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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던 승용차 줄게, 헌 트럭 다오”

불황 타개, 환경 보호 ‘1석2조’ 물물교환 열풍

  • 박은경│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타던 승용차 줄게, 헌 트럭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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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던 승용차 줄게, 헌 트럭 다오”

물물교환 온라인 사이트.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교환천국, 키플, 국민도서관책꽂이.

물품을 넘어 지식, 경험까지 맞교환하게 해주는 사이트도 있다. ‘세계 최초의 물품·지식·경험 맞교환 사이트’를 표방하며 2009년 문을 연 ‘완두콩닷컴(www. wandoocong.com)’은 사이트 개설 두 달 만에 1만여 명의 회원을 확보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곳에는 “스쿠버다이빙 교육과 바다여행 관련 정보 교환 원함” “앨빈 토플러 초청강연 내용과 티셔츠 교환 원함” 등의 글이 올라 있다. 김재광 대표는 “앨빈 토플러가 저서에 ‘기존에는 생산자와 수요자, 판매자가 따로 있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앞으로 그 구분이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쓴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며 “마침 경제 불황과 맞아떨어져서 별다른 홍보도 하지 않았는데 회원 수가 크게 늘었다”고 했다.

온라인 물물교환 장터에 대한 열기는 최근 모바일로도 확산되고 있다. 중고용품 매매와 맞교환을 표방한 앱 ‘스프링타운(springtown)’, 중고용품 매매 또는 맞교환과 렌털 거래, 재능교환 등을 중개하는 ‘니어바이(nearBUY)’ 등이 등장했다.

1대 1 물물교환은 오프라인에서도 인기다. 최근 기업 간 거래를 가능하게 해주는 ‘물물교환 카드’가 등장했다. ㈜TKBCS사가 개발한 ‘EXTRADE Card’는 소상공인이 회원으로 가입하면 금전 거래 없이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물물교환할 수 있도록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병원, 체육관, 오락실, 노래방, 커피숍, 꽃가게 등 8000여 개사가 가입한 상태다.

“타던 승용차 줄게, 헌 트럭 다오”

제주시가 운영하는 신구간 나눔장터 행사 현장.

제주시는 6년째 고유의 이사철인 ‘신구간(新舊間)’을 전후해 재활용품 물물교환 및 나눔장터를 열고 있다. 제주시 생활환경과 담당자는 “제주는 1~2월이 이사철이다. 이 시기만 되면 가구나 냉장고 같은 대형 폐기물이 쏟아져 나온다. 버려지면 자원이 낭비되지만 필요한 누군가가 갖다 쓰면 가치 재창출 효과가 있고 쓰레기 발생량도 줄일 수 있지 않은가. 쓸만한 물건을 나눔으로써 환경과 이웃을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물물교환 행사를 기획했다”고 했다. 지난 1월 이 장터에 나온 물건은 가구와 가전제품, 의류와 책 등 총 747점이었다. 지난 5년 동안 한 해 평균 600점에 못 미치는 물건이 나왔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었다.

각 가정에서 대형 폐기물을 버리려면 지방자치단체가 발급하는 건당 몇 천 원 상당의 스티커를 붙여야 한다. 물물교환을 하면 소비자는 적게는 몇 천 원에서 많게는 몇 만 원에 달하는 스티커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돈 안 들이고 공짜로 구할 수 있는 것이 해마다 물물교환 장터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이유다.



지구를 살리는 길

경기도 광명시는 지난 5월 광명YMCA와 함께 나눔장터를 열었다. 중고물품을 쿠폰으로 교환해 장터에 나온 필요한 물품과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형태로, 매달 셋째 주 토요일에 정기적으로 장터를 열 예정이다. 지자체나 다양한 시민단체가 연중 또는 월별 행사로 한시적으로 물물교환 장터를 여는 데 비해 상시적인 물물교환의 장도 있다. YMCA, 주민자치센터 등이 힘을 모아 운영하는 ‘녹색가게’다. 전국녹색가게운동협의회에 따르면 1990년대 말 처음 문을 연 녹색가게는 현재 전국적으로 30곳이 됐다. 재활용할 물건을 가져오면 적립금이 든 교환카드를 발급하고 그 카드로 매장 내 다른 물건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데, 단골이 많다. 상설 물물교환 장터의 필요성을 인식한 강원도 원주 밥상공동체 연탄은행도 현재 건립 중인 ‘행복센터’가 완공되면 센터 내에 물물교환 장터를 만들어 상시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1대 1 물물교환의 확대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세계도시동향’에 따르면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는 재활용 쓰레기를 농산물로 바꿔주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유리나 종이, 플라스틱, 알루미늄 등의 생활 쓰레기를 모아오면 지역 농장에서 생산한 농산물과 교환할 수 있는 ‘그린 포인트’를 주는 것. 시당국은 이 정책이 자원재활용을 통한 탄소배출량 감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경제가 어려운 러시아에서는 몇 년 전부터 신문이나 온라인에 물물교환 광고가 등장했다. 경기 불황으로 소비가 줄어들자 기업주들이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물물교환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타임’지는 ‘2011년 세상을 바꿀 10대 아이디어’ 중 하나로 ‘협력적 소비’를 꼽았다. 대량생산과 과잉소비에서 발생한 잉여재화를 서로 나눔으로써 자원절약과 환경보전에 일조하는 협력적 소비의 대표적 유형이 물품대여, 공유, 물물교환이다.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가 시민의 정책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운영하는 사이트 ‘천만상상 오아시스’에도 “시가 직접 나서서 시청 홈페이지에 물물교환 중개 사이트를 만들어달라”는 제안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물물교환의 장이 계속 넓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신동아 2012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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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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