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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걸음걸이는 ‘기록’과 ‘역사’ 후배들 위해 ‘반드시’ 성공할 것”

KBO 출신 첫 MLB 야수 강·정·호

  • 브래든턴=이영미│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22@naver.com

“내 걸음걸이는 ‘기록’과 ‘역사’ 후배들 위해 ‘반드시’ 성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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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나훈아!”

강정호의 별명 덕분에 선수들이 배꼽을 잡고 웃는 일도 있었다. 강정호의 별명 중 하나가 외모가 가수 나훈아와 비슷해 붙은 ‘야구선수 나훈아’다. 3루수 조시 해리슨은 강정호를 놀릴 만한 건수 하나를 확보했다. 강정호가 지나갈 때마다 ‘나, 훈, 아’라고 부르는 것. 해리슨이 ‘나훈아’란 이름을 접한 것은 한국에서 온 MBC스포츠플러스 제작팀 덕분이다. 김선신 아나운서가 해리슨에게 강정호와 나훈아의 사진을 함께 보여줬고, 빅스타 나훈아와 강정호가 닮은꼴로 통용된다고 전한 것. 나훈아를 알 리 없던 해리슨은 두 사람 사진을 본 후 폭소를 터뜨렸고, 그때부터 “헤이, 나훈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강정호는 한국에서 ‘나훈아’ 별명을 싫어했다. 가수 나훈아를 싫어한 건 아니지만, 닮은꼴 외모를 두고 자신을 놀린 동료와 팬을 살짝 원망스러워했다. 한국을 떠나며 ‘나훈아’란 별명을 목동구장에 두고 왔다고 생각했겠으나, 한국의 방송팀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그 별명이 이역만리에 있는 선수들 사이에서 통용되니, 강정호로선 기가 막힐 노릇이다.

강정호 곁에는 2명의 남자가 실과 바늘처럼 붙어다닌다. 통역과 에이전트다. 에이전트 한재웅 씨는 강정호가 출국할 때는 물론이고, 미국 애리조나 넥센 히어로즈 캠프에서 몸을 만들 때도 강정호의 옆을 지켰다. 통역을 구하기 전까지는 귀와 입이 돼 강정호를 돌봤다. 그는 강정호가 피츠버그 캠프 합류 후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인다며 흡족해했다.

“겉으로는 내색 안 해도 부담이 상당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걱정이 필요 없을 정도로 생활을 잘하고 있다. 우리의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다. 영어로 말하는 게 어려운 상황에서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게 쑥스러울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엔 부담스러워한 듯 보였지만, 곧 자신을 내려놓고 동료들에게 말을 걸었다. 선수들도 강정호가 그렇게 노력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은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따뜻하게 받아들였다.”



시범경기 첫날 홈런

“내 걸음걸이는 ‘기록’과 ‘역사’ 후배들 위해 ‘반드시’ 성공할 것”

양쪽 엄지를 맞대 ‘Z’를 만드는 피츠버그 특유의 ‘졸탄 세리머니’.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는 아침 일찍 시작한다.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가 스프링캠프 기간 아침 7시 30분에 훈련을 시작한다고 해서 화제를 모았지만, 메이저리그 캠프 일정은 대부분 7시에 시작된다. 이런 생활이 익숙지 않은 강정호는 캠프 초반 피로가 쌓인다며 휴식을 소원했다. 하루라도 제대로 쉬길 바랐지만, 빡빡한 훈련 스케줄은 잠시의 휴식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런 생활이 이어지면서 강정호는 훈련 외 시간엔 무조건 쉬기로 했다고 한다.

브래든턴은 한적한 시골 마을이다. 시범경기를 보려고 매케크니필드를 찾는 관중 대부분은 나이 지긋한 이들이다. 카지노는 물론 유흥을 즐길 클럽조차 없는 이곳에서 강정호의 여가생활 범위는 극히 제한적이다. 류현진이 애리조나에서 훈련이 끝나면 골프채를 들고 필드로 나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집에서 쉬거나 골프 치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어서다. 더욱이 강정호는 아직 골프 취미를 갖지 못했다.

이렇듯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강정호가 ‘재미’를 느낄 일이 곧 생겼다. 시범경기 전에 이뤄진 팀 내 청백전이었다. 말이 청백전이지 구장에는 1000명이 넘는 관중이 몰려들었고, 장내 아나운서의 흥이 넘치는 안내에 TV 중계까지 진행되는 등 실전 경기를 방불케 했다. 3월 3일 청백전에 유격수로 출전한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투수의 공을 처음으로 상대했다. 1회 말 투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서 투수 아르키메데스 카미네로를 상대로 1볼 2스트라이크에서 몸쪽 공을 힘껏 잡아당겼지만,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강정호는 청백전을 치른 소감에 대해 “재미있었다. 관중도 많고, 선수들도 파이팅이 넘쳤다. 내일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첫 출전하는데, 오늘 청백전이 좋은 경험이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유격수로서 안정적 모습”

이튿날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시범경기에서 6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강정호는 두 번째 타석에서 시원한 솔로포를 터뜨리며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이날 강정호를 상대한 토론토 선발투수는 마르코 에스트라다. 에스트라다는 경기 후 만난 기자에게 “빠른 볼을 2개 던졌는데 하나는 파울이고, 또 하나가 홈런이었다”면서 “아직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 제구가 마음대로 안 됐다. 첫 번째 공이 너무 높게 들어가는 순간 아차 싶었고, 다행히 파울이었다. 그런데 어리석게도 두 번째 공을 똑같이 던졌고, 이번엔 파울이 아닌 홈런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에스트라다는 또 “아주 잘 치는 타자더라. 실투를 놓치지 않고 홈런으로 만들어내는 걸 보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상대 타자들에 대해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는데, 올해 그 선수가 메이저리그 첫해라는 게 사실이냐?”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에스트라다는 지난해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뛰었다. 애덤 린드와 트레이드돼 토론토 유니폼을 입었는데,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39경기에 나서 7승6패 평균자책점 4.36을 기록했다.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때는 멕시코 대표팀의 선발투수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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