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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태 리포트Ⅰ

女 일이냐, 가정이냐 男 생존이냐, 도태냐

20대 여성 vs 20대 남성

  • 정해윤 | 시사평론가 kinstinct1@naver.com

女 일이냐, 가정이냐 男 생존이냐, 도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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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학교, 학점, 어학점수, 인턴, 해외 경험 등 이른바 5대 스펙(specification의 준말·취업 시 요구되는 평가요소)이 짱짱한 20대 여성이 즐비한 편이다. 거기에다 이들은 대개 경쟁하는 남성에 비해 나이마저 어리다. 여성은 어학연수에 1년을 쓰더라도 23~24세부터 취업문을 두드릴 수 있다. 반면 상당수 20대 남성은 실력도 달리는 데다 24개월 군복무 부담까지 져야 해 나이에서도 손해를 본다.

한 대기업 채용 담당자는 “같은 조건이라면 나이가 어린 응시자가 아무래도 유리한 건 사실”이라고 말한다. 일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채용시험 이력서에서 나이 항목을 없애도록 법으로 정했다. 나이가 많은 것으로 인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다. 그러나 우리나라엔 이런 법이 없다. 대부분의 기업이 응시자에게 나이를 밝히라고 요구한다.

향상된 경쟁력 외에, 20대 여성이 과거와 달라진 점은 또 있다. 이들은 ‘닥치고 취업’이라며 일자리 구하기에 올인한다. 한 세대 이전의 20대 여성은 ‘안 되면 시집이나 가지’라는 생각을 갖고 살았다. 지금의 20대 여성 중 상당수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독신가구, 맞벌이가구가 급증하면서 경제력은 남성뿐 아니라 여성에게도 생존의 필수조건이기 때문.

“상당히 어필”

기업이 채용 시 외모도 고려한다는 이야기가 한동안 퍼졌다. 이로 인해 20대 여성 사이에선 ‘취업 성형’이 유행한다.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1000만 원이 넘는 수술비용이나 얼굴에 칼을 대는 공포 따위는 개의치 않는다. 즉 20대 여성은 20대 남성만큼이나 절박하게 구직활동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실력에다 하고자 하는 의지까지 갖추면서 20대 여성이 취업시장에서 급부상하게 된 것이다.



여러 대기업의 채용 담당자들은 “문과계열 응시자들의 경우 입사시험 성적순대로면 여성만 뽑아야 할 판”이라고 말한다. 이 때문에 취업 현장에선 비공식적으로 남성할당제라는 걸 만들어놓고 합격자의 성비를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여성 인재가 과거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확실한 스펙 관리와 더불어 높은 피드백 효과 때문이기도 하다. 입사시험에서 어떤 미션을 받으면 ‘딱 부러진 결과’를 가져온다는 거다. 한 대기업 채용 담당 임원은 “스펙이 좋은 20대 여성 응시자는 대개 패션 감각도 있고 성격도 원만해 보인다. 거기에다 말도 잘하고 글도 잘 쓴다. 한마디로 상당히 어필한다”고 말한다.

여풍은 언론사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지역 한 종합일간지 간부는 자신의 경험담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기자직 1차 서류전형과 2차 논술·작문시험 채점에 참여해봤다. 여성 응시자가 남성 응시자에 비해 글을 더 잘 쓰더라. 문장도 좋고 시각도 균형 잡혔고…. 최근 몇 년간 이런 일이 반복돼 왔다. 그러나 점수대로 곧이곧대로 뽑지 못한다. ‘글발’이 다소 달려도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 남성을 더 뽑게 된다. 신문사로선 사회부 기자의 태반이 여기자이면 큰 사건이 날 때 과연 취재를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걱정한다. 한 번도 그렇게 운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젊은 여성의 약진은 선진국에서 이미 나타난 현상이다. 공교육이 일찍 시작된 서구에서는 한 세기 전부터 여학생이 더 뛰어난 학업성적을 보였다. 다만 당시엔 똑똑한 여학생이 출산을 위해 진학을 포기하고 일찍 학교를 떠났기 때문에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다. 그러나 요즘의 서구 여성은 출산을 미루면서까지 직장에 밀고 들어감으로써 여풍을 허리케인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일은 우리나라에서 그대로 반복된다. 결혼·출산율 저하는 20대 여성을 20대 남성과 대등하게 만들어주는 문화적 배경이 된다.

여학생이 학업성적에서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생물학적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남녀는 평균 지능지수에서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지능지수의 분포에선 다소 차이가 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정규분포곡선의 가운데에 더 몰려 있는 편이다.

두 개의 X염색체를 가진 여성은 안정적이고 건강한 성이다. 반면 XY염색체를 가진 남성은 불안하고 취약한 성이다. 이 때문에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나 난독증처럼 학업에 치명적인 약점이 남학생에게 압도적으로 많이 발견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정규 교육과정에서 중도탈락한다.

여학생이 표준 학생像?

20대 여성의 약진 이유는 우리 사회의 획일적 교육 및 평가 시스템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근대적 공교육은 프러시아에서 압축적 산업화를 추진하려는 목적으로 시작됐다. 산업화 시기엔 기계의 부품처럼 정확하게 자기 역할을 해내는 인재가 필요했다. 주입식 교육은 이런 의도에 부합했다.

삼성의 초창기 역사는 이런 방식의 유효함을 잘 보여준다. 이병철 회장은 신입사원 면접에서 머리를 단정히 빗거나 구두를 깨끗이 손질했는지를 눈여겨봤다고 한다. 과거 삼성맨의 이미지는 은행원과 비슷한 것이었는데 이런 인재들이 산업화 초기 단계에 크게 활약했다. 이것은 이건희 회장이 추구하는 현재의 인재상과는 다르다. 한 사람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그의 지론은 인재관의 변화를 나타낸다. 그러나 구인 방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 채 아날로그 방식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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