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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독배를 마실 수는 없다!

제2장 연이은 수소폭발 세계를 긴장시키다

  • 이정훈 전문기자 hoon@donga.com

혼자서 독배를 마실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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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독배를 마실 수는 없다!

펠렛으로 불리는 담배 필터 크기의 핵연료. 이들을 넣은 길이 3m의 봉이 지르코늄으로 만드는 핵연료 봉이다.

수소엔진의 힘은 여타 엔진의 힘보다 월등히 세다. 따라서 먼 곳으로 위성을 올려야 할 때는 수소엔진을 사용하는 우주발사체가 좋다. 그러나 수소폭발을 일으킬 때 매우 위험하기에 산소엔진보다 개발하기가 더 어렵다.

수소엔진의 장점은 공해가 적다는 점이다. 수소와 산소가 결합하면 물이 만들어지는데, 물은 무공해 물질이다. 등유와 산소를 결합시켜 태우면 엄청난 그을음이 발생한다. 등유+산소를 태우는 엔진은 그을음 때문에 재사용할 수가 없다. 수소엔진은 그을음이 발생하지 않으니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수소엔진을 사용한 대표적인 우주발사체가 미국의 우주왕복선이다. 이 우주왕복선이 반복해서 우주를 다녀오는 것은 수소엔진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멀쩡한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

인류는 이러한 수소를 자동차엔진 연료로 쓰는 것도 연구하고 있다. 지금의 자동차엔진은 휘발유나 경유 같은 기름을 산소(기체산소)와 섞어 태우는 것으로 힘을 내기에 공해를 유발하고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그러나 수소엔진을 사용한다면 물을 발생시키고 강한 힘을 얻으니 공해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자동차에서 발생한 물은 도로로 흘러내리게 해 자동으로 도로를 청소하는 데 쓸 수도 있다. 수소는 ‘깨끗할 뿐만 아니라 숫소(황소)’만큼 강력하다.



후쿠시마 제1발전소 1호기에서는 자연적으로 생성된 수소 때문에 강력한 수소폭발이 일어났다. 그런데 처음에는 몰랐는데, 이 폭발은 격납용기가 아니라 그 밖에서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후쿠시마 제1발전소는 격납용기 위에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를 이고 있는 구조다.

수소폭발이 있은 후 1호기를 관찰한 사람들은 지붕과 벽이 날아간 사용후핵연료 수조의 바닥이 건재한 것을 확인했다. 수조의 바닥은 격납용기의 지붕인데, 바닥은 그대로 였다. 이러한 사실이 확인된 순간 사람들은 다른 상상을 했다.

사용후핵연료도 상당히 뜨겁다. 따라서 이들을 담고 있는 수조의 물도 뜨거워진다. 때문에 원전회사들은 수조에서 뜨거워진 물은 자동으로 빠지고 찬물이 들어가게 설계해놓았다. 후쿠시마 제1발전소는 큰 지진을 당했으니 그때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에 금이 가 물이 빠져나갔을 수도 있다. 자동으로 찬물이 들어가게 하는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사용후핵연료 수조의 물이 끓어 증발되면서 사용후핵연료가 상단부터 물 밖으로 나오게 된다. 상단부는 냉각을 하지 못해 스스로 녹아내린다. 같은 원리로 수소가 생성되니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의 천장에서 수소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 사고를 수습한 후 살펴보니 1호기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는 여전히 물을 담고 있었다. 줄어든 물 때문에 수면으로 나와서 상당부가 녹아내린 사용후핵연료도 없었다. 그렇다면 사용후핵연료가 과열돼 수소가 생성됐다는 가설은 성립할 수가 없다.

그제야 사람들은 격납용기와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 사이에 관이나 전선 등이 통과하는 틈이 있었고, 그 틈으로 격납용기 안에서 발생한 수소가 빠져나가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의 천장에 모여 있다가 수소폭발을 일으켰다는 판단을 했다. 사고를 당해야 사람들은 기존 시스템이 갖고 있던 허점을 비로소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혼자서 독배를 마실 수는 없다!
‘유도리’가 없는 일본

사고가 났을 때 가장 애타는 이는 현장 책임자다. 당시 후쿠시마 제1발전소 소장은 요시다 마사오(吉田昌郞, 당시 56세) 씨였다. 요시다 소장은 배터리가 방전된 다음부터는 원자로 밸브를 열어 증기를 빼내고 해수를 주입하는 것 외에는 사고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본 듯했다.

그러나 해수를 넣는 것은 명목상으로는 1조 원이 넘는 멀쩡한 원자로를 버리는 것이라 결심하지 못하다. 이러한 결심은 도쿄전력의 CEO의 몫이다. 가쓰마타 쓰네히사 회장이나 시미즈 마사타카 사장이 용단을 내려야 했다.

그러나 모두가 침묵했다. 원자로 안에 해수를 넣어 원자로를 못쓰게 하는 것은 혼자서 독배(毒杯)를 마시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해수를 주입한 후 추가 사고 없이 마무리를 했는데, 누군가가 해수를 넣지 않아도 됐는데 무리해서 넣어 1조 원이 넘는 자산을 날렸다고 비난하면 이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자본주의 사회다. 돈의 힘이 통하는 사회다. 도쿄전력은 주식회사다. 주주의 힘이 막강한 기업인 것이다. 해수 주입을 결정한 사람은 큰 사고와 더 큰 피해를 막았지만 1조 원을 날려버린 것에 대해 혼자 책임을 져야 한다.

도쿄전력은 주주들의 동향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후쿠시마 제1발전소 사고를 지켜본 사람들은 도쿄전력이 가시와자키 카리와 망령에 젖어 있어, 해수 주입을 망설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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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전문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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