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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들로부터 간접적으로 사퇴 압력 받았다”

퇴임 후 처음 입 연 정운찬 전 총리

  • 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실세들로부터 간접적으로 사퇴 압력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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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제, 말씀하지 마십시오”

그는 취임할 때 “할 말은 하는 총리가 되겠다”고 공언했다. 유감스럽게도 그가 약속을 실천했다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아니, 그렇게 비쳤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그런데 그는 이 점에서 자신을 후하게 평가했다.

“A학점을 주고 싶습니다.”

▼ 세간의 평가와는 다르네요.

“총리로서 대통령과 처음 독대할 때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할 말을 다합니다. 그렇다고 밖에 나가 까발리고 다니지는 않겠습니다’라고. 정말 하고 싶은 얘기를 대통령께 다했다고 자부합니다. 한 예만 들겠습니다.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대통령께서 ‘입학사정관제만 잘되면 대학은 잘될 것’이라고 여러 번 말씀하지 않았습니까.”



그는 지난해 9월29일 취임했다. 취임 초 대통령에게 입학사정관제와 관련해 이렇게 진언했다고 한다.

“입학사정관제 잘못하면 큰일 납니다. 우선 공정성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잠재적 인재를 길러낸다고 하는 건데 입학사정관제 한다니까 이른바 스펙을 키운다며 이 활동 저 활동 하지 않습니까. 이것은 부자들한테 유리하고 가난한 사람들한테 굉장히 불리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잘못되면 공정성 때문에 시비가 일어나고 소송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스펙과 관련해 부자들은 계속 잘되고 어려운 사람은 더욱 더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또 입학사정관제 실시는 대학의 자유인데 그것을 권장한다고 대학에 지원금까지 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께서는 앞으로 입학사정관제에 대해 말씀하지 마십시오.”

그에 따르면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입학사정관제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입학사정관의 평가 기준이 뭔지 아무도 모른다”며 “누가 입학사정관이 되는 거냐”고 꼬집었다. ‘입학사정관’이라는 용어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드러냈다.

“‘관(官)’은 좋은 표현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 관을 연상케 하잖아요. 대학 자율화 취지와도 안 맞죠. 입학사정원이라면 또 모를까. 하여간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할 제도입니다. 섣불리 막 늘리는 건 위험합니다.”

“지나치게 보수화되지 않도록”

▼ 총리로서 존재감이 없었다는 평이 있었죠.

“존재감이 무엇입니까. 매번 큰소리를 내고 이것저것 일하는 척하거나 인사를 마음대로 휘두르는 것이 존재감입니까. 저는 높은 자리일수록 몸을 낮추고 경청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대 총장 시절 교수들의 서로 다른 의견을 조정하는 것이 제 일이었습니다. 저는 원래 자신을 내세우는 데 익숙하지 않습니다. 남의 의견을 듣고 조정·화합하고 반영하는 것이 제 성격에 맞습니다.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조정하고 대통령께 반영시키는 역할만큼은 역대 어느 총리한테도 뒤지지 않았다고 자부합니다. 좀전에 입학사정관제를 예로 들었습니다만, 인사문제를 비롯해 모든 문제를 대통령과 의논했습니다. 반영된 것도 있고 반영되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만 저만큼 대통령에게 할 말을 한 총리도 없을 거라고 자부합니다.”

그의 목소리가 열기를 띠었다. ‘자부한다’는 자기 과시나 강한 자신감의 표출이다. ‘존재감 없는 총리’라는 평에 대한 서운함이 강한 표현을 촉발했는지도 모른다.

“제가 취임사에서 ‘이 사회의 균형추 노릇을 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실제로 이 정부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혹은 오른쪽으로 가지 않도록 노력했고 경제정책도 균형을 이루게 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중 하나가 감세(減稅)정책 아니겠습니까. 저는 ‘소득세를 감면해주는 것은 경기부양에도 별로 도움 안 되고 세금을 안 내는 사람이 50~60%나 되기 때문에 소득분배에도 별 도움이 안 된다. 따라서 감세 아이디어는 철폐하는 게 좋다’고 대통령께 말씀드렸고, 그것이 금년도 예산에 반영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정말 꼭 하고 싶었던 얘기인 양 장황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언론에 대한 섭섭함도 내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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