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개혁, 개방을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 실세 3명이 함께 와 진정성을 느끼게 하려 했다.
② 장성택 숙청으로 어려워진 대중관계 회복의 계기로 삼으려 했다. 긴장 완화, 남북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중국에 보여주고자 연출한 것이다.
③ 장기간 거동 불능 등 김정은 유고 사태가 생겼고, 그에 대처하려는 조치일 수 있다.
그의 분석을 더 살펴보자.
“③의 논리는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나 결함이 가장 많다. 신병 이상은 북한의 위기 사태인데, 실세들의 외유가 과연 가능하겠나. 북한이 전략적 태도를 가졌다는 점이 ②의 결함이다. 대남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낸다고 하루아침에 대중관계가 개선되는 것도 아니다. ①의 논리는 자연스럽지만 역시 결함이 있다. 북한이 고개를 숙이고 들어온다? 상상하기 쉽지 않다.”
그는 “일각에선 스포츠를 중시하는 김정은의 의중이 반영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논리적 결함이 있어도 셋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북한 3인조 방남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오랫동안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은 것과 겹치면서 “뇌사(腦死)했다” “실각(失脚)했다” “연금(軟禁)됐다” 등 호사가의 억측을 불렀다. 10월 14일 노동신문은 “평양에 완공된 위성과학자 주택지구에서 현지지도 했다”면서 김정은의 시찰 모습을 공개했다. 지팡이를 짚고 40일 만에 노동신문에 등장한 것. 정보당국이 언론에 흘린 대로 “군부 장악을 비롯한 김정은의 통치에는 문제가 없으며, 발목 수술 후 회복 중”인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체제가 단단한지와 관련한 의견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공고하지 않다”거나 한발 더 나아가 “(김정은은) 꼭두각시일 것”이라는 주장은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는 쪽에서 주로 나온다. “불안정한 북한을 더욱 흔들어 무너뜨린 후 통일해야 한다”는 견해가 따라붙는다. “김정은 체제가 공고하며 안정돼 있다”는 주장은 대화를 늘리자는 쪽에서 주로 나온다. 관여론자들은 “5·24조치를 해제하고 경제협력을 늘려야 북한이 변하고 통일에 다가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북한에 2인자가 존재하는지를 두고도 다양한 견해가 충돌한다. “장성택→최룡해→황병서로의 변화무쌍한 이동을 보면북한에 2인자는 없다” “조직지도부를 뒷배로 삼은 황병서가 2인자다” 등의 엇갈린 주장이 나온다.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제하 칼럼(중앙일보 10월 10일자)에서 황병서를 1.5인자로 묘사했다.
“황병서는 ‘2인자’라기보다는 ‘1.5인자’다. 북한군 총정치국장이자 조선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다. 최근엔 국방위원회의 부위원장으로 선임됐다. 당과 군을 잇는 권력 회로의 중심에 있는 것이다. 만약 그가 최고인민회의에서 젊은 지도자 김정은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면 ‘북한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말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은 그 자리에 없었다. 만약 발목 부상이나 통풍이 불참 이유였다면 최고인민회의를 연기하는 게 사리에 맞지 않았을까.”
차 교수는 “독재자는 극심한 편집증과 권력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병적인 불안감에 시달리는 경향이 있다. 최고지도자가 증발한 가운데 2인자를 남쪽으로 보낸 것은 매우 특이하다. 언론 매체가 2인자·3인자 운운하는 것 자체가 그를 위협하는 것으로 판단될 수 있지 않은가”라면서 김정은 체제가 불안하다는 쪽에 무게를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