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색다른 음색과 스타일을 지닌 도전자들의 무대는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대형 기획사가 기성품처럼 찍어낸 음악과는 다른, 날것의 순수와 독특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의 시청자라면 기억할 것이다. 장재인과 김지수가 통기타를 들고 서인영의 댄스곡 ‘신데렐라’를 바꿔 부르는 순간 느꼈던 짜릿한 전율을.
숫자는 ‘슈퍼스타K’의 영향력을 보다 객관적으로 설명한다. 올해로 시즌2를 맞은 ‘슈퍼스타K’의 최초 오디션에는 134만명이 참여했다. 국민의 2.7%가 오디션에 참여한 셈이다. 최후 우승자를 가린 마지막 회의 시청률은 18.1%(AGB닐슨미디어)로 케이블TV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같은 시간대 지상파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크게 앞지른 수치다.
그뿐인가. 출연자가 이 프로그램에서 부른 노래들이 음원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강승윤이 부른 윤종신의 노래 ‘본능적으로’가 대표적이다. 프로그램의 성공과 함께 엠넷의 주가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7월23일 첫 방송 당시 1690원이던 주가는 11월8일 3130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지평을 바꿔놓고 있다. 메이저 기획사가 장악하던 가요계에 ‘새로운 스타 등용문’을 연 것은 물론, 음원 시장에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지상파 채널에만 관심을 갖던 광고주가 케이블 방송에 눈을 돌리게 만든 것도 바로 ‘슈퍼스타K’다. 이러한 혁신적 프로젝트의 성공 뒤에는 박광원(43) 엠넷미디어(이하 엠넷) 대표의 발 빠른 판단과 과감한 지원이 있었다.
80억원 투자의 결실
10월26일 서울 상암동 엠넷 본사에서 박 대표를 만났다. 훤칠한 키에 슬림한 피트의 브라운 슈트를 입은 그의 모습은 트렌드에 민감한 엠넷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했다. ‘트위터’로 대중과 폭넓게 소통하는 이 젊은 최고경영자(CEO)는 듣던 대로 달변가였다. 언변이나 논리에는 자신감과 확신이 넘쳤다. 민감한 질문에는 솔직하면서도 노련한 어법으로 적절한 수위의 답변을 내놓았다. 50분이란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속도감 있고 효율적인 대화가 오고 갔다.
▼ ‘슈퍼스타K’ 최종회는 어떻게 보셨나요?
“그날 저는 프로그램을 다 못 봤어요. 최종회 때, 시상자로 나선 배철수 선생님을 비롯해 많은 손님이 오셨죠. 그분들이 불편하신 것은 없나 챙기고, 프로그램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체크하느라 계속 뛰어다녔거든요. 프로그램은 재방송을 통해 제대로 봤습니다.”
▼ 최종회 시청률이 케이블 방송 사상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그 성공요인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사실 시청률은 여러 가지 지표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10월22일까지 235일간의 대장정이 시청률로만 평가받기에는 좀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 얘기는 꼭 하고 싶었는데. ‘슈퍼스타K’ 열풍이 드라마 ‘모래시계’가 만든 신드롬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금요일 밤 11시 전에 모든 사람이 집에 들어가 ‘슈퍼스타K’를 봤으니까요. 마지막 회 시청률이 18.1%, 순간 최고 시청률이 21.5%가 나왔는데, 사실 그것보다 훨씬 더 나와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봤는데요. 수많은 분이 각자의 시각으로 ‘슈퍼스타K’의 성공에 대해 축하해주시고, 아쉬운 부분도 지적해주셨습니다. 이런 반응을 보면서 ‘우리가 이렇게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짓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 ‘이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허각이 데뷔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슈퍼스타K’가 가요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시나요?
“쫑파티 때도 비슷한 얘기를 했습니다. ‘슈퍼스타K’는 꿈이 있는 이에게 희망을, 국민에게는 음악의 소중함을, 기존 음악 산업과 기성 가수들에게는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계기를 선사했습니다. 음악에 목숨 건 사람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한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죠. 세대를 초월해 가족들이 모여 앉아 음악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든 것도 중요하고요. 이것이 ‘슈퍼스타K’가 복합적으로 만들어낸 성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