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절에 해당하는가는 더 정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답변 요지다. ‘경향신문’ 10월25일자에 실린 글을 통해 밝힌 대로라면 ‘신동아’와 ‘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 저자는 “집필에 도움이 되었던 많은 분”에 해당하는데도 조성식 기자, ‘신동아’엔 해명은커녕 일언반구(一言半句)도 없다.
‘신동아’는 황 작가에게 “왜 ‘신동아’가 아닌 경향신문에 반론을 보냈느냐”고 되물으면서 ‘삼국지’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등과 관련한 질문을 장문의 e메일로 보냈다. 황 작가는 ‘신동아’ 12월호 마감 하루 전인 11월14일 밤 질문에 답하는 글을 보내왔다.(133쪽 상자기사 참조)
먼저 ‘경향신문’에 실린 해명을 뜯어 읽어보자.
“저는 지난 9월부터 새 작품 집필 관계로 중국에 머물고 있습니다. ‘신동아’ 송홍근 기자가 수차 연락을 취했다는데 외부와의 연락을 두절하고 작품에만 전념하고자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던 터라 지난 토요일(10월16일) 밤늦게야 국내에 있는 집사람을 통해 메일 내용을 겨우 전해 들었습니다. 그때 이미 ‘신동아’는 제작 중이었을 테지요. 이와 관련해 신동아가 발간되자마자 다음날 저의 답이 늦다고 ‘동아일보’가 사설에서까지 거론을 하였는데, 저간의 제 사정이 이와 같았습니다.”
황 작가는 10월10일 중국 쿤밍(昆明)발 인천행 비행기가 탑승객을 실을 때 쿤밍공항에 있었다. 10월16일엔 일산 호수공원을 산책했다. ‘신동아’가 의견을 듣고자 휴대전화, 집 전화, SMS, e메일로 그를 수소문하던 때다. 출판계를 통해 근황도 확인했다. 제주도에 머문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휴대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전원이 꺼져 있거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황 작가도 11월14일 밤 ‘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제주도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해명엔 거짓이 없어야 하지 않을까. “지난 9월부터 새 작품 집필 관계로 중국에 머물고 있습니다”라는 구절은 사실에 어긋난다. 해명을 더 읽어보자.
술에 물 타기
“문제로 지적된 4장 부분 또한 ‘신동아’ 2007년 6월호에 실린 인터뷰 내용뿐만 아니라 인터넷상에 떠있는 각종 회상자료와 인터뷰 내용 등을 참조했습니다. 인터뷰를 바탕으로 근대화 기간 동안의 역사적이며 사회적인 사실을 인용하면서 인물에 따라서 인간성을 드러낼 수 있는 ‘장면’에 조명을 가하여 소설적 윤색을 했던 것이지요.”
조성식 기자는 ‘집필에 도움이 되었던 많은 분’의 하나일 뿐인가.
‘강남몽’에서 서술한 조양은·조창조·김태촌 관련 내용의 상당 부분은 ‘신동아’ 기사와 ‘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 이외에는 나와 있지 않다. ‘강남몽’ 4장은 ‘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와 ‘신동아’ 2008년 9월호 ‘시라소니 이후 맨손싸움 1인자 조창조가 털어놓은 주먹과 정치’, ‘신동아’ 2007년 6월호 ‘김태촌·조양은 40년 흥망사’에 기대어 있다. ‘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는 저자가 ‘신동아’에 썼던 기사 내용과 출간을 위해 새로 취재한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 문제의 두 기사 내용 역시 ‘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에 실려 있다.
‘강남몽’을 펴낸 출판사 창비는 황 작가 뜻에 따라 11월15일자로 인쇄한 ‘강남몽’ 18쇄 379쪽에 강남몽에 도움을 준 ‘참고자료’를 명시했다. 18쇄는 서점에 깔린 17쇄를 소진한 후 유통한다고 한다. 황 작가는 참고한 도서로 ‘신동아’ ‘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 외에 ‘해방 전후사의 인식’ ‘해방 직후의 민족문제와 사회운동’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현대사’ ‘청산하지 못한 역사’ ‘실록 친일파’ ‘침략인가, 해방전쟁인가’ 등 15권을 더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