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호

중소기업, 디자인으로 승부내라

중소기업 디자인 지원센터 개관 1년

  • 김지은| 신동아 객원기자 likepoolggot@empas.com |

    입력2010-12-03 11: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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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디자인재단의 구로 중소기업 디자인 지원센터가 개관 1주년을 맞았다. 바쁘게 달려온 1년. 구로디지털단지를 중심으로 변화하는 중소기업들의 모습을 통해 디자인 서울의 구심점이 될 중소기업의 미래를 예견해본다.
    중소기업, 디자인으로 승부내라

    중소기업 디자인 지원센터 전시실 내부.

    잿빛 도시. 공장에서 뿜어내는 매캐한 매연이 안개처럼 자욱하게 내려앉은 1980년대의 구로공단은 암울함이 감도는 낡고 허름한 공장 건물과 남루한 삶을 근근이 이어가는 사람들의 불안한 현실이 뒤엉켜 빛도 희망도 떠올리기 어려웠다. 불투명한 미래에 기댄 도시의 그림자는 어둡고 침울했다. 한마디로 구로공단의 현실은 국제도시로 도약하는 서울의 외면하고픈 이면이었다.

    구로공단의 모양새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다. IMF 경제위기 이후 늘어난 벤처기업들과 다양한 디지털산업 기반 사업체가 구로에 집중되기 시작하면서 구로공단 스스로도 그 모습을 탈바꿈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무렵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경제위기와 맞물려 직면한 위기의식이 첨단산업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제대로 자각하게 했고, 이러한 자각은 구로공단을 구로디지털단지로 탈바꿈시켰다.

    때마침 서울시가 구로단지에 아파트형 공장을 생각해낸 것은 획기적인 일이었다. 아파트형 공장은 한 건물 내에 다수의 공장이 동시에 입주 가능한 다층형 집합건물을 의미하는데, 구로공단에 산재해 있던 중소규모의 제조업체들이 첨단산업화 시대에 걸맞은 설비와 구조를 갖춘, 합리적인 구조의 건물로 이전하기 시작하면서 ‘공단’은 ‘디지털산업의 메카’로 탈바꿈했다. 하늘을 시커멓게 뒤덮는 검은 연기를 내뿜던 굴뚝은 미끈하게 치솟은 테크노빌딩으로 바뀌었고 아무렇게나 뒹굴던 노동의 흔적들은 차곡차곡 정돈되어 희망의 빛으로 반짝이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구로의 모습은 완전히 바뀌어 예전의 암울한 흔적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바뀐 것은 겉모습만이 아니다. 세제혜택 등 정부의 지원을 받은 중소제조업체들은 더욱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됐고,‘굴뚝산업’은 미래지향적인 ‘벤처형 첨단산업’으로 내용면에서도 진일보했다. 최근에는 이러한 아파트형 공장들이 또다시 변화하고 있다. ‘공장’보다는 아이디어와 창의력을 생산해내는 ‘지식산업센터’의 형태로 바뀌어가는 것이다.

    현재 구로디지털단지에 입주한 중소기업만 해도 자그마치 1만여 개. 예전에 비해 겉모습도 번듯해지고 내용도 풍성해졌지만 ‘중소기업’이 가진 한계는 여전하다. 적은 자본과 부족한 설비, 그들을 도와줄 유능한 인적자원 혹은 기업과의 네트워킹도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다.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력이 있어도 그들의 꿈을 실현할 실마리는 여전히 부족한 것이다.



    11월은 구로디지털단지에 구로 중소기업 디자인 지원센터가 개관한 지 딱 1년째 되는 달이었다. 때마침 ‘서울디자인 한마당 2010’을 성공적으로 끝낸 시점이어서 중소기업 디자인 지원센터 직원들은 한껏 고무되어 있었다. 서울디자인 한마당 2010에서 구로 중소기업 디자인 지원센터는 지금까지 센터의 지원을 통해 성공한 사례들을 전시함으로써 중소사업자들이 디자인센터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것은 물론 후(後)가공 프로세스와 기법을 전시하고 직접 만나기 어려웠던 디자인어워드 수상기업의 작품을 선보였다.

    디자인으로 일어서는 미래산업의 메카

    중소기업, 디자인으로 승부내라

    현장교육

    또한 제품개발과 디자인 보호에 관한 상담과 교육을 통해 막연하게 그려왔던 중소기업들의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중소기업과 디자이너를 연결하는 가교 노릇도 톡톡히 해냈다. 지금까지 구로 중소기업 디자인 지원센터가 해오던 일이기도 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중소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었다. 센터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지만 막연히 남의 일로 생각했던 수많은 중소기업주와 직원들의 호응이 쏟아졌다.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기에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한창 젊고 유능하다. 이들이 가진 에너지를 발산할 통로를 열어주는 것, 그것이 서울 중소기업 디자인 지원센터의 핵심 역할이다.

    중소기업 디자인 지원센터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디자인 경영을 지원해 매출증대와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기 위해 서울시에서 설립한 디자인 지원 전문센터다. 동대문에 설립된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신동아 2010년 11월호 소개)를 거점으로 구로와 강남, 마포 등지에 디자인 지원센터를 두어 강력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는 취지다. 그중에서도 구로 중소기업 디자인 지원센터는 철저하게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구로 중소기업 디자인 지원센터의 주요 업무는 물론 중소기업의 디자인 산업을 지원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갖고 있는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장 미려하고 실용적인 방법으로 제품화해 시장성을 확보하도록 하는 작업이다. 대기업에 비해 전문 인력도, 정보와 네트워크도 부족한 중소기업은 실력이 있어도 그 실력을 펼칠 수 있는 방법을 몰라 주저앉는 경우가 태반인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의 역할은 고무적이다.

    물론 이들의 지원사업은 디자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소기업의 제품화된 아이디어가 시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마케팅 전문가들이 동원되어 실질적인 유통 경로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까지 해준다. 제품 개발 단계부터 디자인, 후가공 작업, 그리고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각 기업마다 제품을 현실화하고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기까지 부족한 부분, 필요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해결점을 찾아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과 디자이너의 1사 1인 결연사업, 공용 장비실 및 시설 운영, 중소기업 CEO 혹은 직원들의 현장방문 교육 등 체계적인 지원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다.

    중소기업에 제2의 사무실

    역할에 비해 센터의 규모는 몹시 작은 편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안내데스크를 지나 다목적 전시홀과 공용회의실, 그리고 전문도서관이 공개된 형태로 자리하고 있다. 공간은 넓지 않지만 필요에 따라 이 공간은 자유자재로 커졌다 줄어든다.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천장에 레일을 설치, 파티션 형태의 벽을 만들어 때로는 전체를 전시홀로, 때로는 전체를 회의 공간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지난 서울디자인 한마당 2010 때 이 공간은 중소기업들의 성과물들을 전시하는 멋진 전시공간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내벽을 따라 설치된 전문 도서관에는 300여 권의 국내외 디자인 전문서적을 비롯해 매월 발행되는 국내외 디자인 잡지가 100여 권 넘게 비치되어 있다. 중소기업 종사자는 물론 일반인도 누구나 쉽게 열람하고 필요에 따라 복사할 수 있다. 디자인 관련 영상 멀티미디어도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 한 켠에 마련된 소박한 분위기의 디자인 테이블에서는 카페처럼 차를 마시거나 담소를 나눌 수도 있다.

    “대기업 디자인실이라면 필요에 따라 이 정도 규모의 도서관을 마련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닐 테지만 중소기업이라면 책 한 권 사보는 것도 자금력이 있어야합니다. 가까운 곳에 디자인 도서관이 있다면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열람하고 활용할 수 있어 중소기업들도 그만큼 정보력과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되지요.”

    중소기업, 디자인으로 승부내라

    설명회

    구로 중소기업 디자인 지원센터의 신희인 대표는 구로 중소기업 디자인 지원센터를 중소기업들이 언제고 활용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센터의 공간은 최신 디자인 트렌드 자료를 제공하고 중소기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각종 교육과 세미나를 수시로 개최해 스스로 질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비좁은 사무실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대규모 회의나 세미나 등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시설을 갖추었다. 해외 유학파 출신의 직원들이 상주하고 있어 필요에 따라 국제회의 등을 개최하고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시제품을 제작하고 작업물을 실제로 출력할 수 있는 공용장비실은 중소기업으로부터 큰 환영을 받는 시설이다. 아이디어와 디자인이 합쳐져 제품의 도안이 완성되면 이곳에서 3D 작업으로 시제품을 만들어볼 수 있다.

    “중소기업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 중 하나가 금형 제작비입니다. 실제로 수억원의 비용이 드는 금형은 한번 완성하고 나면 다시 변경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사소한 실수나 오차로도 돌이킬 수 없게 되죠. 이 때문에 금형을 제작하기 전 공용장비실의 첨단 장비를 통해 금형으로 완성된 것과 똑같은 시제품을 미리 제작해보고 결함을 확인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중소기업에서는 장비가 없어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인데 센터 개관 이후 이러한 작업들이 가능해지면서 한층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찾아가는 멘토링 서비스

    작기는 하지만 포토스튜디오의 역할도 크다. 조명장비와 카메라를 갖춰 시제품이나 아이디어의 모티프가 되는 제품 등을 촬영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홍보물의 제작도 이곳에서 진행할 수 있다. 비용절감이 최우선인 중소기업에는 이러한 소소한 공용 장비와 시설 모두가 귀한 자산이다.

    디자인을 지원한다고 해서 기업에 필요한 디자인을 대신해준다는 뜻은 아니다. 물론 센터에는 전문 디자이너 여러 명이 상주하고 있다. 이들의 업무는 중소기업의 실질적인 업무 상담과 디자이너와의 연결이다.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으나 그것을 어떤 식으로 현실화할지 모르는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제품 개발에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을 지원하며 필요에 따라 적합한 디자인 회사와 직접 연결을 시도한다. 업체가 디자인 회사의 제안을 선별할 수 있도록 디자인 회사를 추천하기도 한다. 필요에 따라 디자인 특허 상담을 통해 특허 출원을 등록해주기도 한다. 센터는 특허청과 여러 차례 협의를 통해 특허 출원에 드는 비용을 감면받을 수 있는 지원 시스템까지 마련했다.

    시설물에 대한 이용은 자유롭지만 디자인 컨설팅을 비롯한 실질적인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참가 신청 후 전문가들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선별된 기업은 컨설팅 비용의 60% 이내에서 최대 300만원을 지원받고 이후 최고 2000만원까지 개발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센터에서는 지금까지 총 300여 기업에 디자인 컨설팅 지원 서비스를 실시한 데 이어 현재 200여 기업을 상대로 컨설팅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몇 안 되는 센터 상주 인력만으로 소화해내기에는 센터의 업무 규모는 상당히 방대하다. 2010년 1월부터 10월까지 센터를 이용한 건수만도 4000여 건이 넘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둔 디자인 개발 지원 사례는 41건, 디자인 컨설팅 지원 사례는 100여 건에 달한다. 수시로 열리는 디자인 교육과 중소기업 디자인전시 지원도 목표치를 초과했다.

    이러한 눈에 보이는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던 데는 지난 1년간 수많은 중소기업의 환영을 받은 ‘찾아가는 멘토링 서비스’의 공이 컸다. 가만히 앉아서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는 탁상공론식의 업무 진행으로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되기 십상이라는 판단을 내린 센터는 설립 초기부터 50명에 달하는 각 분야 전문가를 멘토로 지정, ‘찾아가는 멘토링 서비스’를 실시했다. ‘멘토링 서비스’는 경험 미숙과 인력 부족 등으로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의 현실을 감안, 상담을 의뢰한 중소기업에 전문가가 직접 찾아가 업무를 파악하고 정확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식이다.

    센터의 디자인 지원 시스템은 철저히 단계별로 진행된다. 가장 먼저 센터의 전문 인력이 상담과 진단을 통해 기업의 현실을 파악한 후 2단계 디자이너와 마케터, 특허전문가 등의 적합한 인력을 파견하고 도움을 주는 ‘찾아가는 멘토링 서비스’를 실시,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한다. 그런 다음 3단계, 중소기업과 디자인기업 혹은 디자이너를 연계해 디자인을 조사하고 분석, 대안을 제시하게 되며 실질적인 디자인에 필요한 자금 지원 등이 이뤄진다. 완성된 디자인은 4단계, 센터의 장비를 활용해 시제품으로 제작되고 실제 적용 사례를 점검한 후 5단계, 특허출원과 시장 확보 등의 지원으로 이어진다.

    관련 기관과 연계 사업 실현이 관건

    중소기업, 디자인으로 승부내라

    중소기업 디자인 지원센터 신희인 대표.

    “21세기는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녹색산업이 주도하는 시대입니다. 중소기업의 제품에 디자인을 실현하는 것은 날개를 달아주는 것과 같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신진 디자이너의 발굴과 육성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는 중소기업 디자인 지원센터가 앞으로 해나가야 할 매우 중요한 업무입니다.”

    신희인 대표는 미래 지식산업의 기반이 되는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실현할 ‘디자인’이야말로 ‘생각에 날개를 달아주는’ 멋진 일이며 이를 위해서는 디자이너들이 마음껏 창작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만도기계에 근무하며 에어컨 ‘위니아’, 김치 냉장고 ‘딤채’ 등의 디자인을 담당했던 그는 현장 경험을 통해 제품 디자인의 중요성을 체득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지식경제부 산업기술평가관리원 평가위원, 굿 디자인 심사위원 등 다양한 기관에서 주관하는 제품·디자인 평가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기업을 평가하고 후원해왔다. 중소기업 디자인 지원센터의 역할 역시 그가 생각하는 미래 산업의 탄탄한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기에 그의 센터장 취임은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11월10일, 만 1년을 맞은 센터는 사업보고회를 통해 지금까지의 성과 보고와 더불어 앞으로의 개선책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가장 시급한 문제로 지적된 것은 사업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전문 인력의 확충이었다. ‘찾아가는 멘토링 서비스’에 대한 중소기업의 반응이 뜨거운 만큼 서비스 확대에 필요한 인력 확보는 필수 과제일 수밖에 없다. 개관 이후 눈앞에 닥친 사업들을 진행하느라 정작 센터의 존재 자체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던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센터의 실질적인 사업 대상인 중소기업과 디자인기업에 센터를 알리고 활용 방법 등을 홍보하는 것 역시 중요한 업무 과제로 남겨졌다.

    이러한 선결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경험을 가진 멘토와의 지속적인 연계, 보다 폭넓은 지원사업을 펼칠 수 있는 설비 확충, 관련기관 혹은 단체와의 협업 시스템 구축을 통한 전방위 지원사업 확대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실정이다. 특히 중소기업청이나 중소기업중앙회, 서울지식재산센터 등 관련 기관과의 사업 연계는 중소기업 디자인 지원센터가 안고 있는 예산 절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선결 과제로 지적된다.

    물론 지금까지의 성과로 볼 때 결과는 희망적이다. 젊고 패기 넘치는 중소기업들의 열정이 디자인 서울의 희망찬 미래를 예견하는 거울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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