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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 박사의 ‘왕의 한의학’

종기로 세상 등지며 역사 흐름 바꿔

세 번의 홀아비 신세 겪은 문종

  • 이상곤│갑산한의원 원장·한의학 박사

종기로 세상 등지며 역사 흐름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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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질에 좋은 전복 올려

종기로 세상 등지며 역사 흐름 바꿔

한의학에서 전복은 간의 열을 내리고 눈을 보호하는 최고의 음식으로 꼽힌다.

세종은 오랫동안 소갈증과 안질로 고생했다. 세종 21년 6월 21일, 그는 자신의 질병과 관련해 이렇게 말한다. “소갈증이 있어 열서너 해가 되었다…. 지난봄 강무한 뒤에는 왼쪽 눈이 아파 안막을 가리는 데 이르고 오른쪽 눈도 어두워져서 한 걸음 앞에 있는 사람만 알겠다.”

전복은 안질에 가장 도움이 되는 음식이다. 전복은 간의 열을 내리면서 눈을 보호하는 최고의 음식이다. 한의학에서 간은 봄과 나무를 상징한다. 봄은 영어로 ‘spring’이다. 용수철처럼 압축된 힘으로 튀어 오르는 에너지를 가졌다고 한다. 이처럼 간의 본질은 튀어 오르는 양기다. 눈은 불꽃으로 이글거리다 심하면 병이 든다. 눈은 간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선 눈을 불의 통로라고 본다. 어두운 밤길에서 고양이를 보면 눈이 파랗게 불타오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간질환으로 발생한 분노와 초조함의 화병은 불의 통로에 불을 더해 눈의 신경을 위축시킨다. 화는 위로 타오르면서 어지럼증을 만들고 혈압을 상승시킨다.

전복은 음적이다. 생긴 모양도 그렇지만 수축하고 탱글거리는 육질이 응축한 음의 성질을 띤다. 전복의 수축하고 응축한 힘은 튀어 오르는 양기를 진정시키고 열을 내린다. 바로 이런 간의 화로 인한 두통을 개선하고 혈압을 내리면서 눈을 밝혀준다.



‘본초강목’은 눈병의 증상을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햇빛을 보면 눈이 시리거나 공포스러운 사람은 국화꽃을 같이 달여 먹으면 좋다.”

일반적으로 전복 살을 먹지만 시력을 개선하는 효과는 전복 껍데기가 더 크다. 전복 껍데기를 ‘석결명(石決明)’이라고 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작은 구멍이 있다. 보통은 9개 구멍이 있다고 해서 ‘구공라(九孔螺)’라는 이름으로도 부른다. 본초강목은 심지어 구멍이 7개나 9개는 괜찮지만 10개는 약물로 사용하지 말라는 당부까지 기록했다. 전복 껍데기를 데워 눈에 찜질하는 것만으로도 효험이 있다. 전복 껍데기는 거칠고 울퉁불퉁하지만 속껍데기는 오색으로 영롱하게 빛난다. 바로 이런 형태적 특징을 비유하면서 효능을 풀이했다. “석결명은 담(痰)이라는 불순물과 열로 인한 거친 허물이 가리는 현상을 없애고(각막의 노화나 위축) 찬란하게 빛이 나는 밝은 시력을 회복하는 데 약효가 있다.”

소갈이라는 이름도 열로 태워 갈증을 유발한다는 뜻이고 보면, 음적인 전복은 세종에게 좋은 음식 이상의 약선요리였다. 수많은 음식 중 세종에게 딱 맞는 약선음식을 찾아냈다는 건 부모의 병을 고치기 위한 문종의 열의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세종은 소갈, 건습, 종기, 안질 등을 앓은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었다. 건강에 적신호가 계속되자 세종 24년 7월 28일 당나라 세자가 정무에 참여했던 첨사부의 전례를 따라 첨사원 설치를 명한다. 25년 계조당을 만들어 세자인 문종의 섭정 시대를 열었다. 이후 세종 32년까지 문종은 8년여 국왕 권한을 행사하면서 실질적인 왕 노릇을 한 셈이다.

독점욕 강한 첫 부인 폐비

등창은 종기로 대표되는 옹저의 한 부분이다. 옹저가 생기는 원인에 대해 동의보감은 이렇게 설명했다. “분하고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자기의 뜻을 이루지 못하면 흔히 이 병이 생긴다.”

문종은 조선의 역대 왕 중 드물게 장자계승의 원칙을 지킨, 정통성에 문제가 없는 왕이다. 그의 스트레스 원인은 바로 부인에게 있었다. 세 번이나 홀아비가 됐던, 개인사가 불행한 왕이었다.

실록은 세종 11년 7월 20일 문종의 첫 부인 휘빈 김씨를 폐비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문종은 상호군 김오문의 딸과 결혼했다. 김오문은 태종의 후궁인 명빈 김씨와 남매지간으로 인척관계였다.

“내가 전년에 세자를 책봉하고, 김씨를 누대 명가의 딸이라고 하여 간택하여서 세자빈을 삼았더니, 뜻밖에도 김씨가 미혹하는 방법으로써 압승술(壓勝術·주술을 쓰거나 주문을 외어 음양설에서 말하는 화복(禍福)을 누르는 일)을 쓴 단서가 발각되었다. 과인이 듣고 매우 놀라 즉시 궁인을 보내어 심문하게 하였더니, 김씨가 대답하기를, ‘시녀 호초가 나에게 가르쳤습니다’ 하므로 곧 호초를 불러들여 친히 그 사유를 물으니, 호초가 말하기를 ‘거년 겨울에 주빈(主嬪)께서 부인이 남자에게 사랑을 받는 술법을 묻기에 모른다고 대답하였으나, 주빈께서 강요하므로 비(婢)가 드디어 가르쳐 말하기를 「남자가 좋아하는 부인의 신발을 베어다가 불에 태워 가루를 만들어 가지고 술에 타서 남자에게 마시게 하면 내가 사랑을 받게 되고 저쪽 여자는 멀어져서 배척을 받는다 하오니, 효동, 덕금 두 시녀의 신을 가지고 시험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였다’ 했는데, 효동, 덕금 두 여인은 김씨가 시기하는 자다. 김씨는 즉시 그 두 여인의 신을 가져다가 자기 손으로 베어내 스스로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하기를 세 번이나 하여 그 술법을 써보고자 하였으나 그러한 틈을 얻지 못하였다고 한다. 호초가 또 말하기를 ‘그 뒤에 주빈께서 다시 묻기를 「그 밖에 또 무슨 술법이 있느냐」고 하기에 비가 또 가르쳐 말하기를 「두 뱀이 교접할 때 흘린 정기를 수건으로 닦아서 차고 있으면 반드시 남자의 사랑을 받는다」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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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갑산한의원 원장·한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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