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한국에는 주한미군 아파치헬기 2개 대대(40대)가 배치되어 있다. 남북한 교전시 막강 화력과 민첩성을 지닌 이들 아파치헬기는 3700대에 달하는 전차 등 북한군 기갑부대와 특수부대를 조기에 섬멸함으로써 민·군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기능을 맡게 된다. 국군이 보유하고 있는 대전차 공격용 헬기 AH-1S, 500MD는 기능 면에서 아파치헬기에 못 미친다.
이상희 국방장관은 “북한 핵실험은 남북한 군사적 균형을 와해시키는 심대한 위협이다. 북한은 사거리 2500~ 4000km IRBM(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작전 배치하고 신형전차와 포병, 특수전 병력 등 재래식 전력을 지속적으로 증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치헬기, 한미동맹의 척도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아파치헬기가 한국에 계속 주둔하느냐’의 문제는 한미동맹의 견고함을 가늠하는 척도가 됐다. “미국이 아파치헬기를 뺀다더라”는 보도가 나오면 한국 정부는 “그런 일 없다”면서 진화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때로는 모호한 답변을 하고, 때로는 한국 측이 원하는 답변을 하여 이 문제는 지속적으로 이슈가 됐다.
2008년 4월15일 일부 언론은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주한미군 아파치헬기 1개 대대의 철수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정반대로 4월30일 다른 언론은 “미국이 주한미군의 아파치헬기 1개 대대와 운용병력 500명을 아프가니스탄으로 차출하겠다는 계획을 한국에 통보했다”고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국방부는 “그런 통보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5월30일 버웰 벨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은 주한미군 아파치헬기의 아프가니스탄 배치설에 대해 “미 육군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사안인데 아직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의 현지 지휘관이 소요를 제기하지 않았다. 지금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상태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반면 6월3일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아무런 결정도 내린 바 없다. 조만간 그럴 계획도 없다. 동맹국인 한국과 충분한 협의 없이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 측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10월 국감에서는 ‘미국이 주한미군 아파치헬기를 철수하는 대신 국군이 미국으로부터 아파치헬기를 구매하기로 했다’는 새로운 정보가 흘러나왔다.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은 한국국방연구원이 이미 분석에 들어갔다면서 “한국군이 36대의 중고 아파치헬기를 구입하는 데 1조원, 운영하는 데는 연간 1000억원이 든다”고 밝혔다. “한미 군사동맹이 ‘혈맹’ 성격보다는 ‘비즈니스’ 성격으로 바뀌고 있고, 한국이 값비싼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마침내 11월16일 조지프 필 주한미8군사령관(육군 중장), 장광일 합참 작전본부장(육군 중장), 국방부 원태재 대변인 등 한·미 군 당국자는 기자회견을 열어 “2009년 3월 주한미군 아파치헬기 1개 대대(24대)를 한국에서 철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원 대변인은 “아파치헬기는 미 공군의 A-10 공격기 및 미 해군의 MH-53 헬기 등의 전력으로 대체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A-10이 아파치헬기보다 성능이 뛰어나다. 아파치헬기 철수는 문제거리가 아니며 안심해도 된다”는 요지로 언론에 설명했다.
왜 ‘11월16일’ 발표했나
그러나 이 사안은 한미동맹의 최대 이슈 중 하나였으며 정부가 일관되게 부인해왔고 게이츠 미 국방장관도 “그럴 계획 없다”고 했다가 갑자기 반전되어 소문대로 현실화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이명박 정부가 주한미군 병력의 현 수준 유지, 한미동맹 복원을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과도 맞지 않는 일이다.
이와 관련, 미 정부의 한 소식통은 “군 발표에 따르면 ‘아파치헬기 한국 주둔’이 ‘A-10기 한국 주둔’으로 대체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럴 경우에는 별 논란은 없다. 문제는 이렇게 실행될지가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고 밝혔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