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 어언대 정문. 이 대학은 한국유학생이 많은 대학이다.
중국 명문 칭화(淸華)대학을 졸업한 한국인 김유훈(24)씨는 2009년 9월부터 스위스연방공과대학 로잔캠퍼스(EPFL) 생명과학계열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연간 6만~6만5000달러에 달하는 수업료와 생활비를 전액 장학금으로 받고 있다. 이 학교는 천재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을 배출하기도 한 유럽의 명문대학이다.
김씨는 한국에서 고등학교 1학년 때 베이징(北京)으로 유학을 떠나 중국 현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 뒤 칭화대에 입학했고 졸업 무렵 영국 옥스퍼드대 등 세계 10곳의 대학에서 석사과정 입학허가를 받았다. 그는 “학생 간에 경쟁이 너무 치열한 칭화대를 다닌 것이 많은 자극이 됐다”며 “대학 재학 시절 MT 한번 가보지 못했다”고 칭화대 시절을 떠올렸다. 그는 “대학에서는 노벨상을 수상한 교수에게서 배웠다”며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중국 유학의 길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세계적 암 연구자라는 목표에 성큼성큼 다가서고 있다.
#사례2
올해 1월18일 베이징의 한 신문은 외국인 유학생들이 아파트에 도박장을 만들어 도박을 하다가 공안에 적발됐다고 보도했다. 기사의 내용은 이렇다. 주민의 신고로 중국 공안이 16일 새벽 도박장을 덮쳐 20세 안팎의 대학생 8명을 체포하고 판돈 2만위안(약 360만원)을 압수했다. 이들은 베이징 소재 4개 대학에 재학 중이었다. 공안은 주범 2명을 구속하고 6명을 구류했다.
이들은 모두 한국인이다. 구류됐던 6명은 열흘 뒤 풀려났으나 일주일 뒤 강제로 출국 조치됐다. 이들은 모두 퇴학당했고 상당기간 중국 땅을 밟지 못한다. 한순간의 실수로 많은 것을 잃었다.
세계의 많은 인재가 중국 유학에 나서고 있고 이 중 가장 많은 자원은 한국인 학생이다. 최근 수년 동안 중국 내 한국인 유학생은 양적 질적 변화를 겪고 있다. 산이 높아지는 만큼 골도 깊어졌다. 중국 유학의 빛과 그늘을 조명해본다.
한국인으로서 중국 유학은 장점이 많다. 우선 영미권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한국과 가까워 왕래도 편하다. 동양인이고 같은 문화권이라 적응하기도 비교적 어렵지 않다. 게다가 중국은 미국과 함께 ‘G2(주요 2개국)’으로 거론될 정도로 나날이 국력이 강해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 러시도 이어진다. 이런 다양한 장점이 버무려지면서 한국인의 중국 유학은 1992년 양국 수교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왔다.
중국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08년 말 현재 중국에는 세계 100여 개국 출신 유학생(전문대 이상, 언어과정 포함) 22만3500명이 공부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인은 6만6806명으로 29.9%를 차지해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한국인 유학생은 2001년 2만2116명에서 7년 만에 3배 이상 폭증했고 이런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 이어 유학생이 많은 나라는 미국인데 1만9914명으로 8.9%에 달한다. 그동안 계속 일본인이 두번째로 많았으나 2008년 처음으로 미국에 역전됐다. 일본인 유학생은 1만6733명으로 7.5%이다. 그런데 두 나라 학생수를 합쳐야 한국의 절반을 갓 넘는 수준이다.
흥미로운 현상은 한국인 유학생이 중국 전역에 두루 퍼져있다는 점이다. 과거 몇 년의 통계를 볼 때 이런 추세는 점점 뚜렷하다. 한국인 유학생은 중국 연해와 동북3성에서 중국 내륙으로 서진(西進)하고 있다.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한국인 유학생은 △베이징 2만1109명 △상하이(上海) 1만1188명 △톈진(天津) 4978명 △산둥(山東) 성 4730명 △랴오닝(遼寧)성 4272명 등의 순이다. 1000명 이상이 유학 중인 성시만 해도 11곳에 달한다. 연해지역에 많고 내륙으로 갈수록 적다. 티베트로 알려진 시짱(西藏) 짱족(藏族)자치구에도 한국인 1명이 유학 중에 있다. 31개 성시에 한국인 유학생이 없는 곳은 한 곳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