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호

이마트보다 시급 2400원 많지만 북유럽식 파트타임제 위주?

한국 상륙 IKEA 일자리 논란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14-10-23 11: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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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규직 지원자에게 파트타임 권유
    • 오래 근무하면 급여 오르고 연령제한 없어
    • 임금이냐, 고용의 질이냐
    이마트보다 시급 2400원 많지만 북유럽식 파트타임제 위주?

    12월 개장을 앞둔 이케아 광명점.

    ‘Hej, 광명.’ (Hej는 ‘안녕하세요’란 뜻의 스웨덴어)

    10월 8일 경기 광명시 시민체육관. ‘가구 공룡’ 이케아(IKEA)가 이런 문구를 내걸고 개최한 채용설명회엔 시작 전부터 많은 사람이 와 있었다. 20~30대 젊은이부터 유모차를 밀고 온 주부, 50~60대 중장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였다. 강당 문이 열리자 구직자들은 한 장짜리 입사지원서를 간단히 작성한 뒤 부서별 부스로 찾아가 간이 면접을 보고 궁금한 점들에 대해 질문도 했다.

    면접 상담을 마치고 강당 밖으로 나서는 사람들의 표정은 둘로 나뉘었다. 설레거나, 실망하거나. 10년간 어린이집 교사로 일했다는 채화진(58) 씨는 전자다.

    “이젠 나이가 많아 어린이집에서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거든요. 그렇다고 집에만 있는 건 너무 무료해요. 아직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나이잖아요. 경력도 살릴 겸 어린이놀이방을 담당하는 부서에 지원했어요. 판매 직원 중에는 60대인데도 뽑힌 사람이 있대요.”

    아이를 안고 온 주부 셋은 시간제 근무에 지원했다고 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시간이나 남편이 집에 있는 주말에 일할 생각이에요. 적은 돈이라도 가계에 보탬이 되고, 잠깐씩 집을 떠나 사회생활을 하면 활력도 되고요.”

    이들과 달리 정훈석(가명·32) 씨는 거의 울상이었다.

    “5월부터 이케아 여러 부서에 이력서를 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근데 아직 된 게 없어서 더 지원할 자리가 있는지 알아보려고 나왔어요. 그런데 풀타임은 남은 게 없다고 합니다.”(이케아는 복수 지원 및 불합격자의 재지원을 허용한다.)

    김씨는 채용설명회 전날 이케아가 공식적으로 밝힌 ‘최저시급 9200원’(주휴수당 포함)에 대해 “정말이냐?”고 되물었다.

    “시급이 정말 9200원이라면 풀타임이라면 모를까 시간제로 일할 순 없어요. 이제 결혼도 해야 하는데…. 이케아에 입사해도 다른 일을 하나 더 구해야 어느 정도 생활이 될 것 같아요.”

    “결혼도 해야 하는데…”

    이케아가 한국 첫 매장인 광명점의 12월 개장을 앞두고 직원 500여 명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논란은 크게 3가지로 △고용 형태 △채용 일정 △급여 수준에 관한 것이다.

    우선 고용 형태와 관련해 이케아 입사 지원자들 사이에서 “정규직을 지원했는데 면접에서 시간제 제안을 받았다”며 볼멘소리가 나왔다. “정규직은 얼마 안 되고 시간제만 많은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이케아는 “풀타임이나 시간제나 똑같은 정규직”이라고 해명한다. 즉 주당 40시간을 일하는 일반 정규직과 주당 16시간에서 32시간까지 일하는 시간제 모두 4대 보험, 경영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 등 동일한 복리후생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채용 일정에 대해서는 ‘감감 무소식’이라는 불만이 컸다. 이케아 취업 인터넷 카페에서는 이력서를 제출한 뒤 면접 오라는 연락을 받기까지 두세 달이 걸렸다거나, 면접 본 지 두 달이 지나도록 합격 여부를 알려주지 않는다는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급여와 채용 일정, 합격자 발표일까지 사전에 정확하게 공지하는 한국 기업과는 매우 다르다.

    한 구직자는 “기다리다 못해 전화를 걸었더니 불합격이라고 확인해줬다”며 “결과가 나온 즉시 알려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외국계 기업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정모 과장은 “외국계 기업의 채용 일정이 한국 기업보다 훨씬 오래 걸리는 것은 사실”이라며 “채용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임원이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있는 경우에 특히 오래 걸린다”고 전했다.

    이케아는 경기 광명시에 첫 매장을 열면서 500여 명의 직원 중 300여 명을 광명시민 중에서 뽑기로 했다. 그러나 광명시 역시 이케아에 대해 언짢은 표정이다. 심재성 광명시 일자리창출과장은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듯 아무리 북유럽 기업이라고 해도 한국에 왔으면 한국의 채용 문화를 따라야 하는데, 채용 정보를 숨기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2년 12월 광명점을 개장한 코스트코는 이러지 않았다”고도 했다.

    “로마 가면 로마법 따라야”

    이마트보다 시급 2400원 많지만 북유럽식 파트타임제 위주?

    중국 장쑤성 우시에 있는 이케아 매장 내부 전경. 이케아는 전 세계 42개국 345개 매장에서 15만여 명을 채용한다.

    “경력 단절 여성이나 중장년층은 온라인으로 이력서 입력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코스트코 역시 온라인 접수를 선호했지만 이 점을 고려해 오프라인 접수도 병행했다. 우리가 이력서 접수를 대행했고, 매일 저녁 코스트코 직원이 와서 가져갔다. 그런데 이케아는 온라인 접수만 고집한다.”

    가장 뜨거운 논란은 급여와 관련해 벌어졌다. 8월 이케아가 고용노동부 워크넷(www.work.go.kr)에 채용 소식을 올리며 시급을 5210원으로 했다가 삭제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5210원은 2013년 최저임금과 동일한 액수.

    이후 이케아는 빗발치는 시급 문의에 대해 ‘동종업계 평균보다 높다’고만 언급하다 10월 7일에야 보도자료를 통해 시급이 9200원(주휴수당 포함)부터 시작하며, 업무와 경력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채용설명회에서 만난 이케아 직원은 “주휴수당을 빼면 시급은 7300원이고, 6개월 이상 근무하면 매년 1월 급여 리뷰를 통해 시급이 인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케아 다니고 알바도 하고?

    시급 9200원은 동종업계와 비교할 때 어떤 수준일까. 국내 1위 가구회사 한샘의 대형 직영매장에서 판매를 담당하는 영원사업은 기본급과 판매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받는데, 최고 1억 원 이상을 가져가는 사원도 있다고 한다. 김동성 한샘 홍보팀 과장은 “영업사원 180여 명의 평균 연봉은 3500만~4000만 원이고 매출 상위 10%의 연봉은 7000만 원”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한샘 직영매장은 중·고가 제품 위주로 판매하기 때문에 저가 제품을 파는 이케아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보다는 대형 유통매장 직원의 급여와 비교해보는 것이 합당한데, 국내 대형마트 판매진열 직원의 시급은 최저임금보다 몇 십 원에서 몇 백 원 많은 수준이다. 여기에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1000원가량 올라간다. 이마트의 시급은 5670원이고,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6804원이다. 코스트코의 시급은 8790원(주휴수당 포함)이다. 주휴수당 포함 시급으로 보자면 이케아는 이마트보다 2400원, 코스트코보다 400원을 더 주는 셈이다.

    국내 대형마트 급여가 코스트코, 이케아 등 외국계 리테일 업체와 상당히 차이가 나는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5월 코스트코 천안점이 개장할 때 이 지역 국내 대형마트 직원 수십 명이 코스트코 면접에 응하는 일도 벌어졌다.

    차이는 급여만이 아니다. 코스트코나 이케아는 연령 제한을 두지 않고 오래 근무할수록 급여가 인상된다. 한 코스트코 전 직원은 “코스트코는 6개월마다 1호봉씩 상승하는 호봉제인데, 입사하면 호봉이 상승할 때마다 급여가 얼마나 오르는지 상세히 설명해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대형마트들은 정년이 55세이고, 경력에 따른 급여 인상도 없다. 김성훈 이마트노동조합 교육선전부장은 “10년 이상 근무해도 새로 입사한 직원과 시급이 동일하다”고 전했다. 한 롯데마트 직원은 “정년이 55세라서 53~54세 지원자는 회사에서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이케아 시급이 여타 유통업체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넉넉해 보이진 않는다. 시급 9200원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주당 40시간 일하는 일반 정규직의 경우 160만 원가량이다. 최저임금위원회가 2013년 5월 낸 보고서 ‘미혼 단신근로자 생계비 분석’을 보면 34세 이하 단신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212만 원이고 생계비는 185만 원이다(표 참조). 이케아 신입사원의 월급은 34세 이하 단신근로자의 평균소득은 물론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한다. 물론 시간제로 근무할 경우 월급은 이보다 더 떨어진다.

    이마트보다 시급 2400원 많지만 북유럽식 파트타임제 위주?


    주당 40시간 월급 160만 원가량

    취업설명회에서 만난 김모(여·29) 씨는 “주당 28시간 시간제 근무를 제안받았는데, 혼자 자취를 하기 때문에 생활비 하기에도 빠듯할 것 같다”며 “이케아에서 일하며 남는 시간에 다른 아르바이트도 할지, 아니면 다른 직장을 찾을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케아 새빨간 거짓말’의 저자 정명렬 아수라백작가구연구소장은 “학자금 대출받고 아르바이트해가면서 힘들게 대학을 졸업한 요즘 젊은이들이 이케아에서 시간제로 일한다면 부모에게 취직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유통업은 산업구조상 고임금을 줄 수 없는 구조다. 고부가가치를 내는 산업이 아니라 이른바 박리다매형 산업이기 때문이다. ‘유통업 여성비정규직 차별 및 노동권 실태조사’(국가인권위원회, 2007)는 유통업 임금 수준이 갈수록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이유를 크게 2가지로 지적한다. 첫째 대량 할인 판매가 확산됐기 때문이며, 둘째 최저임금과 노동조합 등 보호장치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이케아 또한 가구를 저렴한 가격에 파는 회사로 유명하다. 이케아는 ‘제품을 출시한 후 한 번도 가격을 올린 적이 없다’고 강조한다. 최고경영자(CEO)조차 자기 방 없이 이케아 책상을 사용한다든지,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가 기자간담회 장소에 노인 할인까지 받아 지하철을 타고 왔다는 일화는 이케아의 ‘근검절약’을 보여주는 유명한 에피소드다. ‘이케아 : 스웨덴 가구왕국의 상상초월 성공스토리’(미래의창 刊)에는 2000년 미국의 이케아 판매원 100명 중 76명이 1년도 안 돼 회사를 그만뒀는데, 주로 높지 않은 임금과 미흡한 복지 혜택 때문이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6월 발표에 따르면 미국 이케아의 최저시급은 10.76달러다. 이는 최저임금 7.25달러보다 3.51달러 높은 것이다.

    “경력 단절 여성, 은퇴자 환영”

    임금은 적지만 직급이나 고용 형태와 상관없이 모두 평등한 기업 문화를 갖는다는 이케아. 이 회사는 좋은 일자리인가 그렇지 않은가. 심 과장은 “스웨덴과 한국의 사정은 다르다”며 “북유럽 국가는 사회보장제도가 잘 갖춰져 시간제로 일해도 괜찮을지 몰라도 한국 근로자는 하루 8시간, 혹은 그 이상을 일해서라도 스스로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는 임금을 받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반면 채용설명회에서 만난 고재훈(가명·33) 씨는 “한국의 중견기업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데, 쓸데없는 야근과 회식, 너무 많은 업무에 질려버렸다”며 “해외 이케아 매장에서 만난 직원들이 너무 친절하고 서로 사이 좋아 보였다. 이런 문화를 가진 이케아에서 시간제로 일하며 남는 시간에는 공부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코스트코 시급은 미국에선 최저임금의 2배인데 우리나라에선 최저임금의 2배가 안 된다. 이런 식으로 외국 기업이 한국에 들어와 저임금 정책을 쓰는 경우가 자주 있다”며 “이케아 일자리의 질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려면 한국을 포함해 이케아가 진출한 국가별 시간제 직원의 비율, 최저임금 대비 시급 수준 등을 비교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케아는 시간제 비율 등 ‘신동아’ 질의에 대해 ‘현재 채용이 진행되고 있어 답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시간제 일자리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출산과 육아로 일을 그만둔 여성과 은퇴자, 그리고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취업준비생들을 중심으로 취업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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