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호

주류사회 배척 이민가정 출신 귀국 후 ‘살인머신’ 돌변 우려

IS 외국인 전사들

  • 김영미 │분쟁지역 전문 PD

    입력2014-10-22 11: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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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들이 터키를 거쳐 시리아로 들어간다. ‘이슬람국가(IS)’의 전사가 되기 위해서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IS 대원은 1만2000명, 출신 국가만 80여 개국에 달한다.
    • 10대 소녀들까지 ‘지하드 신부’를 꿈꾸며 시리아 국경을 넘는다.
    주류사회 배척 이민가정 출신 귀국 후 ‘살인머신’ 돌변 우려

    9월 13일 시리아 반군 단체인 이슬람국가(IS)는 영국인 인질 데이비드 헤인스를 참수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5월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대형 트럭에 폭발물 16t을 실은 테러범이 시리아 정부군이 진을 친 음식점으로 돌진했다. 수십 명이 죽거나 다쳤다.

    시리아 내전이 3년을 넘기면서 자살폭탄 테러는 흔한 일이 됐지만, 이 사건엔 특이한 점이 하나 있었다. 테러범이 미국 여권을 가진 미국 시민이었다. 알카에다 연계 이슬람 무장세력인 ‘알누스라 전선’이 온라인에 배포한 자살폭탄범의 신원은 23세의 중산층 출신 미국인 모너 모하마드 아부살라였다.

    아부살라는 미국 남부 플로리다 주 팜 비치 카운티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평범한 미국 청년이었다. 야구와 미식축구를 좋아하고 와플을 즐겼다. 부모는 마이애미 인근 베로비치 지역에서 식료품점 여러 곳을 운영하는 부유한 상인이었다. 그런 배경을 가진 그가 어느 시점에 이슬람으로 개종하고 지난해 말 시리아에 입국한 것이다. 그러고는 ‘알누스라 전선’의 일원이 돼 자살폭탄 테러를 자행했다.

    미국은 충격에 빠졌다. 시리아 내전에서 미국인이 자살폭탄 테러의 가해자로 밝혀진 것은 처음이었다. 미국 뉴욕 시 대테러 책임자 존 밀러는 “시리아에서 100명 이상의 미국 청년이 IS(이슬람국가) 등 테러 조직에서 훈련받는다”고 말했다. 이들 중 일부는 시리아에서 벌어지는 온건 이슬람반군과 IS 간 전투에서 전사했다.

    8월에는 시리아 서북부의 알레포에서 교전이 벌어져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희생자 중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출신인 더글러스 맥아더 매케인이 있었다. IS 전사인 그는 2004년 기독교에서 이슬람으로 개종했다. 매케인은 페이스북에서 ‘듀알리 다슬레이오브알라’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이슬람과 IS의 교리에 심취했다. 그의 페이스북은 IS를 찬양하는 사진과 글로 도배됐다.



    ‘참수 시리즈’

    9월 IS에 의한 첫 외국인 인질 참수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가 복면을 한 IS 대원에 의해 잔인하게 참수돼 세계를 경악시켰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폴리 기자를 참수한 IS 대원이 영국 국적의 청년이란 점이었다. 그는 이집트계 영국인 압델-마제드 압델 바리(23)로 확인됐다.

    서방 인질 첫 참수라는 악역을 영국인이 담당한 사실이 알려진 뒤 영국 정부와 국민은 충격에 빠졌다. 필립 해먼드 영국 외무장관은 “극악무도한 가해자를 영국이 키워냈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다. 폴리를 참수한 자는 영국을 배신한 것이다”라고 한탄했다.

    10월 초에는 한 트위터 계정에 ‘이슬람 전사의 메시지’라는 제목의 2분짜리 동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서 한 젊은이는 “당신들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싸울 수 없다면 영국 심장부를 향한 테러 공격에 나서라”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시리아에서 IS 대원으로 활동하는 영국인으로 잉글랜드 버킹엄셔 주 하이위컴 출신이며 대형 유통점의 보안직원으로 일하다 1월 시리아 IS에 합류한 오마르 후세인(27)이다. 후세인은 이슬람교도들은 부도덕하고 비열한 서방국으로부터 아무것도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진정한 남자라면 공중에서 폭격만 하지 말고 모든 병력을 지상전에 보내라”고 했다.

    영국 정보 당국은 후세인의 정확한 신원을 파악하고 있으며 영국 내 연계 조직에 대한 추적 작업도 진행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시리아를 공습한 이래 영국인 인질 데이비드 헤인즈와 앨런 헤닝의 참수까지 악재가 겹친 와중에 영국 국적의 IS 대원이 자국의 이슬람교도들을 향해 내부 테러를 촉구한 IS 선전 영상이 공개되자 영국 정부는 곤란해졌다. 현재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압델과 후세인 같은 영국 국적 IS 대원은 500명이 넘는다는 것이 영국 정보당국의 판단이다.

    이에 앞서 IS 대원이 참수당한 시리아 정부군의 머리 들고 있는 잔혹한 사진이 트위터에 공개됐다. 이 IS 대원은 호주 시드니 출신의 칼리드 샤루프와 모하메드 엘로마르로 확인됐다. 소식이 알려진 뒤 호주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더군다나 샤루프는 트위터에 일곱 살 난 아들이 시리아 정부군의 머리를 들고 있는 모습의 사진까지 올려 충격을 줬다.

    호주 안보정보기구(ASIO) 데이비드 어바인 국장은 “약 60명의 호주 조직원이 이라크 및 시리아의 알카에다 연계조직 알누스라 전선과 IS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 가운데 호주인 15명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또 “현재 호주 내에서 100명이 넘는 사람이 새로운 조직원을 모집하거나 자금과 무기 등을 제공하며 극단주의 단체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고 밝혔다.

    벨기에의 디디에 레인더스 장관도 “200여 명의 벨기에 젊은이가 시리아 내전에 반군 전사로 참전한 것이 확인됐으며 이들 중 20여 명이 전투 중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4분의 1이 영국인

    유럽은 물론 미국, 호주 등 세계 각국이 급증하는 ‘자생적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문제로 초비상이다. 오랫동안 내전을 벌이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외국 출신 IS 대원만 1만2000명으로 추정된다고 최근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들 중 서방에서 건너온 외국인이 약 3000명이고, 이 중 4분의 1이 영국인이라고 보도했다. 또 최근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장관은 “이라크·시리아를 포함해 중동지역에서 활동하는 프랑스 지하디스트는 약 900명”이라고 밝혔다.

    터키 이스탄불 공항은 IS 대원이 되려 시리아로 향하는 서방의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공항이다. 시리아로 가려는 예비 IS대원들을 적발하기 위해 각국에서 파견한 정보국 요원들이 공항 구석구석에서 진을 쳤다. 터키는 중동과 유럽 여행객 무비자 단기 체류가 가능한 데다 시리아와 접한 남부 국경(909㎞)은 관리가 허술하다. 그래서 시리아 내전이 벌어지는 4년여 동안 내전에 참가하려는 서방 젊은이들의 주요 경유지가 됐다.

    이스탄불 공항의 검문을 피해 무사히 시리아 국경 인근 도시로 가는 국내선을 탄다 해도 다시 검문이 심하기로 유명한 터키 남부의 가지안테프 공항을 거쳐야한다. 이곳에서 최종 안내책을 만나 시리아로 가는 국경을 넘는 것이다.

    9월 가지안테프의 에르달 주지사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IS에 가담하려던 외국인 19명을 현지에서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체포된 외국인들은 주로 유럽과 카프카스 등지에서 온 사람들이며 이들 가운데 전과가 있는 이들은 구속수사하고 전과가 없으면 본국으로 추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터키 외무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터키 정부가 체포한 해외 출신 무장세력은 450명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체포된 인원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가지안테프의 한 경찰관은 “이들 외국인 무장전사들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공항과 택시, 호텔 등 외국인이 다니는 장소에서 불시검문을 한다. 전에는 외국인들이 주로 관광객이었지만 지금은 전사가 되고 싶은 외국인들이 가지안테프에 몰려든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공습을 시작하고 나서는 약간 감소하는 듯하지만 여전히 시리아로 가려는 멍청한 서방의 젊은이들이 이곳을 거쳐간다”고 덧붙였다.

    터키 정부는 IS 대원들의 출입 통로가 된 자국의 시리아 접경 지역 통제를 강화했다. 특히 IS가 장악한 시리아 최대 도시 알레포로 가는 통로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하타이 지역 실베고주 국경검문소와 가지안테프 지역 온쿠피나르 국경검문소를 철저히 감독한다.

    그러나 터키 국경을 지키는 군인들을 매수하기 쉽고 국경 곳곳이 뚫려 있어 ‘예비 IS 대원’들은 어렵지 않게 시리아 반군 장악 지역으로 넘어간다. 어떻게든 시리아로 들어가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터키 국경 경비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시아인도 늘어

    유럽에서 외국인 전사가 가장 많은 국가는 영국, 독일, 프랑스다. 영국과 프랑스엔 과거 식민지이던 중동·아프리카·아시아의 이슬람 국가 출신 이민인구가 많고 독일엔 인접국 터키와 동유럽 이민자의 유입이 많다. 이들 나라의 이민 2세들이 IS 대원으로 합류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영국은 수도 런던 한가운데서 이슬람주의를 전파하는 이맘(이슬람교 지도자)과 마드라사(이슬람 신학교)가 많기로 유명하다. 상가 이층이나 일반 주택에도 이슬람교도들이 모일 수 있는 모스크나 마드라사가 자리 잡았다. 그래서 ‘런던(London)’과 이슬람 국가들의 국명에 많이 쓰이는 ‘~스탄(~stan)’이라는 말의 합성어로 ‘런더니스탄(Londoni-stan)’이라고 할 정도다. 러시아에서는 800명 이상이 IS 대원이 되려고 시리아로 향했다. 이 밖에 벨기에, 핀란드, 아일랜드, 덴마크 등 유럽 각국에서 IS 대원이 되려는 젊은이의 행렬도 끊이지 않는다. IS 전사를 배출한 국가는 대략 87개국 정도로 확인된다.

    독일 베를린의 알누리 모스크 등 유럽의 일부 이슬람 사원은 시리아에 보낼 지하드 전사를 모으거나 반군 측에 구호품·현금 등을 전달하는 창구 노릇을 한다. 모금·기부행사를 통해 걷은 자금과 물품은 지하드 전사 파견 비용이나 무기 구입 등에 사용하기도 한다. 독일 정보기관은 “시리아 북부에 ‘독일 캠프’가 세워져 있어 독일어를 사용하는 외국 전사들의 집합소나 군사훈련소 구실을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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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4일 시리아와 국경을 접한 터키 수루츠의 검문소에서 시리아 난민들이 터키 입국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IS가 시리아 북부 코바니를 집중 공격하면서 20만 명 이상의 난민이 터키로 피신했다.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이래 외국인 전사들에 대한 소문은 꾸준히 돌았다. 그럼에도 이들이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건 시리아 정부가 북부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 그 지역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너무 위험한 지역이라 외국 언론인들이 제대로 취재할 수 없었던 데다 IS가 납치를 시작하면서 그나마 남아 있던 외국 취재진마저 대부분 떠났기 때문이다.

    또한 내전 초창기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은 반군 전체를 ‘외국인 테러리스트’로 몰아세웠다. 이제는 IS가 시리아 북부를 점령하면서 정부의 주장이 사실이 돼 버렸지만, 당시에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기에 서방 세계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었다.

    최근엔 인도네시아(30~60명), 싱가포르(1명)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에서도 시리아 IS 조직원이 배출됐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은 “IS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무슬림 사회에서 조직원 모집을 강화한다”고 밝히며 “인도네시아의 IS 조직원 수는 60명보다 많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자신을 IS 인도네시아 지부장이라고 주장하는 자영업자 쳅 헤르나완(63)이 경찰에 체포된 일도 벌어졌다. 그는 비밀리에 모집한 용병을 시리아와 이라크로 보내는 일을 감독하는 임무를 맡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민자 가정 젊은이들

    일본에서도 최초의 IS 대원이 나타났다. 9월 한 트위터 계정에 중년의 아시아 사람이 AK47 소총을 들고 IS를 상징하는 검은색 깃발 앞에 선 사진이 올라왔다. 이 계정의 주인인 알-타미니는 “이 사람은 일본인이며 이름은 셰이크 하산 코 나카타”라고 소개했다.

    나카타 씨는 일본에서도 아주 유명한 이슬람 율법학자로 도쿄대 문학부 이슬람학과를 졸업하고 이후 이집트 카이로 대를 졸업했다. 이후 일본의 명문 도시샤대에서 이슬람 율법 및 지역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도시샤 대 신학부 신학연구과 교수로 재직하며 오래전부터 칼리파 연구에 집중해왔다. 코란을 일본어로 번역하기도 했으며 2008년 일본에서 ‘샤리아와 칼리파 연구 콘퍼런스’를 유치하는 등 일본 학계에서는 저명한 학자다. 그런 그가 IS대원으로 등장하자 일본이 발칵 뒤집혔다.

    10월에는 IS 대원이 되기 위해 시리아로 향하려는 홋카이도대 휴학생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 학생은 나리타 공항에서 터키를 경유해 시리아로 들어가려다 적발됐으며 경찰 조사에서 “시리아에 들어가 IS에 참가하고 전투원으로 활동할 생각이었다”고 혐의를 시인했다.

    중국도 최근 IS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우스커 중국 중동 특사는 “약 100명의 중국인이 시리아에서 전쟁에 가담한다. 이들은 모두 신장의 동투르크 테러단체 소속”이라고 밝혔다. ‘환추시보’는 왕보(王波)라는 이름의 남성이 터키에서 시리아에 들어가 IS 전사로 활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한 IS 대원은 “한국인도 있다”고 주장했으나 아직 확인된 바는 없다.

    서방국가에서 질 좋은 교육을 받고 민주주의를 배우고 성장한 이들이 어쩌다 시리아에서 자국을 위협하는 IS 대원이 됐을까. 영국의 테러 전문가들은 유럽 지하디스트 대다수가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의 이슬람 국가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20∼30대 젊은이라고 분석한다. 이들 대다수는 엄격한 이슬람 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고 테러 조직 가입 전까지는 모스크에 가지도 않았으며 코란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들은 청소년기에 부모와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집 밖은 자유스러운 유럽인 데 집안에 들어서면 보수적인 분위기여서 정체성 혼란에 빠진 것. 그들은 성장한 후 유럽 사회에 합류하지 못하는 현실을 깨달으며 절망한다. 그럴 때 그들 옆에 극단적 이슬람주의가 나타나면 유혹받기 쉽다는 것이다.

    주류 사회 진입 좌절감

    영국 런던에 살던 모하마드(가명·29)는 유명 의대에 다니던 의대생이었다. 그는 이집트 이민 3세로 집안에서도 공부 잘하기로 소문난 수재였다. 의대에 입학할 당시만 해도 일용직 잡부로 일하는 부친에게는 최고의 자랑이었다.

    그러나 그는 “의대 다니는 동안 나는 항상 남들 뒤에 있는 기분이었다. 안과를 전공해 유명한 안과의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영국 사람이면서 영국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느꼈고 좌절하며 방황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시리아 락카에서 IS 대원들을 위한 의사로 활동한다. 최근 그는 트위터에 “사회에서 아무의 주목도 받지 못하던 나는 이곳에서는 존경받는 의사로 불린다”고 적기도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경기 불황과 청년층의 실업률 증가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5월 기준 25세 이하 청년층 실업률은 프랑스가 22.5%, 영국은 17%에 달한다. 일본에서 적발된 휴학생의 경우 일본 경시청 공안부의 조사에서 IS 전투원이 되려고 한 이유에 관해 “취직활동이 잘 되지 않았다”고 말했으며 지인들에게 자살하고 싶다거나 시리아에 가서 죽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주류사회 배척 이민가정 출신 귀국 후 ‘살인머신’ 돌변 우려

    영국 정보기관은 영국인 IS 대원 ‘존’이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를 참수했다고 밝혔다. 존의 정체로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래퍼 출신인 압델 마제드 압델 바리다.

    유럽에서는 10대 후반에서 20대의 무슬림 이민자 2세 청년들의 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들은 무슬림에 대한 차별과 주류 사회 진입이 어려운 현실 등 누적된 불만을 이슬람 극단주의에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세계 경기 침체 후 각국에서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극우파가 득세하며 무슬림 이민자의 입지가 더 좁아진 점도 젊은이들이 IS에 심취하는 원인이다.

    영국 국제급진주의연구센터(ICSR)의 시라즈 마허 연구원은 “주류 사회에서 배척당한 젊은이들이 외부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면서 급진주의에 빠져든다”고 말했다. 직장을 잡지 못한 후의 존재감 상실이 이들을 IS 급진주의로 몰고 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시리아의 한 인권단체 활동가는 “IS에 가담한 젊은이들은 대부분 시리아 독재정부를 전복해야 한다는 순수한 정의감으로 충만하다. 동시에 전쟁을 컴퓨터 게임이나 서바이벌 게임 정도로 생각한다. IS의 전문가들은 이들을 접촉하기만 하면 아주 손쉽게 세뇌해 급진적인 이슬람 무장전사로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9·11테러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는 급진적 이슬람 주의자들을 감시하고 뿌리 뽑으려 노력했다. 그 결과 많이 안정을 찾았다. 9·11테러 세포조직이 활동한 독일의 함부르크 등지에서도 극단적 이슬람주의가 극성이었지만, 독일 정부는 각고의 노력을 통해 악명 높은 마드라사와 세포조직을 거의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 지하디즘에 빠지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일종의 풍선효과가 발생했다. 문제는 IS가 이런 상황을 십분 활용한다는 점이다. 특히 SNS를 이용한 대원 모집 광고는 톡톡히 효과를 본다. IS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진정한 남자가 되고 싶은가’ ‘서바이벌 게임이 아닌 실제 전장에서 싸워보고 싶지 않은가’라고 마초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문구와 ‘삶의 가치를 높이는 인생’ ‘천국으로의 초대’같은 ‘힐링’ 문구를 무작위로 보낸다.

    여기에 응답하는 젊은이들의 성향에 맞춰 시리아로 안내하는 전략을 구사해 IS 대원이 되기를 종용한다. 여비와 숙소를 제공하며 마치 한번 와보고 아니면 돌아가라는 식의 여행 콘셉트로 시리아행을 유도한다. 시리아행을 택한 이들이 올린 SNS 메시지를 보면 IS를 마치 서머캠프처럼 인식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들이 일단 시리아 땅까지 오면 세뇌작업을 통해 IS 전사로 태어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IS에서 활동하다 이라크 정부군에게 체포된 사우디아라비아 10대 청소년 하마드 알 타미미는 온라인에서 IS 조직원 모집 안내문을 보고 7월 쿠웨이트, 터키를 거쳐 시리아로 들어가 IS 대원이 됐다. 그는 22일간 종교 캠프에서 교육을 받은 뒤 IS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에 대한 충성을 맹세했다. 이후 그는 IS의 공군기지에서 군사훈련을 이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리아로 들어간 지 채 한 달이 안 돼 완벽한 IS 전사가 됐다.

    IS는 서방에 독재의 상징처럼 그려진 시리아 정부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대항하는 정의로운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그 결과 세계 곳곳의 젊은이가 IS 대원이 되려 시리아로 향하는 것이다.

    지하드 신부들의 로맨티시즘

    시리아로 향하는 젊은이들 중에는 10대 소녀도 많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럽과 북미, 호주 출신의 IS 지원자 가운데 여성 비율은 10%에 달하며, 14~15세 미성년 여학생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에서는 13세 여학생이 낀 소녀 4명이 인터넷으로 만난 IS대원과 결혼하겠다고 가출한 사례도 있다. 영국에서는 브리스톨과 런던에서 최근 각각 가출한 뒤 실종된 15세와 17세 여학생이 IS 합류를 위해 출국해 관계 당국이 추적에 나섰다.

    이처럼 IS에 합류한 영국 소녀들은 50명 정도로 대부분 IS의 근거지인 시리아 락카에 머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 중에는 무슬림 가정 출신도 많지만 백인 소녀도 많다. 대부분 페이스북 등 인터넷의 SNS에서 지하드 모집책을 만났다. 모집책은 소녀들에게 지하드 참가를 권하며 여비 등을 제공한다. 그들은 시리아로 간 뒤 페이스북에 소총을 든 모습이나 시리아의 이국적인 음식과 풍경 사진으로 다른 소녀들을 유인하기도 한다. 간혹 참수 희생자의 신체 사진을 올려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기도 한다.

    IS에 소속된 무하지다 빈트 우사마라고 밝힌 한 영국인 의대 여학생은 검은색 천으로 얼굴을 가린 채 흰색 의사 가운을 입고 참수된 남성의 머리를 든 모습을 트위터에 공개해 영국 전역이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게다가 사진 아래에 ‘꿈의 직업, 테러리스트의 의사’라고 적어 몸서리를 치게 했다. 영국 정보 당국이 파악한 그녀는 올해 21세로 IS의 전속 의사로 활동한다.

    최근엔 ‘지하드 신부’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영국 맨체스터에 사는 16세 두 쌍둥이 자매가 한밤중에 여권과 가방을 들고 공항으로 달려갔다. 그녀들이 향한 곳은 터키 이스탄불 공항. 자매는 며칠 후 무사히 시리아에 도착했다. 미국 콜로라도에 살던 19세 소녀 셰넌도 출국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이 소녀도 IS대원과 결혼하려고 시리아로 향하려 했다. ‘지하드 신부’를 꿈꾼 것이다.

    지하드 신부 바람은 이데올로기와 분쟁보다는 단순한 10대 소녀의 로맨티시즘이 만들어낸 것이다. 이슬람 전사들에 대한 소녀들의 황당한 환상이 시리아로 향하게 한 것이다. IS는 SNS를 통해 이들을 유인할 때 ‘순교자의 아내’가 얼마나 멋있고 의미 있으며, 전사들과의 사랑은 로맨틱하며 자존감을 높인다고 말한다. 루이 카프리올리 전 프랑스 보안국장은 “이슬람 지하드에 가담하는 서방국가 출신의 10대 소녀들은 무슬림 남성 전사를 돕는다는 생각에 배우자를 자원하며, 남편이 전사하면 순교자의 아내로 대접받는다”고 밝혔다.

    필자가 터키에서 만난 한 영국 청년은 두 달 전 시리아로 떠난 16세 누이동생을 찾으러 터키 국경으로 달려왔다. 그는 누이동생이 며칠 전 ‘히잡’을 쓴 사진과 함께 IS 전사와 결혼했다는 메시지를 페이스북을 통해 보내왔다고 한다. 그녀는 “히잡이 너무 멋있고 나는 순교자의 아내로 대접받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청년은 “히잡에 대한 환상을 가질 정도로 아직 어린아이다.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평범한 영국 소녀를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장 시리아로 들어가 누이동생을 데려오고 싶어 했지만 시리아로 들어가면 IS 전사들에게 납치될 수 있어 국경에서 메시지로 설득하는 중이었다.

    ‘돌아온 전사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시리아에서 활동하던 외국인 전사들이 각자의 고국으로 돌아갔을 때의 일이다. 영국 킹스칼리지의 유럽급진화문제연구센터는 이라크와 시리아 등 중동 각지에서 활동하던 이슬람 전사들이 귀국해 테러행위를 벌일 가능성을 우려했다. 즉 IS에서 작전 수행 경험과 전투기술을 배운 그들이 자신에게 좌절감을 안긴 모국을 상대로 테러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미 그들은 시리아에서 납치·살해 등 잔혹행위 등을 학습했으며 각종 전투에 투입됐고 폭탄 테러 등에 대해 집중교육을 받았다. 무려 87 개국에서 몰려온 이들이 시리아에서 벌어지는 미국의 공습을 피해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 IS에서 배운 대로 테러를 주도하면 그야말로 ‘살인 머신’이 되는 것이다. 시리아에서 IS 대원으로 활동하던 프랑스 국적의 남성이 벨기에 브뤼셀 유대박물관에서 테러를 시도한 사건은 ‘고국으로 돌아오는 IS 출신 전사’의 테러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키웠다.

    외국인 전사들의 귀환은 이미 대규모로 진행된 상태다. 알누스라 전선 관계자는 “올해 1월 중순부터 3월까지 2000명 미만의 외국인 전사가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이에 서구 사회는 대책 마련에 부심한다. 또 미국에서는 이들로 인해 제2의 9·11테러가 발생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됐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돌아온 외국인 전사 문제를 다루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누가 얼마나 시리아에 머물렀는지 파악하기도 쉽지 않아 앞으로 세계 각국의 ‘돌아온 전사’에 대한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미국의 공습은 시리아 상공에서 계속되지만 지상전 없이 공습만으로 IS를 궤멸하기는 쉽지 않다는 비관론이 지배적이다. 시리아 내전 3년이 만든 ‘외국인 전사’ 여파가 시리아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 바이러스처럼 퍼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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