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논점 2013

국민적 요구가 법 개정 動因 ‘사법의 정치화’ 반복될까 우려

전두환 특별법

  •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jamta@korea.ac.kr

국민적 요구가 법 개정 動因 ‘사법의 정치화’ 반복될까 우려

2/2
正義와 법적 안정성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법적 안정성 역시 정의에 못지않은 중요성을 갖는 법 이념으로 인정된다. 법적 안정성은 법의 개정, 특히 시효 연장을 통한 당사자의 법적 지위의 변경에 대해 신중할 것을 요구한다. 정의를 내세워서 법을 바꾸는 것은 선의의 피해자를 낳기 쉬우며, 설령 범죄자에 대한 조치라 해도 그들의 인권 또한 존중돼야 한다는 점에서 소급적인 불이익 처분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법 이론과 법 실무에서는 ‘진정소급효’와 ‘부진정소급효’를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미 시효의 완성 등으로 법률 관계가 확정된 이후에 이를 번복하는 진정소급효는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지만, 시효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시효를 연장하는 것처럼 법률 관계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효를 변경하는 부진정소급효는 공익의 필요성에 따라 비례성 판단을 통해 허용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아직 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을 개정해 시효를 연장한 것은 부진정소급효에 해당하며, 공익적 필요에 따라 법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전 전 대통령의 은닉 재산 추징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여전히 거세다는 점은 이러한 법 개정의 중요 동인이자 동력이기도 하다.

정의가 법적 안정성에 무조건 우선하는 것은 아니다. 시효제도의 존재 자체가 때로는 법적 안정성이 정의에 우선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정의의 요청이 강력할 경우에는 정의를 후퇴시키는 것이 오히려 법적 불안정성을 야기할 수 있다. 과거 제5공화국 말기의 호헌(護憲) 선언처럼 국민 다수가 정의의 실현을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오히려 갈등과 법적 불안정성을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개정에는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합법 내지 합헌의 문제를 벗어나 시야를 넓게 하고 미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우려스러운 점도 없지 않다.

‘하늘 무너뜨리는 일’ 없어야

가장 큰 문제는 ‘전두환 특별법’이라는 별칭이 생길 정도로 특정인을 겨냥한 입법이라는 점이다. 특정인을 처벌하기 위한 법, 특정인의 은닉 재산을 추징하기 위한 법이라는 것은 법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에 만들어진 ‘최진실 법’이 그러하듯이 특정인의 문제를 계기로 법이 만들어진 경우가 드물지 않다. 또 ‘미란다 원칙’처럼 특정인의 사건을 계기로 법 원칙이 만들어진 예도 있다. 그러나 ‘특정인을 처벌하기 위한 법률’은 또 다른 문제라 하겠다.

법적으로는 이번 개정이 전 전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이 법률에 해당되는 모든 대상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법률의 일반성’을 깨뜨린 것은 아니라고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유사한 상황이 자주 반복될 경우에는 법적 안정성 훼손과 더불어 ‘사법의 정치화’라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상황의 반복은 피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거꾸로 정의를 내세우기 위해서 하늘을 무너뜨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더욱이 이번 전두환 특별법의 선례가 잘못 이해돼 법적 안정성의 가치를 과소평가하거나 소급효를 가볍게 생각하도록 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신동아 2013년 8월호

2/2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jamta@korea.ac.kr
목록 닫기

국민적 요구가 법 개정 動因 ‘사법의 정치화’ 반복될까 우려

댓글 창 닫기

2021/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