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호

보수가 ‘카카오톡 여론戰’ 승리한 이유

  • 정해윤│시사평론가 kinstinct1@naver.com

    입력2014-10-22 17: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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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어떻게 ‘카카오톡’을 ‘카더라톡’으로 변질시켰나.”

    새정치민주연합 홍보위원회가 펴낸 자료집 내용이다. 여기서 야당은 6월 지방선거 패배, 7·30 재·보궐선거 패배, 세월호 여론전 열세의 원인으로 ‘SNS 패배’를 꼽았다. 야당의 분석으로는 자기네가 트위터를 바탕으로 한 1차 대전에선 승리했지만 카카오톡을 무대로 한 2차 대전에서 역전당했다는 거다.

    이런 이야기는 다소 뜻밖이다. SNS는 늘 진보진영의 독무대 내지 우위를 점하는 무대로 여겨지지 않았던가.

    자료집은 “보수집단이 카톡에서 불량 정보의 생산과 유통을 조직화하는 경향이 발견된다”고 말한다. “보수집단이 목표 수용자의 눈높이에 맞춘 정보로 공략한다”고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세월호 사건이 꼽혔다. 저소득층, 노년층, 영세 자영업자들에겐 유족들이 과도한 배·보상을 받는다는 점을 강조했고, 주부들에겐 생활비 보조문제를 강조했고, 수험생들에겐 대학특례와 공무원 가산점으로 접근했다는 것이다. 또 보수논객 지만원이 작성한 세월호 사태 비판 글을 김지하의 것으로 포장해 유통한 사례도 제시했다.

    카더라톡에서 불량 정보 유통?



    이 분석은 카카오톡에서 보수층이 급성장한 점을 어느 정도 확인해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야당이 ‘불량 정보’ 낙인을 찍어 패배를 면피하려 한 점에서 한계도 있다. 사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원칙이 정치권만큼 널리 통용되는 곳도 없다.

    우리는 급변하는 IT 환경을 우선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트위터와 카카오톡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트위터는 개방형이다. 반면 카카오톡은 폐쇄형이다.

    SNS 초기에 진보진영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진보인사들이 유명세를 무기로 트위터에서 거대한 팔로어 집단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트위터는 한 명의 빅 마우스가 군중을 향해 메시지를 살포하는 구조다. 진보진영은 카카오톡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이 전략을 고수했다. 게다가 진보진영의 빅 마우스들이 잇따라 상처를 입었다. ‘트위터 대통령’으로 불리던 이외수는 혼외자 논란으로 이미지가 급격히 추락했다. 조국은 논문 표절 시비에 휘말린 후 동력이 떨어졌다. 공지영도 잇따른 구설로 가라앉았고, 나꼼수도 김용민의 막말로 시들해졌다. 소수에 의존하는 구조는 그 소수가 흔들리면 전체가 흔들리게 마련이다.

    트위터와는 딴판

    카카오톡은 개인의 유명세와는 상관없이 아는 사람끼리 주고받는 방식이다. 트위터는 젊은이들이 노는 공간이지만 카톡은 노장년층도 다수 참여한다. 세월호 사건의 경우 일부 기성 언론이 기사에서 야당과 진보진영 주장의 모순점을 찾아내 논파하기도 했다. 또는 네티즌들이 자체적으로 모순점을 발견해 인터넷 게시판 같은 곳에 올려놓기도 했다.

    스마트폰 이용자 다수는 카톡의 공유 기능을 통해 이런 최초의 생산물들을 지인들에게 유포해 여론을 형성했다. 다이빙벨 허풍, 유가족의 욕설과 폭행 전말, 그 얼굴이 그 얼굴인 세월호 범국민대책본부의 식상함, 수사권·기소권 요구의 과도함 같은 것이 카톡을 통해 널리 퍼졌고 여론을 일으켰다.

    최근 사이버 검열 논란으로 카카오톡 가입자들이 대거 탈퇴했다고 한다. 이들은 다른 SNS로 집단 망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앞으로 SNS의 여론 풍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야당의 ‘카더라톡’이나 ‘불량 정보’론은 카카오톡에 대한 오해일 수 있다. 외려 트위터 같은 ‘일(一) 대 다(多)’ 구도에선 영향력 있는 소수에 의해 여론 왜곡이 쉽게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다(多) 대 다(多)’ 구도의 카카오톡에선 허위 정보는 도태되고 사실에 근거한 의미 있는 정보는 확산되는 자체 정화 기능이 더 잘 작동하는 것으로 비친다. 우리는 ‘스마트폰 속 공론의 장’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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