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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갑질’에 꾸벅하는 ‘정치권 시다바리’ 오명

‘정치경찰’ 논란 영등포경찰서

  •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의원 ‘갑질’에 꾸벅하는 ‘정치권 시다바리’ 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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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세월호국정조사특위 위원을 지낸 김 의원은 9월 17일 저녁 9시 30분경부터 여의도 한 일식당에서 김병권 당시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위원장, 김형기 수석부위원장, 한상철 대외협력분과 부위원장 등과 술을 마셨다. 위로 자리였다. 그러나 술자리가 파하고 대리운전기사를 부르면서 사달이 났다.

다음 날 0시 40분쯤 식당 앞 거리에서 김 의원은 대리기사와 대기시간 문제로 시비가 붙었다. 이 일이 대리기사와 행인 폭행 사태로 번졌다. 유족 측은 쌍방 폭행을 주장했다.

당시 김 의원은 경찰청을 국정감사 피감기관으로 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이었다. 여론의 질책을 받자 김 의원은 안행위를 떠나 외교통일위로 옮겼다. 사건에 연루된 세월호 가족대책위 집행부도 모두 물러났다. 유가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영등포경찰서는 사건 처리 과정에서 김 의원 봐주기 편파수사 논란에 휩싸였다. 김 의원을 보호하고, 세월호 유가족 눈치를 살피면서, 약자인 대리운전기사의 처지를 외면했다는 비판이다. 관련 의혹은 다음과 같은 7가지로 집약된다.

▲폭행사건 당일 왜 형사과 기동대 승합차가 지구대 순찰차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했나. ▲김 의원이 사건 현장에서 누구와 통화했나 ▲경찰청 본청이나 서울경찰청 등 상부로부터 사건 처리와 관련한 지침이 있었나 ▲김 의원이 출두 통보일 전날 기습출두했을 때 사전에 경찰서와 연락이 있었나 ▲김 의원이 출두한 뒤 2시간 동안 형사과장실에서 머물며 형사과장과 무슨 대화를 나눴나 ▲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지 않나 ▲폭행사건 한 달이 지나도록 왜 김 의원의 혐의 사실을 확정하지 않나.



영등포경찰서의 답변 방식

이들 의혹에 대해 영등포경찰서 전우관 형사과장(경정)의 해명을 듣기 위해 10월 13일 인터뷰를 요청했다. 전화를 받은 형사과 직원은 “과장님이 부재중”이라며 “홍보지원팀장과 상의하라”고 했다. 홍보지원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인터뷰 요청 취지를 설명했더니 “상의해보고 답을 주겠다고”고 했다.

다음 날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온 홍보지원팀장은 “형사과장은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구체적 사안에 일일이 답변하기 곤란하다. 수사가 마무리되면 설명해주겠다’고 했다. 지금은 업무가 바빠 시간도 안 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수사 라인에서 정치 외풍을 타는 일은 없는 걸로 안다. 저희는 일단 증거에 의해서 수사하기 때문에 그런 외압에 좌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편파적으로 수사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기자는 의혹의 내용을 문서로 써서 홍보지원팀장에게 e메일로 보냈다. 그러나 그는 기사 마감일(15일)까지 회신을 하지 않았다.

김 의원 수사 관련 의혹에 대해 인터뷰에 응한 여러 전직 경찰관은 “충분히 의심을 가질 만한 정황”이라고 했다. 일반인이 김 의원 처지였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특혜 수사’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는 지적이다.

김복준 연구위원은 영등포경찰서의 가장 큰 실책은 초동조치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사건 발생 직후 현장에서 일단 김 의원을 비롯한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연행해야 했다. 세월호 유가족은 물론 김 의원도 준현행범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준(準)현행범은 현행범과 마찬가지로 긴급체포가 가능하다. 그런데 영등포경찰서는 피해자 격인 대리기사와 행인들만 (여의도)지구대가 아닌 경찰서로 데려갔다. 거기서부터 일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유가족을 더 두려워했을 것”

이와 관련해 김 연구위원은 “사건 초기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들은 국회의원이 무서웠다기보다는 오히려 세월호 유가족이 두려워 어물쩍 넘기려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세월호 유가족 집행부를 연행하면 그들이 진행하는 광화문 집회가 영등포경찰서 앞으로 옮겨질까봐 걱정했던 것 같다. 경찰은 어떤 식으로든 세력화한 사람들에게 시달리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이어 김 연구위원은 “사건 처리 과정에선 윗선에서 지시나 지침을 받았을 정황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더구나 경찰이 일을 잘못 처리해 오히려 김 의원을 어렵게 만들어버린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건 현장 수사 경험이 많은 전직 경찰간부 C씨도 영등포경찰서의 허술한 초기 대응이 일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상을 입은 사람이 없는 만큼 지구대로 임의동행을 해야 했다. 김 의원이 지구대가 아닌 경찰서로 가자고 했다지만 무조건 지구대로 가서 최초 조사를 하는 게 기본인데 무슨 이유인지 지키지 않았다. 이로 인해 외압 의혹이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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