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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열 쌍 중 셋이 다문화가정 자녀 보호 등 대책 시급

다문화가정 이혼 급증 실태

  •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이혼 열 쌍 중 셋이 다문화가정 자녀 보호 등 대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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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 중개업체를 통해 결혼하는 남성 쪽에도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결혼을 위해 소개비 등의 명목으로 보통 1500만~2000만 원을 쓴다. 일종의 매매혼이다. 그렇다 보니 ‘돈을 주고 사온 여자’라는 생각에 외국인 아내를 학대하거나 무시하는 사례가 많다. 반면 중국과 베트남 등 사회주의 국가 출신 여성은 남녀평등 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에 이런 환경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특히 남편의 폭력을 민감하게 생각한다. 갈등의 소지가 큰 셈이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2010년도 다문화가정 이혼상담 통계’에 따르면 상담소에 방문해 이혼을 상담한 외국인 아내 333명 중 124명(32.2%)이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호소했다.

“참고 살지 않겠다”

부부간의 큰 나이 차이도 문제로 지적된다. ‘다문화인구동태통계’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우리나라 다문화가정 중 62.6%는 한국인 남편의 나이가 외국인 아내에 비해 열 살 이상 많다. 같은 해 결혼한 한국인 부부의 경우 남편이 아내보다 열 살 이상 많은 커플은 전체의 3.2%에 불과하다. 2010년 결혼한 외국인 아내의 62.4%가 20대 이하인 반면, 한국인 남편은 절반이 40대 이상이라는 통계도 있다. 부부 사이의 이 같은 나이 차이는 배우자에 대한 무시 등의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실상의 매매혼, 한국의 가부장적인 가정 문화, 양국의 문화 차이 등과 더불어 외국인 여성과 결혼한 한국 남성의 낮은 교육 수준 및 경제력을 다문화가정 이혼 증가 원인으로 지적하는 이도 있다. 이런 이유로 부부 사이에 갈등이 생겼을 때 여성이 더 이상 참지 않는 것도 이혼율 증가의 한 배경이다. 국제결혼 초창기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은 중개업체의 말만 믿고 한국에 들어와 의지할 곳 없이 지내느라 부당한 행위에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요새는 한국 남성과 결혼한 친구나 친지 등을 통해 한국 실정을 미리 접한 뒤 입국하는 이가 많고, 한국 내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 많다. 이 때문에 ‘외국인 아내의 가출→남편의 재판이혼 청구→이혼 성립→출입국관리국의 외국인 여성 추방 통보→외국인 여성의 추완 항소(추후 보완 항소)→남편의 귀책사유 판결에 의한 체류자격 획득’ 등의 방식으로 남편과 갈라서고 한국 체류 자격은 확보하는 이가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가정법원 안종화 판사는 2009년 2월부터 1년간 가사 제4단독 재판부를 담당하면서 선고한 이혼 판결 619건을 정리·분석한 적이 있다. 안 판사가 지난해 한국가정법률상담소 토론회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전체 판결 619건 가운데 다문화가정 이혼은 359건으로 절반이 넘었다. 눈에 띄는 것은 한국인 남편이 외국인 아내를 상대로 받은 승소 판결 중 42.6%가 아내의 가출을 원인으로 한다는 점이다. 14.9%는 외국인 아내가 가출해 해외로 출국한 경우, 27.7%는 잠적 상태로 국내외 체류 사실이 불명확한 상태인 경우였다. 반면 외국인 아내가 한국인 남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판결 중 50% 이상은 남편의 폭행과 상해, 경제적 활동 강요, 본국 추방 협박 등이 이혼사유로 인정됐다. 안 판사는 “판결 분석 결과 많은 외국인 여성 배우자가 한국인 남성 배우자의 폭행 등 부당한 대우를 피하는 방편으로 가출을 택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혼 여성의 한국 체류권

이혼 열 쌍 중 셋이 다문화가정 자녀 보호 등 대책 시급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010년 70여 명의 지원 변호사가 참석한 가운데 다문화가정 및 이주외국인을 돕기 위한 ‘외국인 소송구조지원변호사단’을 발족했다.

부당한 대우를 벗어나기 위해 상담을 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여성가족부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가 발표한 ‘2011년 상담실적 분석’에 따르면 총 상담건수는 5만8044건으로 전년에 비해 7.1% 증가했다. 상담유형별로는 부부·가족 갈등이 28.04%, 생활문제 23.82%, 법률 20.28%, 체류·노동 18.78%, 폭력피해 16.57%, 기타 11.03% 순이었다. 이 가운데 법률상담은 2010년에 비해 11% 증가했으며, 법률상담 중 이혼 상담이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17.3% 높아졌다. 체류·노동 중 체류에 대한 상담 건수는 2010년에 비해 5.45% 증가했다. 서울가정법원의 ‘외국인 소송구조 지정변호사 제도’에 참여해 외국인 여성의 이혼소송을 돕고 있는 윤동욱 변호사는 “이혼 상담 시 외국인 여성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 비자(체류자격) 관련 사항이다. 비자가 있어야 한국에 체류하며 취업 등 경제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국적 취득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한국인으로 떳떳하게 취직해 돈을 벌어 자국에 있는 가족을 돕고 싶어한다”고 했다. 윤 변호사는 “경제적으로 자립한 뒤 아이의 친권·양육권을 가져올 수 있는지 문의하는 여성도 많다”고도 덧붙였다.

실제로 외국인 아내의 ‘추완 항소’ 중 상당 부분은 이혼의 책임 소재와 함께 친권·양육권을 다투는 내용이다. 아내가 가출한 상태에서 남편이 일방적으로 이혼소송을 제기한 경우 법원은 대부분 가출한 아내 쪽에 귀책사유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친권과 양육권도 행방이 묘연한 아내 대신 남편에게 돌아간다. 이를 돌려받기 위해 항소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아내가 미성년 자녀의 친권과 양육권을 원하는 배경에는 모정뿐 아니라 실리적인 이유도 있다고 설명한다. 자녀를 직접 돌볼 경우 상대적으로 국내 체류자격을 얻기 쉽고, 추후 국적 취득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혼한 외국인 여성이 한국 체류를 원하는 또 다른 이유는 국제결혼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진 고국에 ‘이혼녀’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돌아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 권미경 상담1팀장은 “한국인 남성과 결혼 3개월 만에 이혼한 우즈베키스탄 여성이 남편을 상대로 위자료 3000만 원을 청구한 일이 있다. 결혼기간에 비해 터무니없이 많은 위자료를 청구한 이유를 물어보니 ‘우즈베키스탄은 이슬람 국가라 이혼하고 가면 사람 취급도 못 받는다. 나는 이제 죽어도 우리나라에 못 가는 몸이 됐는데, 그만한 피해보상은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더라”고 했다. 그는 “몽골도 국제결혼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일부 국가는 이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 20대 초반에 이혼녀가 된 여성이 모국에 돌아가는 걸 굉장히 꺼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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