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호

‘대주단 1호’ 대주건설 논란

내부 고발자 “아파트 분양금 받아놓고 공사 제때 안 해 원성”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한상진│동아일보 주간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09-01-07 17: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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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기(工期) 못 맞춰 분양금 돌려줘야 할 판”
    • “채무상환 여력 있으면서도 안 갚아 신용등급 강등”
    • “임직원에 아파트 떠넘기고 급여 체불”
    • “국세청 고위층 청와대의 ‘대주 청탁’ 받고 고민”
    ‘대주단 1호’ 대주건설 논란

    2008년 11월18일 ‘건설사 금융지원설명회’ 설명회장. 각 건설사측은 회생가능성을 타진하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아파트 미분양 등에 따른 주택건설업계의 부실 우려, 건설업계에 돈을 빌려준 금융권의 동반 부실 우려가 한국 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 때문에 일시적 자금난에 빠진 건실한 건설회사는 살리겠다는 취지의 ‘대주단’이 주목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피오레’ 브랜드로 알려진 대주건설이 2008년 11월24일 대주단 협약 가입을 신청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날 이 회사는 주채권은행인 경남은행 측에 ‘건설업계 지원을 위한 금융권 자율협약(건설사 운영협약)’ 참여를 신청한 것이다. 자진해서 가입 사실을 공개한 것은 건설업체 중 처음이었다.

    그런데 ‘대주단 1호’ 대주건설에 대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 회사 내부 고발자와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에 의해서다. 또한 이 회사의 실질적 사주인 허재호 대주그룹 회장의 조세포탈 및 횡령사건과 관련, 노무현 정권 시절 청와대 실세가 국세청을 상대로 무마 청탁을 했다는 국세청 내부 증언도 나왔다.

    ‘사고 사업장’으로 분류

    내부고발자인 대주건설의 한 현직 간부 A씨는 “회사가 아파트 분양금을 받은 뒤 공사를 제때 하지 않아 입주예정자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으며 최근엔 이 문제로 관계기관의 제재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간부에 따르면 대주건설이 공사를 벌이고 있는 전남 목포 ‘옥암 피오레’ 아파트 사업장은 회사 측이 입주예정자들에게 약속한 공기(工期)보다 공사가 크게 지체됐다. 이에 입주예정자들은 아파트 준공을 책임지는 대한주택보증 측에 ‘분양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대한주택보증 측은 실태조사에 나서 이 사업장을 ‘사고 사업장’으로 분류했다. 이는 공사 진행이 계획의 75% 미만일 때 내려지는 조치다. 대한주택보증 측은 입주예정자들이 분양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환급이행’ 결정을 내렸다. 대주건설 측은 신규사업도 제약을 받게 됐다. A씨는 “대주건설의 아파트 사업장 5곳 정도에서도 공사가 계획보다 지체되고 있다. 이들 사업장의 입주예정자들도 회사 측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했다.

    대주건설이 시공한 주상복합아파트인 충남 천안시 불당지구 ‘트윈팰리스’는 지난 10월 부실시공 논란에 휩싸였다고 한다. 입주예정일보다 입주가 3개월여 미뤄진 가운데 대주건설 측이 지난해 11월 실시한 구조안전진단 결과 일부 기초 콘크리트의 내하력과 지내력이 떨어져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공사현장 주변에서는 “아파트 무게를 지탱하는 콘크리트가 설계보다 얇게 설계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천안시 측은 “실태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입주예정자 기망’ 오해 자초”

    대주건설의 ‘옥암 피오레’ 이외 아파트 사업장의 입주예정자들은 ‘대주건설에 사고사업장 조치가 내려졌다’는 사실을 통지받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A씨에 따르면 대주건설 측은 이들 입주예정자에게 안내문을 발송하면서 ‘분양이행’이 선택된 대한주택보증의 문서를 첨부했다. “입주예정자들은 공사가 제대로 안 될 경우 시공사를 바꿔 계속 공사하도록 하는 ‘분양이행’과 분양금을 돌려받는 ‘보증이행’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회사 측은 임의로 ‘분양이행’이 선택된 문서를 첨부해 입주예정자들에게 발송한 것이다. 이는 ‘절차를 잘 모르는 입주예정자들을 기망하는 행위’라는 오해를 자초하는 것이며, 도덕적 해이 논란을 부를 수도 있다.”(A씨)

    대주건설이 하도급 업체에 공사비를 ‘짜게’ 준다는 얘기도 나왔다. “회사가 협력업체에 공사를 주면 이 협력업체는 다시 하도급 업체에 공사를 주는 식인데, 이들 업체에 내려 보내는 공사비가 적은데다 수개월째 지급을 미루는 일이 자주 있었다”고 한다. 2007년 7월 경기도 용인시 기흥읍 공세지구 아파트 공사 현장에선 대주건설의 협력업체가 부도를 내고 도주하자 이 협력업체로부터 하도급을 받아 공사를 해온 35개 업체 30여 명이 공사비 2억3000만원을 받지 못했다며 시위를 했다.

    용인 공세리 아파트 사업은 대주건설 측이 구릉지대 임야를 매입한 뒤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땅으로 형질 변경하고 3.3㎥(1평)당 1300만원 정도의 분양가를 책정해 2000가구를 거의 100% 분양 완료한 것으로, 사업 종료시 대주건설 측은 수천 억원의 수익을 얻게 된다고 한다.

    A씨에 따르면 대주건설이 현재 겪고 있는 자금난은 대주 측이 금융권에 채무를 값을 수 있는 여력이 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도 원인이 됐다고 한다. 보증 채무여서 대주측도 억울한 측면은 있다는 시각도 있다.

    ‘대주단 1호’ 대주건설 논란
    “2007년 울산 무거동 아파트 사업 과정에서 시행사가 프로젝트파이낸싱 자금을 상환 못해 부도를 냈다. 그러자 지급보증책임이 있던 시공사 대주건설은 채권기관과 협상을 벌이다 채무상환금 만기 시점이 지나도록 상환하지 않았다. 결국 며칠 뒤 다 갚기는 했다. 당시 ‘채무 이행 여력이 있으면서도 만기를 넘겼다’며 금융권이 발칵 뒤집혔다. 이 때문에 대주건설의 신용등급이 한꺼번에 3단계나 강등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이후 만기 자금에 대한 금융기관의 만기 연장도 잘 되지 않아 자금난이 심화됐다.”

    올 들어 대주건설이 미분양 아파트를 임직원들에게 떠넘겨 왔다는 얘기도 나왔다. A씨는 “나도 회사 아파트를 한 채 매입했다. 분양가보다 싸게 회사 아파트를 매입했다지만 상당수 임직원들은 사고 싶지도 않은데 사게 된 것”이라고 했다. 대주건설 직원들의 급여는 수개월째 체불되고 있다고 한다.

    이병완 친형, 대주 계열사 사장

    대주건설의 사주인 허재호 대주그룹 회장은 노무현 정권 때부터 시작된 국세청 세무조사와 검찰수사 결과 법인세 508억원을 탈세하고 부산에서 아파트 공사를 시행하면서 10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최근 허 회장에게 탈세 등의 혐의로 징역 5년과 벌금 1000억원을 구형하는 등 대주그룹 관계자 3명과 대주건설 등 2개사에 2550억원의 벌금을 구형하면서 재판부에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해달라고 요청했다.

    탈세 규모와 비교했을 때 검찰의 선고유예 요청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0월14일 국회 법사위의 광주지·고법과 광주지·고검 국정감사에서 노철래 친박연대 의원은 “허 회장이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뉘우치고 있다는 취지에서 검찰이 벌금형을 선고유예해달라고 구형했다는데 이는 해괴한 일이다. 검찰이 지금까지 없었던 관행과 선례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증인으로 나선 김관재 고법원장은 “구형은 검찰 고유권한이다. 하지만 이례적 구형이었다”고 답했다.

    ‘대주단 1호’ 대주건설 논란

    대주그룹 계열 대한조선 전경.



    대주그룹은 호남지역을 연고로 지난 수년 동안 M&A 등을 통해 건설에서 조선, 금융, 미디어, 레저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왔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노무현 정권 때인 2003년 8월 노 대통령의 측근인 이병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의 친형 이모 씨는 대주그룹 계열사인 광주 소재 동양상호저축은행의 대표이사가 됐다. 이 무렵 허 회장의 최측근인 황모 씨가 이 은행의 이사로 등재되어 있었다. 황씨는 이 은행 이외에도 대주그룹의 다른 계열사에도 이사로 되어 있었다. A씨는 “대주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은 허 회장이 직접 한다. 동양상호저축은행은 허 회장과 황씨가 실질적으로 경영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세청 고위층, 측근에 하소연

    2007년 3월1일 서울지방국세청은 대주건설, 대한화재 등 대주그룹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국세청의 고발에 따라 검찰 수사도 진행됐다. 국세청 세무조사가 시작되면서부터 대주 측은 ‘광주 지역경제를 살리는 것이 우선’ ‘대주는 지역경제의 버팀목’이라는 지역 여론 조성에 애썼다. 조세포탈 규모가 큰데다 자칫하면 구속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허 회장은 검찰에 기소된 뒤 열린 지난 12월4일 공판에서 “선처를 받는다면 ‘광주일보’와 ‘함평골프장’을 공익법인에 기부해 지역 사회에 헌납하겠다. ‘광주일보’와 ‘함평골프장’의 자산가치는 500억원 정도이며 이미 ‘이곡문화재단’에 회사 지분을 기부하겠다는 약정서를 체결했다”고 재판부에 밝혔다. 그러나 이곡문화재단은 ‘대주문화재단’에서 이름이 바뀐 것으로 이사진은 허 회장 사람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현직 간부 B씨는 “노무현 정권 시절 대주그룹 세무조사가 진행되고 있던 무렵 청와대 한 실세가 국세청 고위층에게 ‘대주 세무조사 잘 봐달라’고 요청해왔다. 국세청 고위층은 ‘이 민원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측근인 내게 털어놓기도 했다”고 밝혔다.

    A씨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를 고발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회사가 자금난을 극복하고 회생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런데 기업이 건강하게 발전하고 지역경제에도 기여하기 위해서는 정직해야 한다. 조세포탈, 횡령 등의 잘못을 저질렀다고 기업이 망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신뢰를 잃으면 망한다. 잘못을 감추지 말고 다 털어놓고 난 뒤 회생시켜달라고 사회에 요청하는 것이 도리다.”

    ‘신동아’는 허 회장 측 입장을 들었다. 대주건설 관계자는 목포 ‘옥암 피오레’가 사고 사업장이 된 것에 대해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점을 인정한다”면서 “회사가 자금난을 겪으면서 일부 사업장에서 공사가 지체되고 있지만 곧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이행을 미리 선택한 공문을 입주예정자들에게 보낸 것과 관련해선 “실무 차원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안 좋게 볼 수도 있겠지만 입주예정자들을 속일 의도는 없었다”고 했다.

    공세리 아파트의 고분양가 분양 및 수천억원 수익 주장에 대해 이 관계자는 “근처 용인의 다른 단지에선 분양가가 더 높았다. 회사가 얻는 수익은 아파트 분양 뿐 아니라 인근 벤처단지 쪽까지 포함한 것으로 아는데 수익 규모는 지금은 확실히 알 수 없다. 용도변경 과정에 특혜는 없었으며 이는 설계회사와 용인시가 더 잘 알 것”이라고 했다.

    “채권자의 고리(高利) 요구에…”

    천안의 부실시공 논란의 경우 “일부 공사가 매뉴얼대로 진행되지 않아 안전 문제점이 지적돼 보강공사를 했다”고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임직원 상당수가 회사 보유 미분양 아파트를 특별분양 방식으로 구입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정기간 이뤄진 이벤트 행사였으며 10~20% 할인을 해줬다. 아파트 떠넘기기식의 강압이나 인사와 연계하겠다는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 회사의 자금난으로 두달치 상여금이 밀려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채무이행 능력이 있으면서도 채무상환을 하지 않았다’는 논란에 대해선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 일로 회사가 상당히 타격을 입었다. 그때부터 자금난이 본격화해 지금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시행사가 부도난 뒤 회사는 350억원 정도의 보증채무를 지게 됐다. 회사는 채권 금융기관 측에 채무의 일부는 상환할 테니 일부는 만기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이 금융기관은 ‘만기연장해주는 부분에 대해선 이자를 기존 9%에서 17.5%로 올리겠다’고 했다. 회사 측은 채무를 상환할 능력은 있었지만 ‘보증을 잘못 서서 남의 채무를 떠안게 된 것이므로 우리도 피해자인데 금융기관이 너무 심하게 나온다’고 생각했다. 그런 와중에 채무만기를 넘기게 됐다. 그 바람에 회사 신용등급이 대폭 내려가 어려움을 겪게 됐다.”

    ‘염가로 공사 하도급을 주고 공사대금도 제때 주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선 이 관계자는 “시공사 입장에서는 하도급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 가격에 안 된다고 하면 하도급을 받지 않으면 된다. 회사가 본사 직원들 급여도 제때 못 줄 정도로 유동성 확보가 쉽지 않아 공사대금 지급이 다소 늦춰졌을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동양상호저축은행 대표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회장님이 높은 분을 많이 만난다고 들었지만 누구를 만났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의 선고유예 요청은 기업의 어려움을 감안한 것으로 특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대주가 흔들리면 광주가 위기”

    광주지역 경제인들을 중심으로 대주건설 등 대주그룹의 회생이 지역경제 활성화 및 고용창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여론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 지역 한 기업인은 “대주그룹 유관인구는 2만명에 이른다”고 했다.

    “법을 준수하지 않는 잘못된 행위는 처벌받아 마땅하나 대주그룹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막대한 파장을 고려해 선처해달라. 대주그룹은 광주·전남의 중추기업으로 국가와 지역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높은 만큼 허 회장 구속은 그룹 와해와 지역경제의 피폐화를 가져올 수 있다. 대주가 이 위기상황을 스스로 극복, 지역민 피해를 최소화하고 자성을 통한 사회적 책임도 다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광주전남경영자총협회 2007년 11월 19일 성명).

    “대주그룹 계열사인 대주건설은 지역 건설사 중 규모가 가장 커 대주건설이 흔들릴 경우 그 파장이 지역경제의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대한전문건설협회 전남도회 같은 날 성명).

    “탄력을 받고 있는 지역기업들의 해외수출 활동에 악영향이 우려된다”(무역협회 광주전남지부 같은 날 호소문).

    “대주그룹 사태로 인해 지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허 회장에 대해 최대한의 관용을 베풀어달라”(광주상공회의소 2007년 11월18일 성명).

    검찰도 이런 지역 여론을 적극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황희철 광주지검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 때 “기업 수사는 불법행위가 있더라도 기업을 살리는 방향으로 수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대주가 상당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기업은 개인 소유이기는 하지만 고용의 토대가 되는 등 사회의 소유이기도 해 기업의 존폐를 생각해 선고유예를 구형한 것”이라고 밝혔다.

    허 회장과 대주건설 사안에는 한국 건설업계를 둘러싼 온갖 긍정적-부정적 쟁점과 찬반여론이 집약되어 있다. 법원과 대주단의 판단이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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