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 박용인
2014년 7월25일 금요일 14시00분, 개전 3시간10분25초 경과.
신천시 남부 산업지구의 보위대 지구대 앞에는 50여 명의 남녀가 모여 있다.
“자, 들으시오.”
하면서 지구대 현관 계단에 올라선 전석규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
“한 줄로 서서 장부에 서명을 하고 무기를 지급받으시오. 그리고 바로 뒷마당에 다시 모입니다.”
그러자 남녀는 말없이 일렬로 선다. 배급에 익숙한 터라 곧 하나씩 열린 문 안으로 들어섰다.
“어디를 가는 게야?”
하고 줄에 섰던 박길수가 물었으므로 전석규는 머리를 저었다.
“별도 지시가 있을 때까지 협동창고 마당에서 대기하라는 거요.”
“영민이가 어젯밤부터 열이 더 나는데.”
했지만 박길수는 뒤에서 미는 바람에 옆으로 지나갔다. 이웃집에 사는 터라 전석규는 박길수 사정을 안다. 열세 살짜리 아들 영민이 열흘 전부터 기동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병원에 데려가보지도 못했지만 영양실조가 근원이다. 먹이기만 잘하면 병이 낫는다. 다른 쪽 문으로 AK-47 소총과 탄창을 받아 쥔 남녀가 빠져나오고 있다. 모두 노농적위대원이다. 17세에서 60세 사이의 남녀 중 현역과 교도대에 편성된 병력을 제외한 예비군 병력인 것이다.
7월25일 14시05분, 개전 3시간15분25초 경과. 오산의 연합사 전시사령부 벙커 안.
합참의장 장세윤이 무전기를 귀에 붙이고 있다가 버럭 소리쳤다.
“차 소장, 나다! 합참의장이다!”
이제야 105전차사단장 차봉호 소장과 통화 연결이 된 것이다. 장세윤이 서두르듯 말을 잇는다.
“대기하라. 알았나! 곧 대통령님께서 김정일과 협상을 하실 테니까 말이다!”
한마디씩 장세윤이 소리치듯 말했을 때 차봉호가 물었다.
“저놈들이 발포하기 전까진 쏘지 말란 말씀입니까?”
“미쳤냐? 그렇게는 못한다. 기다려!”
하고 무전기를 귀에서 뗀 장세윤이 주위에 둘러선 장군들을 보았다. 그러나 아무도 시선을 마주쳐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