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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명 낙인’ 충격 ‘취업 직격탄’ 공포 ‘내가 왜…’ 분노

‘부실 대학’ 판정 후폭풍 맞은 재학생들

  • 김상훈 | 자유기고가 loveruck21@naver.com

‘오명 낙인’ 충격 ‘취업 직격탄’ 공포 ‘내가 왜…’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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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설명회 안 열겠다”

‘오명 낙인’ 충격 ‘취업 직격탄’ 공포 ‘내가 왜…’ 분노

8월 31일 김재춘 교육부 차관이 대학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동아일보

이번 평가에서 하위 그룹에 속한 서울 소재 대학은 5개교에 불과한 반면 지방대는 21개교에 달한다. 해당 지방대 학생들은 이중고를 겪게 된 셈이다.

고려대 세종캠퍼스 2학년 정모(22) 씨는 행여 취업에 지장을 받을까봐 서울 안암캠퍼스 편입을 준비하기로 했다. 정씨는 “입학할 때 국립대에 전액장학생으로 들어갈 수 있었지만 세종캠퍼스로 왔다”면서 “지금까지 이곳에 온 걸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는데 요즘은 부실 대학이니 뭐니 말이 많아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안암캠퍼스 담당자에 따르면, 2학기 들어 안암캠퍼스로의 소속 변경·이중 전공에 대한 세종캠퍼스 학생들의 문의가 늘었다고 한다.

강원대도 하위 등급을 받은 이후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지역거점 국립대로서 유일하게 하위 그룹에 속해 학교 명예가 크게 실추됐기 때문이다. 신승호 강원대 총장은 평가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 대학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교수와 동문회를 중심으로 모금 운동에 나서는 등 사태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대학 지리교육과 재학생 박모(23) 씨는 “평가에서 지역 특색이나 대학 사정이 무시됐다. 학교마다 학생 수나 재정 규모에 차이가 있는데, 일률적으로 평가됐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박씨는 “취업이 가장 큰 문제다. 재학생 중엔 ‘인 서울’ 실력을 갖추고도 국립대를 선택한 이가 많은데 이번 발표로 대학 이미지가 하락했다. 모두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이야기는 근거 없이 나온 말이 아닐 수도 있다. 실제로 몇몇 기업은 “하위 등급을 받은 대학에서 채용설명회를 열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부실 대학’ 이미지 때문이다. 한 식품회사 인사팀 관계자는 모교인 한성대가 하위 등급을 받자 크게 낙담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한성대에선 채용설명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학교 당국을 성토했다.



“아무리 내 모교지만 대학평가에서 하위 등급을 받은 이상 회사에 채용설명회를 열자고 추천하기가 쉽지 않다. 내가 졸업한 지 10년이 지나는 동안 학교가 학생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모르겠다. D등급을 받게 될 때까지 도대체 뭘 했는지…. 과거에 한성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되던 모 대학은 이번에 A등급을 받은 것으로 안다.”

서울 소재 서경대도 이번 평가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위 등급을 받아 정원을 줄여야 하고, 신규 재정지원 사업과 국가장학금 지원에 제한을 받게 됐다. 이 대학 총학생회는 집회를 열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후 대학 측은 신·편입생 대상 국가장학금을 학교에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불만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대학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신모(27) 씨는 “금융경제학과로 입학해 경영학부로 졸업하게 됐다.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앞두고 대학 측이 학과를 통폐합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며 허탈해했다. 서경대는 지난해부터 평가에 대비해 대학을 학부 위주로 재편했다. 경제학과는 경영학부로 편입됐고, 일어일문학과 같은 어문학과는 국제비즈니스어학부라는 이름으로 통합됐다. 신씨는 “학과 통폐합의 부작용으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쉰다.

“신입생들이 경영학부로 계속 들어오겠지만, 통폐합 후 직속 후배들이 사라져 소속감을 갖기 어렵다. 게다가 요즘은 실용학문을 중시하는 경향 때문에 많은 학생이 회계학 쪽으로 몰린다. 학부로 통폐합되면서 경제학을 가르치던 교수 몇 명도 학교를 그만뒀다.”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앞둔 대학들이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흔히 선택하는 방법이 학과 통폐합이다. 이를 통해 취업률을 높이면 감점 요인을 줄일 수 있다. 학과당 전임교수도 늘어나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과 혼란은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수원대는 이번 평가에서 D등급을 받았다. 이 대학에서 통계정보학을 전공하는 H(22) 씨는 학교 평판이 깎인 데다 자신의 학과마저 통폐합 대상이 돼 걱정이 크다. 내년부터 통계정보학과는 자연과학대학에서 경상대학으로 소속 단과대학이 바뀐다고 한다.

이런 일은 학생들의 전공에 대한 정체성이나 진로 계획에 혼란을 가져온다. H씨는 “취업이 힘든 현실에서도 과 선배들은 이공계의 전문성을 살려 취업을 잘해왔다. 하지만 경상대 소속으로 바뀌면 이마저 힘든 게 아닌가 싶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H씨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영어나 대외활동 같은 스펙 쌓기에 열중하고 있다.

“평가 결과 납득 못해”


수원대는 이번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정원 감축, 학과 통폐합 등 여러 수단을 동원했다. 그럼에도 하위 등급을 받자 교육부에 거세게 항의했다. 수원대 측은 “이번 평가는 이미 평가를 받은 2012년과 2013년의 지표를 거듭 반영해 이중 제재를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반면 짧은 기간 내 266억 원을 투자해 대대적 혁신을 단행한 결과물인 2015년의 성과를 반영하지 않아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동아 2015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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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 자유기고가 loveruck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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