
이로써 제조업체와 약업사들이 농민들에게서 수매한 국산 한약재에 중국산을 섞어 자체 포장해 국산 한약재로 유통시킬 수 있는 길이 뚫렸다. 게다가 한약도매상의 국산한약재 자가규격품은 ‘국산’이라는 이유로 농약잔류물 검사나 중금속 함유 검사를 받지 않고 유통시킬 수 있었다.

권 사무총장은 “식품용 수입산 한약재의 위변조가 일어나는 중요한 경로는 실제 가공 포장을 하고 있는 약업사(한약도매상)와 제조회사다. 우리나라엔 840개 약업사, 243개 제조회사가 산재해 있다. 그나마 제조업체는 생산관리대장을 비치하고, 1년에 한 번 식약청에서 서류검사라도 한다. 하지만 약업사는 그조차 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상 치외법권지대인 셈이다.

박 의장은 “약업사나 제조업체는 대부분 식용 한약재도 포장·판매할 수 있고, 약용 한약재도 포장·판매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식품으로 들여와 한약재로 둔갑시키기 쉽고, 단속하기도 어렵다. 아예 둘 중에서 하나만 할 수 있도록 해 식품과 약재의 유통경로를 원천적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농민들의 ‘자가포장제’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일선 보건복지가족부 직원들도 공감하고 있다. 한 직원은 “문제 조항을 바꾸려 해도 관련 단체들의 데모, 압력이 심하다. 관련 부서에서 이 조항을 몇 번 없애려다 실패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번에도 담당실무자들이 입법예고까지 했는데도 아직까지 최종결재가 났다는 이야기가 없다. 어디에선가 결재가 멈춘 것이다”고 귀띔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또한 1998년 관련규정을 개정하면서 수입업자와 유통업자들이 식품으로 들여온 중국산 한약재를 국산 한약재로 속여 유통하기가 더 용이하도록 만들었다. 불법유통을 막는 기능인 ‘한약 판매업자의 품질검사의무화 및 규격화 일지 작성의무’ 등의 조항을 폐지 또는 삭제한 것이다. 정부에서 나서서 한약재 유통경로 파악이 불가능하도록 만든 셈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가족부는 문제 조항의 삭제·폐지는 자신들 책임이 아니라며 억울해 했다. 한의약산업과 박상표 과장은 “당시 정부에서 규제개혁 차원에서 ‘~해야 한다’는 규제조항을 일제 정비했다. 그 과정에서 문제의 조항이 폐지됐다. 그 이후 이를 대신할 별도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중국 불법 한약재 범람은 보건복지가족부 때문?
그는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관련 조항을 되살리기 위해 현재 관련 단체, 기관들과 의견을 조율 중이다. 빠른 시일 내에 ‘한약재 수급 및 유통관리 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국산 한약재 생산 농민들은 ‘국산 한약재 수매자료 확보 5년간 의무 비치’ ‘수급조절한약재 재배정 결과 보고 의무’ ‘약재용 수입한약재 및 식용수입한약재 유통 추적제도 신설’ ‘의약품제조업자 판매업자는 판매일지 3년간 보존’ ‘품질검사의무와 규격화 일지 5년간 보존’ ‘한약수입협회의 수입한약재 수입현황 의무 통보’ 등의 조항 신설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또한 생산농민단체가 불법한약재 유통단속을 보조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약재는 총 546종이고, 이 가운데 국내 재배가 가능한 게 150여 종이다. 하지만 지금은 30여 종만이 일정 규모 이상 생산되고 있고, 일부는 종자조차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사라졌다.

이렇게 된 데에는 보건복지가족부에서 만든 수급조절위원회가 제 구실을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농민들의 시각이다. 보건복지가족부는 1993년 법령으로 한약재 수급 조절을 담당할 수급조절위원회를 만들면서 이를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산하에 두었다. 이 기구를 만든 기본 취지는 불법 중국 한약재로부터 국산 한약재를 보호하자는 것이었다.

부적절한 관계

따라서 수입을 결정할 때에도 국산 한약재 재고량을 우선 구입하는 등의 대책 마련을 했어야 했는데 그런 노력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수급 조절 품목을 줄이는 데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이 있다. 처음 만들어질 때만 해도 70개 품목에 대해 중국산 한약재 수입을 막는 역할을 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점점 줄여나가더니 지금은 14개 품목만 수급조절을 관리한다. 나머지는 중국산 한약재 수입을 자유롭게 허용한 것이다. 결국 여기서 빠진 품목은 중국산 한약재와의 가격경쟁에 밀려 국내 생산이 급감했고, 그만큼 수입량은 늘어나 수입상 이윤만 늘리는 셈이 되었다.

수급조절위원회는 총 1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한국한약제조협회, 한국한약도매협회, 대한한약협회, 한국생약협회 등 한약재 수입 제조 유통 관련 단체들이 과반 가까이 된다.

특히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회장은 자신은 물론 가족들까지 수입상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생약협회 역시 수입상과 유통상들이 사실상 장악한 기구다. 이 단체 회장은 수입상이면서 약업사, 식품회사, 한의원 등을 두루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수입상들이 중국산 한약재 수입물량을 정하고, 그 물량을 자기들끼리 배분해온 것이다. 게다가 한약재 통관검사도 이들이 출자해 만든 한국의약품시험연구소에서 담당하고 있다. 자기들이 수입한 약재를 자기들이 검사하고 통관시키는 셈이다. 이런 문제를 보건복지가족부는 방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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