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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경제보고서 | LG경제연구원

도요타, 레고, 디즈니, 애플 위기를 기회로 업어친 기업들

  • 김국태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도요타, 레고, 디즈니, 애플 위기를 기회로 업어친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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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때 성장 가도를 달리던 기업도 성장이 정체되는 시기를 맞는다. 하지만 한번 꺾인 성장세를 회복하기란 쉽지 않다.
  • 부활에 성공한 기업 사례들을 통해 ‘다시 성장하려면 무엇을 지켜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본다.
도요타, 레고, 디즈니, 애플 위기를 기회로 업어친 기업들
소니가 데뷔 35년 된 ‘워크맨’의 신모델(ZX1)을 출시했다. 지난해 말 일본에서 얻은 인기에 힘입어 올해 초 다른 아시아 나라와 유럽 지역으로 공급을 확대하면서 과거 성공 신화 재현에 나섰다. 이 고음질 음원 재생 기기는 프리미엄 틈새시장을 겨냥해 소니의 만성적자를 해결하기에는 충분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한때 IT시장을 호령했던 소니가 부활을 위해 의지를 불태우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소니의 부침(浮沈)에서 보듯, 한때 고성장 가도를 달리던 기업도 쇠락은 불가피하다. 더구나 한번 꺾인 성장세를 회복하기란 쉽지 않다. 소니만이 아니다. 과거에 성공했던 많은 기업이 부진에서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쓰지만 소수만이 부활에 성공할 뿐, 나머지 대다수 기업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한다. 그 차이는 어디에 기인할까.

많은 원인이 분석되고 회자된다. 특히 그중 과거 성공 요인에 대한 상반된 접근이 주목할 만하다. 그것은 위기에 빠진 기업이 자사를 간판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았던 강점만큼은 끝까지 붙들어야 할지, 아니면 벗어던져야 할지에 대한 찬반 논란이다. 사전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겠지만, 재기에 힘쓰거나 성장세를 이어가려는 기업의 최고경영진이 끊임없이 받는 질문은 ‘무엇을 지킬 것인가’이다. 재기의 갈림길에서 성패를 달리한 기업 사례들을 살펴봄으로써 그 판단 기준에 대한 단서를 찾아보고자 한다.

스톨 포인트와 역성장

과거 50년간 포춘(Fortune) 100대 규모 기업들의 매출 추이를 분석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매출이 상당히 둔화되기 시작하는 성장 한계점이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른바 ‘스톨 포인트’이다. 기업생태학에 따르면, 기업도 생물체와 같아서 성장과 쇠락의 과정을 되풀이하다 결국 소멸에 이르게 된다. 성공 기업도 예외가 되기는 어렵다.



더 주목할 만한 사실은 스톨에 빠진 기업의 절반 이상이 스톨 이후 10년 이내 2% 미만의 저성장 내지 역성장을 경험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10년 이내 저성장에 빠진 기업 중 열에 아홉은 장기적으로 쇠퇴 및 소멸의 길을 걸었다. 스톨 이전의 높은 성장률을 회복한 기업은 11%에 불과했다.

크게 성공한 기업일수록 회복이 어려운 이유는 성공 체험이 축적된 기업일수록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존 패턴에 안주해 잘못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데 있다. 조직이론의 대가인 제임스 마치 교수가 말한 ‘성공의 함정(Success Trap)’, 즉 조직관성(Inertia)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소비자 니즈나 외부 환경이 급변했는데도 이전의 성공 방정식과 핵심역량에만 집중하다 위기를 맞는 상황을 말한다.

이는 성공 기업을 서서히 몰락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재기를 어렵게 만드는 주요 방해물로 작용한다. 코닥이 디지털 카메라 기술을 최초로 개발해놓고도 단기적 이윤을 위해 주력인 필름사업에 집착하다 결국 후발 기업에 밀려 시장지배력을 상실한 것이 전형적인 사례다. 피처폰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노키아가 스마트폰 시장을 외면하다 추락을 거듭한 것도 성공의 자만심으로 과거에 안주하려는 관성이 혁신을 더디게 한 대표적 사례다.

그렇다고 변화 그 자체가 재도약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성급한 변신을 추구하다가 과거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자신만의 존재 이유에 소홀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워크맨 신화로 시작해 가전업계의 대표기업이 되었던 소니의 추락 과정이 이에 해당한다. 탄탄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IT하드웨어의 강자로 군림하던 이 회사는 단단함 내지 내구성으로 대표되는 제조사로 소비자에게 각인돼 있었다. 이것이 바로 소니의 정체성인 ‘소니다움’이었다.

성공 가도를 줄곧 달려와 자신감이 넘쳤던 것일까. 소니는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 하드웨어 기술력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하에 너무 서둘러 콘텐츠 사업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1995년 소니의 4대 회장인 이데이 노부유키 회장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에도 강한 기업을 목표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소니의 강점 분야였던 TV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은 뒷전으로 밀렸다. LCD나 PDP 등은 외부에서 충분히 조달 가능하다고 판단해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를 등한시하고 투자 시기도 놓쳐버렸다. 대신 미국 컬럼비아픽처스와 유니버설 스튜디오 인수에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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