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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비평

미국은 극단적 네거티브와 정파성으로 병들고 있다

미국 중간선거 방송 감상기

  • 김정기│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jkkim@hanyang.ac.kr│

미국은 극단적 네거티브와 정파성으로 병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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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자” “인종주의자” “나치”

예를 들어 앵커들의 진행, 전문가 패널 구성, 사실에 대한 설명과 해석이 매우 편파적이다. 세계 언론사에서 부정적 사례로 거론되는 당파 언론(partisanship press)의 유령이 부활해 TV 화면을 누비는 느낌이다. 사건에 대한 보도가 발생원인, 진행, 결과에 대해 객관적으로 설명할 때 시청자가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완성도 높은 정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관점에서 폭스뉴스는 조악한 불량품이 많았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입장을 균형 있게 반영하지 않고 민주당에 적대적인 의견을 강화하는 식이다.

실업률, 일자리, 감세, 정부 재정적자, 의료보험 등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제공에는 소홀했다. 반면 과학적인 방법으로 조사되지 않은 여론조사의 결과를 인용해 상대방을 비판하는 일이 흔했다.

폭스뉴스의 뉴스토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앵커들은 뉴스 일탈의 전령사였다. 폭스뉴스의 성공 요인으로 방송내용의 인간화를 꼽지만 ‘워싱턴포스트’ 기자 밥 우드워드의 말처럼 ‘명예롭고 신성한 직업으로서 민주주의의 발전과 번성에 기여한다’는 저널리스트로서의 품격 대신 폭스뉴스의 앵커들은 ‘말발 센 독설가’의 역할에 자족하는 것으로 보인다.

핵심 앵커인 오라일리는 우리나라에 그의 책이 번역되어 꽤 팔린 사람인데 그가 진행하는 시사토크 프로그램의 출연자와 토론 패널은 보수주의자 일색이다. 다른 의견을 가진 출연자가 등장할 땐 발언 기회를 제대로 주지 않거나 발언을 가로막거나 앵커 자신의 의견을 더 길게 얘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방송은 방송사와 앵커의 개인적인 신념을 전달하기 위해 활용되는 형식일 뿐 그 밥에 그 나물인 주장으로 일관한다.



폭스뉴스의 앵커들은 오바마를 사회주의자라고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심지어 백인과 백인문화에 반감을 가진 인종주의자, 독재적인 나치라고도 한다. 인터넷 공간도 아닌 방송을 담당하는 앵커들이 누리는 이러한 언론의 자유는 한편으로는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사회의 분열을 가속화하는 징조로 비친다. 자본주의 이외에는 살아가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믿는 미국에서 사회주의자라는 용어가 주는 함의는 과거 한국 독재정권 시절의 색깔론을 연상시킨다. 인종주의자라는 호칭도 노예제도라는 야만적인 역사를 운영해온 미국의 역사적인 콤플렉스 때문에 사회에서 매장당할 수 있는 치명적인 용어다. 미국 국민의 20%는 오바마가 케냐 출생이고 이슬람 신자라고 잘못 알고 있다. 폭스뉴스는 이러한 국민의 무지를 오바마 비판에 교묘하게 활용한다.

언론이 부패한 권력에 당당하게 맞설 때, 지도자의 잘못된 의사결정을 날카롭게 비판할 때, 우리는 박수를 친다. 그 박수는 저널리스트의 직업정신에 대한 찬사이고 민주사회로 성숙시키는 것에 대한 감사다. 이때 언론 자유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된다. 그러나 과학적인 현실감과 균형감이 없는 언론자유는 흉기가 될 수 있음도 사실이다.

언론자유 넘어 사회분열로

공화당이 이기든 민주당이 이기든 미국 국민은 위대한 선택을 한 것이다. 다른 나라의 민주적인 투표결과는 언제나 존중의 대상이다. 그렇지만 시청률은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이번 선거 개표일 밤 폭스뉴스의 시청자는 700만명으로, CNN의 250만명과 MSNBC의 200만명 이하를 압도했다는 후문이다. 낄낄거리며 영향력을 자부하는 폭스뉴스의 일부 앵커들을 떠올리며 이런 괴물 방송은 미국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곤란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신동아 201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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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기│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jkkim@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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