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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 고수’ 김광수경제연구소의 한국 경제위기 구조 진단

“개발사업으로 거품 붕괴 막으려다 일본식 ‘잃어버린 10년’ 부른다”

  • 선대인│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재야 고수’ 김광수경제연구소의 한국 경제위기 구조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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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시중 유동성을 공급하기는커녕 이런 식으로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다보니 시중금리는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2007년 말 이후 주택 담보대출의 95%가량을 차지하는 CD연동 대출 금리가 급등했다. 당시 변동금리는 최고 8.5%선, 고정 금리형은 최고 10%선에 육박했다.

이 같은 시중 금리 상승세는 한국은행이 2008년 9월 이후 모두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25% 포인트 인하하면서 주춤한 상태다. 그렇다고 시중 금리가 기준금리가 낮아진 만큼 빠지지도 않고 있다. 한마디로 기준금리와 시중금리가 따로 노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08년 하반기 미국발 금융위기가 닥치자 국내 은행이 외화를 차입하기 어려워졌다. 외화 유동성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여기에 국내에서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자 국내 은행도 신용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기존 대출을 회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정부는 ‘11·4 대책’을 통해 서울 강남 3구를 제외한 부동산 투기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 등을 해제했다. 사실상 대출 규제 완화 조치인 셈이다. 그러나 국내 금융기관은 과거처럼 적극적인 부동산 담보 대출에 나서지 않고 있다. 제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바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과다 대출은 금리 상승만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은행권이 원화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면서 기업 또한 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은 은행이 대출을 해주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기업보다 신용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 은행이 은행채를 남발하자 평소 회사채를 소화하던 기관투자자가 이쪽으로 몰린 탓이다.



은행은 그동안 만기가 1년 이상 7년 이하의 은행채를 주로 발행했다. 예컨대 2006년에 만기 2~3년짜리 은행채를 발행했다면 2008년부터 2009년에 걸쳐 상환 기간이 도래한다. 이런 식으로 은행채의 상환 잔존 기간별 상환도래 금액(도표1 참조)을 살펴보면, 2008년 10월 현재 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하는 금액이 55조9000억원으로 전체 발행잔고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또 1~2년 사이에 상환해야 하는 금액도 41조6000억원으로 30%를 차지하고 있다. 2년 이내에 상환해야 하는 은행채가 총 97조5000억원으로 전체 발행잔고의 70%에 달한다는 얘기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차환 발행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신용위기가 전세계로 퍼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도표1’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2008년부터 전월대비 은행채 순발행(증감)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은행채 차환 발행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만기가 도래한 은행채의 경우 원리금을 상환해줄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은행이 극심한 원화 유동성 위기에 빠지게 된 것이다. 물론 CD와 단기 외화차입 상환도 마찬가지로 원화 유동성 부족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은행채 금리도 폭등하고 있다. 이는 은행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가 급감해 수급 균형이 무너진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은 막대한 은행채 상환을 위해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급기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나서서 원화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으로도 해결하기는 힘들 것이다. 은행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예금 금리를 올려 시중자금을 끌어오려고 발버둥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은행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뻔하다. 부동산 담보 대출이나 기업 대출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 경우 부동산 가격은 더 급속히 하락할 수밖에 없다. 또 대출을 회수당한 기업은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빠져 도산할 소지가 크다. 시간이 갈수록 그런 상황이 가속화하고 있다.

달러 수요 감당할 수 있나

현재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고 하는 환율 폭등 문제는 또 어떤가. 달러 사재기와 환(煥) 투기 등의 요인이 일부 있을 수 있지만, 펀더멘털 측면에서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순매도로 인한 외환 수요다.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순매도 규모는 2007년 27조2000억원(약 290억달러)에 이어 2008년에도 40조원(약 500억달러)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2008년 들어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된 데다 수출 기업이 달러를 내다 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8월까지 경상수지 적자폭이 125억달러를 넘었으나 10월과 11월의 경상수지 흑자 전환으로 2008년 적자 규모는 70억달러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환율 폭등으로 외환시장의 최대 공급자이자 수요자인 수출 기업이 환차익을 노리고 달러 공급을 꺼린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수출총액을 약 4400억달러로 볼 때 수출 기업이 결제 대금 가운데 10%만 시장에 내놓지 않는다고 해도 연간 440억달러의 달러 공급이 줄어들게 된다. 2008년 경상수지 적자 추정치 70억달러를 포함하면 연간 약 510억달러의 공급이 줄어드는 셈이다.

셋째, 은행권의 단기 외채 상환을 위한 달러 수요다. 국내 은행(해외 지점 포함)이 2009년 6월까지 상환해야 하는 외채는 800억달러에 달한다. 국내 은행과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을 통한 단기 외화 차입은 부동산 담보 대출 경쟁이 정점에 이른 2006년부터 급증했다.

위의 세 가지 요인을 감안하면 한국의 외환시장은 플로 측면에서 약 1800억달러가 필요한 상태다. 여기에 구체적인 수치를 가늠하긴 어렵지만 환율 상승에 따른 투기적 가수요까지 포함하면 ‘최악의 경우’2000억달러 안팎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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