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논점 2013

헌재·대법원 사법 불일치 혼란 제한적 도입 고려할 시점

재판소원 도입

  • 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 KAIST 겸직 교수

헌재·대법원 사법 불일치 혼란 제한적 도입 고려할 시점

2/2
사법 불일치 사례 속출

재판소원 문제로 인한 갈등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실제로 문제가 된 사건 하나를 예로 들어보자. 1996년 구 소득세법 제23조 제4항 단서 등에 따라 양도차익을 기준시가가 아닌 실거래가액으로 산정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한 국세청의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요구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헌법소원 청구자는 국세청이 실거래가 기준으로 세금을 산정한 데 불복해 법원에 재판을 청구했지만 1심과 2심에서 패소 판결을 받고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위 법 규정(구 소득세법 23조 4항)에 대해 한정위헌결정을 내렸다. 실거래가가 아닌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양도소득세를 내는 것이 헌법정신에 맞다고 판단한 것이다. 헌재는 구 소득세법이 조세법률주의와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헌재의 판단에 따르지 않았다. 대법원은 헌재의 한정위헌결정은 법률 문안은 그대로 둔 채 내용과 적용범위만을 정하는 법률 해석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법원의 판단에는 어떠한 영향력도 미치지 못한다고 밝히면서 청구인의 청구를 기각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인해 최종 법률해석기관인 대법원의 권위가 훼손될 수는 없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두 사법기관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으면서 상당한 혼란이 빚어졌다.

이런 사례는 헌법재판소가 만들어진 1988년 이후 수도 없이 많았다. 헌재가 도로교통법의 특정 조항에 대해 위헌결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같은 날 이 법 조항을 합헌으로 해석한 일도 있다. 최근에는 정부 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민간위원에 대해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법원이 민간위원도 공무원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본 데 반해 헌법재판소는 아니라고 판시해 논란이 됐다. 이와 같은 사법 불일치는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심각한 사회문제를 초래해왔다. 사법기관들이 제각기 다른 법해석을 내놓는다면 국민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 것인가. 대법원이 법률 해석에 최종적인 해석권자라고 해도, 그 법 해석이 헌법위반 여부와 관련된 사항이라면 헌법재판소의 해석과 어느 정도 조화를 이루는 게 당연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헌재·대법원 위상 재정립도 필요



많은 법조인은 재판소원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관한 최종 해석자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한다. 헌법재판소 결정이 실효성을 갖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앞서 언급한 사례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변형 위헌결정이다. 헌법재판소가 법률 자체는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하자 대법원이 헌법으로 보장된 최종 법률해석권한을 내세워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무력화하는 경우다.

사법 불일치를 막기 위해서라도 재판소원은 인정될 필요가 있다. 다만 소송의 남발 같은 문제점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 역시 충분히 검토돼야 한다. ‘헌재의 위헌결정으로 효력이 상실된 법률’이 적용된 재판결과로 청구 요건을 최대한 한정하는 것 등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재판소원을 채택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 헌법소원의 90% 정도가 재판소원이라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 헌법재판소는 일정한 기준을 설정해 대부분의 청구를 각하한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차제에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사이의 위상도 합리적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최상위 개념인 헌법의 가치를 다루는 기관이 헌재이므로 이를 중심으로 사법계에서 상호 불일치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법체계를 합리적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최고 사법기관에 걸맞게 구성과 체계를 갖추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다.

신동아 2013년 8월호

2/2
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 KAIST 겸직 교수
목록 닫기

헌재·대법원 사법 불일치 혼란 제한적 도입 고려할 시점

댓글 창 닫기

2021/05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