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기업 디자인 지원센터 전시실 내부.
구로공단의 모양새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다. IMF 경제위기 이후 늘어난 벤처기업들과 다양한 디지털산업 기반 사업체가 구로에 집중되기 시작하면서 구로공단 스스로도 그 모습을 탈바꿈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무렵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경제위기와 맞물려 직면한 위기의식이 첨단산업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제대로 자각하게 했고, 이러한 자각은 구로공단을 구로디지털단지로 탈바꿈시켰다.
때마침 서울시가 구로단지에 아파트형 공장을 생각해낸 것은 획기적인 일이었다. 아파트형 공장은 한 건물 내에 다수의 공장이 동시에 입주 가능한 다층형 집합건물을 의미하는데, 구로공단에 산재해 있던 중소규모의 제조업체들이 첨단산업화 시대에 걸맞은 설비와 구조를 갖춘, 합리적인 구조의 건물로 이전하기 시작하면서 ‘공단’은 ‘디지털산업의 메카’로 탈바꿈했다. 하늘을 시커멓게 뒤덮는 검은 연기를 내뿜던 굴뚝은 미끈하게 치솟은 테크노빌딩으로 바뀌었고 아무렇게나 뒹굴던 노동의 흔적들은 차곡차곡 정돈되어 희망의 빛으로 반짝이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구로의 모습은 완전히 바뀌어 예전의 암울한 흔적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바뀐 것은 겉모습만이 아니다. 세제혜택 등 정부의 지원을 받은 중소제조업체들은 더욱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됐고,‘굴뚝산업’은 미래지향적인 ‘벤처형 첨단산업’으로 내용면에서도 진일보했다. 최근에는 이러한 아파트형 공장들이 또다시 변화하고 있다. ‘공장’보다는 아이디어와 창의력을 생산해내는 ‘지식산업센터’의 형태로 바뀌어가는 것이다.
현재 구로디지털단지에 입주한 중소기업만 해도 자그마치 1만여 개. 예전에 비해 겉모습도 번듯해지고 내용도 풍성해졌지만 ‘중소기업’이 가진 한계는 여전하다. 적은 자본과 부족한 설비, 그들을 도와줄 유능한 인적자원 혹은 기업과의 네트워킹도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다.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력이 있어도 그들의 꿈을 실현할 실마리는 여전히 부족한 것이다.
11월은 구로디지털단지에 구로 중소기업 디자인 지원센터가 개관한 지 딱 1년째 되는 달이었다. 때마침 ‘서울디자인 한마당 2010’을 성공적으로 끝낸 시점이어서 중소기업 디자인 지원센터 직원들은 한껏 고무되어 있었다. 서울디자인 한마당 2010에서 구로 중소기업 디자인 지원센터는 지금까지 센터의 지원을 통해 성공한 사례들을 전시함으로써 중소사업자들이 디자인센터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것은 물론 후(後)가공 프로세스와 기법을 전시하고 직접 만나기 어려웠던 디자인어워드 수상기업의 작품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