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의 중심부에 자리한 파주는 판문점과 임진각, DMZ가 말해주듯 격동의 한국 현대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역사의 현장이다. 생태적인 측면에서도 한강과 임진강이라는 큰 강을 두 개나 끼고 있고, 경기 5악의 하나인 감악산이 위치해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고려 도읍지 개성과 조선 도읍지 한양의 중간에 자리 잡아 유서 깊은 문화 유적도 곳곳에 남아있다. 예술과 출판의 메카로 부상한 헤이리 아트밸리와 출판도시는 파주의 미래가 살아 꿈틀대는 명소다.
임진각 전경.
그렇지만 우리 국민에게 임진각은 분단의 상징이라기보다 일상을 벗어나 여유를 즐기는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높게 솟은 빌딩 숲과 답답한 사무실 공기에 질식하기 직전에 있는 이라면 임진각 평화누리로 한번 가보시라. 사방팔방 시원하게 펼쳐진 평화누리를 거닐다보면 가슴속까지 상쾌해짐을 느낄 수 있다. 주말이면 삼삼오오 임진각을 찾아온 가족과 친구, 연인들이 저마다 소망을 실어 연을 날리는 광경을 볼 수 있다.
휴식공간이자 축제마당, 임진각
임진각에서는 매년 네 차례 굵직한 축제가 개최된다. 2월에는 민속축제 한마당, 10월에는 개성인삼축제, 11월에는 장단콩축제, 12월에는 제야행사가 각각 열린다.
특히 11월 하순 열리는 파주장단콩축제에서는 파주의 청정 환경에서 자란 우수한 품질의 장단콩을 시중가격보다 저렴하게 팔아 수도권 주민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흘간의 축제기간 동안 콩 9000가마(38억원어치)가 팔려나갔고, 기타 농산물과 음식을 포함 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11월26일부터 28일까지 임진각 광장에서 열리는 장단콩축제 역시 맛과 멋, 흥이 어우러진 다채로운 마당이 준비돼 있다. 장단콩과 파주지역 농특산물의 우수성을 알리는 전시공간 ‘알콩마당’, 장단콩과 관련된 다양한 체험과 참여프로그램으로 꾸며진 ‘놀콩마당’, 장단콩과 관련된 각종 음식을 직접 맛볼 수 있는 먹을거리 장터인 ‘달콩마당’이 각각 손님을 맞는다. 여기에다 난타공연과 미2사단 군악대공연, 금산농요공연 등 다채로운 볼거리로 찾는 이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줄 예정이다. 파주시청 관계자는 “장단콩축제는 한 해 농사를 마치고 수확물을 이웃과 나누는 의미가 있는, 한국판 추수감사절 행사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파주에는 임진각 외에도 평화의 소중함과 생태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관광지가 여럿 있다. 남한 최북단 역인 도라산역은 평양을 지나 중국과 시베리아, 나아가 유럽까지 뻗어가려는 한민족의 염원을 담고 있고, 고구려와 백제가 주도권 싸움을 치열하게 벌였던 군사적 요충지 오두산에는 통일전망대가 들어서 있다.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는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남북이 대치하는 분단의 현실을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다.
문화예술혼 살아 숨 쉬는 ‘헤이리’
임진각과 도라산역, 통일전망대 등이 분단이라는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를 상징하고 있다면 문화예술특구로 지정된 헤이리는 한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살아 꿈틀대는 공간이다. 박물관과 미술관, 서점과 갤러리, 공방 등이 밀집해 있는 헤이리 아트밸리는 건물 하나하나가 독특한 매력을 뿜어내 어느 곳에 들어서더라도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헤이리 아트밸리는 자연이 살아 숨쉬는 생태마을로 꾸며졌다. 산과 구릉, 늪과 개천 등 자연환경을 원형 그대로 두고 건물들이 자연에 안기듯 들어서 있다. 단지 전체는 녹지 네트워크가 신경망처럼 연결돼 있어 헤이리 어느 곳을 가더라도 숲과 나무를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다.
헤이리 아트밸리는 주말이면 가족 단위 방문객으로 북적인다.
헤이리가 자리 잡은 파주 통일동산에는 한국의 살아있는 예술혼을 느끼려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인근에는 프로방스 등 파주 맛고을이 자리 잡고 있어 파주의 멋과 맛을 한꺼번에 느끼려는 연인과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다.
헤이리 아트밸리가 문화예술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면 출판도시는 국내외 지식을 축적하고 전파하는 지식강국 코리아의 첨병과도 같다. 출판도시 역시 헤이리와 마찬가지로 저마다 특색 있는 건축물로 채워져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깔끔하게 단장된 도로변에 저마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건물을 감상하며 지식의 향기를 맘껏 향유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출판도시다.
문향(文響), 문덕(文德)의 고장 파주는 일찍부터 준비된 출판도시였다. 퇴계 이황이 파주에서 여생을 보냈고, 우계 성혼과 율곡 이이의 성리학을 계승한 기호학파 발상지이자 성리학의 본고장이 바로 파주다.
한국 출판의 메카, 출판도시
파주에는 책과 관련된 지명이 여럿 남아 있는데, ‘문화 또는 글이 널리 퍼져나간다’는 뜻을 가진 ‘문발리(文發里)’에 파주출판도시가 들어서 있다. 또한 ‘문지리(文智里)’는 파주가 배출한 ‘황희 정승처럼 문장이 뛰어나고 지혜로운 인물이 많이 태어나라’는 뜻으로 조선시대 문종이 직접 지어준 지명이다. 율곡 선생이 일생을 보낸 동문리(東文里)와 독서동(讀書洞) 역시 책과 글의 의미가 담긴 지명이다.
‘책농사 공동체’를 지향하며 출판인들이 십시일반으로 1조원을 만들어 투자한 파주출판도시는 우리나라 전통인 ‘향약정신’에서 비롯됐다. 특히 출판도시는 정조의 규장각 건립 정신을 근간으로 삼고 있다. 정조가 ‘도서관이 선 나라는 오래 살고 백성 역시 풍요로운 정신을 누릴 수 있다’며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제의 근본적 해결방안을 ‘책’에서 찾기 위해 규장각을 건립했듯, 파주 출판도시는 ‘아시아 지식문화 아카이브’와 ‘영혼의 도서관’으로서 현대의 규장각을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1단계 공사가 마무리된 파주출판도시에는 130여 개의 출판사와 57개사의 인쇄 및 출판지원사가 들어서 있다.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2단계 부지에는 첨단 문화예술 산업인 영상과 미디어 산업체를 적극 유치해 출판과 영상이 결합한 미래형 문화도시로 진화시킬 계획이다.
반구정과 자운서원
파주에는 평화의 소중함과 생태를 체험하고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명소도 많지만, 역사적 유적지도 풍부하다. 황희 정승이 관직에서 물러나 갈매기를 벗 삼아 여생을 보낸 곳으로 유명한 반구정과 율곡 이이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지방 유림들이 창건한 자운서원이 대표적이다.
반구정과 자운서원에서 성현의 발자취를 더듬어봤다면, 이번에는 파주 곳곳에 위치한 삼림욕장에서 몸과 마음의 묵은 때를 벗겨내는 것도 좋다.
파주에는 감악산, 심학산, 박달산, 초리골 등 네 곳에 삼림욕장이 있는데 어디를 가든 찾는 이에게 편안한 휴식과 생활의 활력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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