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가 공지영(왼쪽)과 이외수.
사고(思考) 감염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는 인터넷을 통해 특정후보나 정당을 지지하는 행위를 금지한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2012년 19대 총선부터 SNS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허용한 것이다. 이미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조국, 이외수, 공지영, 김제동 등 유명 트위터리안들이 박원순 후보의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나꼼수’에서 선거 말미 터뜨린 ‘1억 피부과’ 괴담 역시 트위터를 통해 유포되며 선거의 분수령을 이루었다. 이런 사례는 올해 12월 19일 치러질 대통령선거에서도 투표일 며칠 전 터뜨리는 폭로 한방으로 선거승부가 결정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이회창 후보가 수개월~수년에 걸친 병풍(兵風)괴담으로 침몰한 것과 비교해 정보의 유통속도와 예측 불가능성은 현저히 높아졌다.
SNS는 이미 검증된 파괴력으로 인해 세계 독재정권의 통제대상이 됐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에서는 발생하지도 않은 사태를 염려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SNS의 세계를 주시할 수밖에 없는 것은 사고(思考) 감염의 위험성 때문이다. 중세 유럽에서 흑사병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것은 긴밀한 네트워크가 원인이었다. 당시 유럽은 해상무역의 증가로 도시 간 연결이 조밀해졌는데 페스트 병균은 이 연결망을 타고 급속히 퍼져나갔다. SNS의 세계에서도 이런 사회적 매몰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기술의 발전에 반해 제어할 방법은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는 갈수록 증대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 사용되는 ‘버블’이나 ‘패닉’같은 용어는 사고감염의 또 다른 표현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과거와 다른 점이 이것이다. 금융위기나 공황은 역사적으로 늘 존재했다. 그런 면에서 2008년 금융위기는 인터넷이 아니어도 발생했을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이 위험을 증폭시킨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개인이 데이 트레이딩을 한다는 것은 인터넷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한국의 파생상품 거래량이 세계 1위라는 점은 한국이 세계 최고속도의 인터넷을 보유한 것과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다. 개인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며 투기대열에 합류하면서 불안정성은 한층 증폭됐다. 이렇게 촘촘히 짜인 네트워크는 특정 집단이 조작된 정보를 퍼트리기에 안성맞춤이다.
한국은 실제로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있다. 2008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미네르바 사건이 그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미네르바는 현실세계에서 전문대 졸업학력에 직업도 없는 30대 루저였다. 그러나 인터넷 세계에서는 지혜로운 노인이자 경제대통령의 지위에 올라 있었다. 그가 인터넷 공간에서 상반된 아바타를 가질 수 있었던 데는 지식인들의 대중영합이 큰 역할을 했다.
강용석의 ‘전투력’ 이외수의 ‘민주투사 코스프레’

강용석 의원.
그렇다면 보수진영은 왜 SNS에 취약할까? 단순히 노령층이 주축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최근 무소속 강용석 의원은 진보진영을 상대로 발군의 전투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 한 사람이 거대 여당 전체 의원보다 돋보일 정도다. 물론 이런 전투력의 비밀에는 성희롱 파문으로 그 자신 정치적 궁지에 몰린 것도 관련이 있다.
다소 막가는 형태로 보이겠지만 SNS의 바다에 떠다니기 위해서는 필히 그렇게 선정적으로, 필사적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꼼수의 인기가 이를 증명해준다. 김어준은 스스로를 ‘잡놈’으로 정의한다. 현재 진보라는 미명하에 SNS를 떠돌아다니는 정보가 대체로 이 수준이다. 그런데도 보수진영은 전통문법을 고수함으로써 젊은 세대와의 단절을 불렀다.
이외수, 공지영 같은 통속작가가 SNS세계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문학을 통속과 순수의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일이다. 그럼에도 그들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데 통속작가라는 표현만큼 정확한 것은 없다. 통속은 말 그대로 속된 것과 통한다는 의미다. 이들의 공통점은 늘 작품 외적인 요인으로 독자의 관심을 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