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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 잠망경

‘자가발전’의 모든 것 읍소, 우회전술, ‘청와대 관계자’ 섭외까지…

쏟아지는 하마평의 배경

  •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자가발전’의 모든 것 읍소, 우회전술, ‘청와대 관계자’ 섭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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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대사의 경우

당연한 말이지만 자가발전에는 여러 기법이 사용된다.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당사자가 직접 자기 입으로 퍼뜨리는 것으로, 아예 기자들에게 대놓고 장관 자리를 제의받았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경우다. 취임 준비를 시작했다거나 해당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는 식의 ‘실황중계’도 그때그때 이어진다. 이전 정부 청와대 요직에서 일했던 J모 전 의원, 안보부처 수장을 지낸 C모 전 의원이 이 스타일의 대표주자다. J 전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했던 측근의 설명이다.

‘자가발전’의 모든 것 읍소, 우회전술, ‘청와대 관계자’ 섭외까지…

국정감사가 한창인 2008년 10월24일 국회 복도가 답변을 준비하는 국회 관계자들과 정부 관료들로 만원을 이뤘다. ‘정보’가 흐르는 현장이다.

“처음에는 보좌진도 그냥 하는 소리이겠거니 했다. 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우연히 한두 번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하더니 수위가 점점 높아졌다. 결국에는 진짜 임명장을 받는 것이었다. 다들 많이 놀랐다.”

물론 이런 스타일의 자가발전은 위험한 측면이 있다. 공직자가 ‘다른 자리’를 탐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용납되기 어려운 분위기 때문이다. 최근 구설에 오른 K대사가 대표적이다. 사석에서 “여기가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닌데…”라거나 “서울에서 할 일이 있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려진 K대사는, 개각설이 한창일 무렵 서울을 다녀간 사실이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제대로 곤욕을 치렀다. 본인의 적극적인 해명도 전혀 먹히지 않았을뿐더러, 그간 이어지던 장관 하마평은 일제히 자취를 감췄다.

우회전술의 미학



더욱이 이런 노골적인 기법은 웬만큼 얼굴이 두꺼운 고참 정치인이 아니고서는 구사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입각 희망자들이 ‘우회전술’을 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누가 되어야 한다’가 아니라 ‘이런 스타일이 되어야 한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현직 장관이 청와대와 부처의 가교 역할을 제대로 못해 도마에 올랐다면 ‘장관의 임무는 청와대를 대신해…’라며 지론을 이야기하는 식이다. 물론 그런 스타일의 대표주자는 자기 자신임을, 굳이 말하지는 않아도 듣는 사람 역시 잘 알고 있다. 노련한 고위관료들의 돌려 말하기 기술은 거의 예술의 경지다.

최근 여의도 국회 주변에서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을 칭찬하는 목소리가 부쩍 늘어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전 장관은 현 내각에서 유일하게 의원을 겸직하고 있는 각료다. 입각을 희망하는 정치인들이 “충성심과 추진력을 겸비했다”거나 “여의도와 과천의 소통이 원활해졌다”고 입을 모으는 것은 다음 개각에서 더 많은 의원이 발탁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이들 ‘겸손형’의 특징은 절대로 잠재적 경쟁자의 이름을 먼저 얘기하지 않는다는 것. 한 여당 출입기자의 말이다.

‘자가발전’의 모든 것 읍소, 우회전술, ‘청와대 관계자’ 섭외까지…

2008년 9월26일 이명박 대통령이 경기도 포천 승진훈련장을 방문, 합동화력운용 시범을 관람하기에 앞서 친박 핵심인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대부분 한 상임위에서 오래 일한 중진들이 이런 스타일이다. 전문성 있는 의원들이다 보니 기자들이나 주변에서 관련부처 하마평 이야기를 묻곤 하는데, 절대로 누구 이름을 먼저 얘기하지 않는다. 기자가 특정인을 찍어서 물어도 절대로 좋게 얘기하지 않지만, 또 거꾸로 티 나도록 나쁘게 말하는 법도 없다. 아주 가까운 기자가 ‘의원님은 어떠십니까?’ 물으면 처음에는 빼다가도 ‘굳이 기회가 주어진다면…’ 하고 말끝을 흐리는 식이다.”

“나 여기 있어요”

강만수 경제팀에 대한 비판이 거세진 최근 들어 언론 기고나 관심이 집중되는 외부 강연 등을 통해 목소리를 높이는 이가 많아진 것도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자가발전의 한 유형이다. 주로 전직 관료나 대선캠프에 관여했던 인사들이 이런 전략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쉽게 말해 ‘나 여기 있어요, 나를 잊지 말아주세요’라며 존재를 상기시키는 식이다.

자가발전의 가장 보편적인 경로는 주로 보좌진이나 측근을 통해 기자들을 접촉하는 방식이다. 개각을 앞두고 하마평 기사가 나올 즈음에 평소 친분이 두터운 여당이나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우리 영감 이름 좀 넣어달라’고 읍소하는 방식이 가장 많다. 국회의원 보좌관들로서는 민감한 시기에 의원 이름이 등장하도록 만드는 일이 대단히 큰 성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열성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한 여당 중진의원 보좌관은 “경쟁자 이름은 들어갔는데 자기 이름은 빠진 경우 평소에 ‘기자 관리’를 어떻게 했느냐며 꾸중을 듣게 되는 때가 바로 이때”라고 푸념했다. 거꾸로 기자들 입장에서는 국정감사 시기 대(對)정부 자료요청 등에서 의원 보좌관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한 번만 도와달라’는 요청을 쉽게 뿌리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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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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