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15일 ‘삼성협력사 채용 한마당’을 찾은 20대 남·녀들.
한국에서 여풍(女風)은 젊은 세대로 내려갈수록 맹위를 떨친다. 직장보다는 학교에서, 관리자 직급보다는 신입사원 세계에서 더 두드러진다. 9월 통계청이 제시한 2분기 경제활동참가율에서 20대 여성은 20대 남성을 2.6%포인트 앞섰다. 2011년 2분기에도 20대 여성 취업자는 193만9000여 명, 20대 남성 취업자는 174만2000여 명으로, 여성이 19만7000여 명 더 많았다. 당시 20대 여성 고용률은 20대 남성 고용률에 비해 0.7% 높았다. 이러한 수치는 우리 사회 20대의 현실을 매우 상징적으로 반영한다. 1980년대와 1990년대만 해도 20대 여성 취업자는 20대 남성 취업자의 절반에 그쳤다.
취업 시장에서 20대 여성이 20대 남성보다 근소하게나마 우위에 서는 가장 큰 이유로는 ‘공부를 더 잘한다’는 점이 꼽힌다. ‘앉아서 하는 시험공부는 여성이 낫다’라는 말이 어느덧 정설로 굳어졌다.
대학진학률에서 여성은 남성을 앞질렀다. 2010년 여성의 대학진학률은 80.5%, 남성의 대학진학률은 77.6%였다. 중·고교 관계자들은 평균적으로 남녀 간 학력 격차가 존재한다고 본다. 한 입시 관계자는 “게임중독자도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많다. 학교에서 공부 안 하고 딴청 피우는 학생도 남학생이 더 많다”고 했다.
시험 성적에서 나타나는 여학생 우위는 사교육 투입 비율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짐작된다. ‘2013년 사교육비 조사결과’에 따르면, 여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4만3000원으로 남학생 평균인 23만5000원을 앞섰다. 사교육 참여율에서도 69.3% 대 68.4%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높았다.
대학 학업에서도 여성은 두각을 나타낸다. 서울시내 모 대학의 교수는 “대학을 문과계열과 이과계열로 양분할 때 문과계열에선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대체로 성적이 우수하다. ‘학점으로는 같은 학과 여학생을 도저히 따라잡기 힘들다’고 호소하는 남학생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여러 대학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당연히 취업시장에서도 20대 여성의 경쟁력은 쑥쑥 올라간다. 정년이 보장돼 최고 인기 직업으로 꼽히는 공무원. 7, 9급 공무원 공개채용시험에선 여성이 더 많이 합격한다.
경기도의 경우 최근 3년 공무원 공채 결과 여성의 합격률이 60%에 달했다. 소방직종을 제외한 경기도 공무원 중 여성은 29%인 반면, 상대적으로 젊은 7급 이하 공무원 중 여성은 42%다. 경기도 관계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공무원 수에서 남녀 간 역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도 다르지 않다. 2010년 서울시 7, 9급 공채 합격자의 60.7%는 여성이었다. 2010년 사법고시, 외무고시, 행정고시에서도 여성은 각각 42%, 60%, 44.7%라는 높은 합격률을 보였다.
“실력 달리는데 군대까지…”
토플·토익점수로 환산되는 영어실력에서도 20대 여성이 20대 남성보다 더 뛰어나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고려대 재학생 이모(20·여) 씨는 “대체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영어를 더 잘한다. 영어강의에 참여해보면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서울시내 학원가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이후 여학생들의 토익 평균점수가 매년 남학생들에 비해 7~9점 높게 나타난다.
서울시내 대학 관계자들은 인턴 경력, 사회활동 경력, 해외연수·교환학생 경험에서도 여학생은 남학생보다 나으면 나았지 뒤지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YBM 어학원이 2006년 자사를 통해 어학연수를 한 학생들의 성비를 조사한 결과, 여학생이 54.7%에 달했다. 어학연수 기간에서도 남학생은 6개월 이하 단기연수를 선호한 반면 여학생은 주로 1년 이상의 장기연수를 택했다.
20대 여성은 해외여행 횟수에서도 동년배 남성을 압도한다. 2013년 한 여행사가 해외항공권을 구매한 고객을 성별, 연령대별로 조사한 결과 20대 여성이 23.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30대 여성(22.6%), 30대 남성(19.4%) 순이었다. 20대 남성은 군복무의 영향인지 몰라도 11.2%에 그쳤다. 국제화 정도에서도 여성이 완승을 거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