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직업 선택의 기준’은 변화한다. 경제성장기에는 대부분이 돈, 명예, 산업의 성장가능성 등이 중요 기준이지만 점차 ‘나에게 맞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전 세대에서 직장이란, 개성을 포기하는 대신 금전적 보상을 받는 ‘도구적 존재’였다면 요즘 세대에서 직장이란 본인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함께 성장해나가는 ‘동반자적 존재’다.
- 한국 상륙 15년째인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이윤 이상으로 강조하는 것이 직원의 보람, 그리고 사회적 책임이다. ‘사회적 기업’이라는 명패는 없지만 소속원이 회사뿐 아니라 사회, 크게는 ‘온 지구’를 위해 일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려 노력한다. 이번 호 ‘대한민국 인본기업’ 시리즈에 스타벅스를 올린 이유다.
스타벅스는 유독 사회적 공헌을 강조하는 회사다. 스타벅스는 올해 150여 지역 단체와 함께 다양한 사회 봉사활동을 실천했다. 전 직원의 봉사 시간을 합하면 1만9615시간(10월 7일 기준). 이 방대한 사회공헌에는 일맥상통하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커피’다.
사회공헌도 기본은 ‘커피’
“그냥 직원들이 옷 맞춰 입고 양로원, 고아원 등에 가서 일회성 봉사활동 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 회사의 정체성과 맞는 봉사를 해야 직원들이 더욱 재밌고 진정성 있게 참여할 수 있으니까요.”
김용준 사회공헌팀 대리는 올 4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에서 봉사활동을 하고왔다. 커피 재배 농가에 집을 지어주고 의료시설, 수로, 학교 등을 건설하는 데 도움을 준 것. 김 대리는 “스타벅스는 수마트라 커피 농가에서 재배한 커피를 다소 비싼 가격으로 구매한다. 커피 농가가 좋은 환경에서 커피를 재배할 수 있게 돕는 것이 봉사단의 임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봉사를 통해 우리가 판매하는 커피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우리가 좋은 커피를 프리미엄 얹은 가격으로 구매함으로써 그 마을, 크게는 그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켜보니 애사심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스타벅스는 세계 최대 공정무역 커피 수입처다. 스타벅스가 구매하는 원두의 약 95%가 공정무역 및 윤리 구매 커피다(2013년 기준).
또한 스타벅스는 자사 소속 바리스타들의 ‘재능 기부’를 장려한다. ‘커피 만드는 능력’ 자체를 ‘재능’으로 인정해, 사회적으로 나눌 수 있게 도와주는 것. 스타벅스의 재능만으로 문을 연 ‘재능기부카페’도 4곳이나 있다. 고령이거나 장애가 있거나 경력 없는 여성 바리스타에게, 스타벅스 직원들이 커피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매장 인테리어, 장비 등 모든 시설·설비를 무료로 제공한다. 6월 9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문을 연 재능기부카페 4호 ‘카페마인’에 재능 기부를 한 스타벅스 커피 앰배서더(홍보대사) 박세정 씨는 “요즘도 퇴근길에 카페마인에 들러 매장을 살펴보고 간다”고 말했다.
“카페 개장부터 관리까지, 스타벅스에서 ‘커피 1인자’로 꼽히는 바리스타들이 직접 참여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간단한 커피 추출도 버거워하던 실버 바리스타들이 능숙하게 라테아트를 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합니다.”
봉사활동에서도 커피를 강조하듯, 스타벅스는 직원들에게 커피 관련 교육도 철저히 시킨다. 커피를 판매하지 않는 직원들도 1주일에 2번씩, 서울 종로구 소공동 본사 강당에 모여 커피 테스트를 한다. 또한 스타벅스는 ‘커피마스터’라는 내부 프로그램을 통해 커피 전문가를 양성하는데, 관리직에 오르기 위해서는 이 자격증을 꼭 획득해야 한다. 서울에서 집합교육을 받기 힘든 직원은 온라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스타벅스는 조직원들에게 “나는 우리나라의 커피 전문가”라는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파트타임’ 아닌 ‘파트너’
사람들이 이 기업을 ‘스타벅스’라고 짧게 부르지만 정식 사명은 ‘스타벅스커피코리아’다. 실제 직원 대부분은 회사에 대해 이야기할 때 ‘커피’자를 꼬박꼬박 넣어 부른다. 스타벅스에서 판매하는 수많은 음료, 음식 중 유독 ‘커피’를 강조하는 것은 조직원들 스스로도 이 회사의 정체성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태도로 보인다. 또한 ‘본사’는 ‘지원센터’라고 지칭하는데, 이 역시 “우리 회사의 수익은 각 매장에서 나온다. 본사는 매장을 돕는 부차적 시설”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기에 스타벅스가 직원들에게 가장 중시하는 것 역시 ‘매장 경험’이다. 스타벅스는 일부 고위 관리직을 제외하고 ‘경력직 사원’을 따로 채용하지 않는다. 입사를 원하는 모든 사람이 매장 직원(파트너)으로 먼저 입사해야 한다. 이석구 대표 역시 매장에서 몇 달간 근무한 적이 있다.
스타벅스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참여한 임직원들.
지원센터에 근무하는 커피 앰배서더 박씨는 8년간 디자인 회사에 재직하다 7년 전 스타벅스 파트타임 파트너로 입사했다. 박한조 홍보팀 대리 역시 “대학 졸업 후 스타벅스 매장 파트너로 입사했다가 사내 홍보팀 공모를 거쳐 지원센터에 근무하게 됐다”며 “지원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 중 80%가 매장 파트너 출신”이라고 말했다.
전 직원은 6800여 명. 대표부터 지원센터 직원, 점장, 이른바 ‘파트타임’ 직원인 파트너까지 직급이 다양하지만 보상은 평등하다. 즉 근무 연수, 시간과 상관없이 모든 직원에게 4대 보험이 보장되고, 성과금·명절상여금이 지급된다. 모든 직원은 전국 모든 스타벅스 매장에서 하루 음료 3잔을 마실 수 있고, 직원을 대상으로 한 제품 할인율도 같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2014년 기준 5510원)을 조금 웃도는 스타벅스 파트너 임금이 낮다는 비판이 있다. 이에 스타벅스 측은 “다른 혜택을 비교했을 때 시급이 나쁜 편은 아니다. 게다가 무형의 장점이 있다”고 반박한다. 커피 앰배서더 박씨의 말이다.
“우리는 모든 직원을 ‘파트타임’이 아니라 ‘파트너’라고 부릅니다. 또한 서로 이름이나 직급 대신 ‘닉네임’으로 부르는데 제 닉네임은 ‘세라’예요. 매장의 스무 살 된 파트너들도 저를 ‘세라’라고 부르고, 저 역시 저보다 연배가 높은 팀장을 ‘캘리’라고 부릅니다. 만약 ‘세라 점장님’ ‘세라님’ 하면 혼이 나요.”
‘리턴맘’ 적극 지원
스물여덟 나이에 스타벅스 매장 파트너로 입사한 박씨는 “사실 그 나이에 스타벅스에 입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디자인회사 과장으로 근무하다 스타벅스 파트너로 입사했을 때 월급이 ‘반토막’ 났지만, 그간 거듭되는 야근 때문에 개인 생활 없이 살다가 스타벅스로 와서 자유롭고 평등하게 근무하는 자체가 기뻤다는 것.
사회공헌팀 김 대리 또한 대학 졸업 후 현대캐피탈에서 근무하다 스타벅스 매장 파트너로 입사한 후 지원센터에 근무하게 된 경우다. 그는 “우리 세대는 아무리 월급이 많아도 스트레스 많이 받으면 일을 못 한다.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최고”라고 말했다.
스타벅스에 근무하는 직원 80%가 여성이다. 그만큼 스타벅스는 여성 복지 제도를 잘 운영한다.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 법으로 정해진 보장은 기본. 최근 스타벅스가 도입한 ‘리턴맘 프로젝트’는 이전에 스타벅스에서 근무하다 출산,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둔 여성 직원들이 ‘시간제 탄력 근무’를 할 수 있게 지원하는 제도다. 현재까지 49명이 이 제도를 통해 돌아왔다.
홍보팀 박 대리는 “매장에서 3~4년 이상 근무했던 전문가들의 경력이 사장되는 것이 아까워 도입한 제도다. 하루 4시간 정도, 요일도 자유롭게 각자 일하는 시간을 정해 운영한다. 물론 복리후생은 똑같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다시 일자리를 찾은 전(前) 부점장은 “출산과 동시에 회사를 떠나면서 막연히 ‘돌아올 수 있을까’ ‘이곳이 아니면 내가 일할 곳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회사에서 반겨주니 참 고마웠다. 애사심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기업 가치를 공유한다고 생각하게 되면, 그들은 브랜드의 충실한 고객으로 남을 것이다.”
스타벅스 창업주 하월드 슐츠의 말이다. 이 정신은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회사 운영 방침과도 일맥상통한다. 스타벅스는 직원 6800여 명과 ‘기업의 가치’를 공유함으로써, 6800여 명의 충실한 ‘홍보대사’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