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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암치료법 2題

법제 비소(砒素) + 면역효소 以毒制毒 암세포 사냥

한의사 처방 항암제 ‘한방천지산’

  • 안규석 | 前 경희대 한의과대학 학장

법제 비소(砒素) + 면역효소 以毒制毒 암세포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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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암세포 영양 공급 혈관 막아 전이 억제
  • ● 처방 2~3개월 내 효과 여부 판명
법제 비소(砒素) + 면역효소 以毒制毒 암세포 사냥

한방면역연구회 한의사들의 항암 세미나. 오른쪽 위는 한방천지산의 천연물 원료인 석웅황. 사진제공·한방면역연구회

땅땅한 체구의 소년이 떼를 입힌 지 얼마 안 된 무덤 앞에서 울고 있었다. 조부모의 무덤이었다.

할아버지는 위암, 할머니는 장암으로 세상을 떴다. 할아버지는 심산유곡을 평지처럼 휘젓고 다니던, 강원도 삼척 근동에 소문난 베테랑 약초꾼이었다. 4대 독자인 손자가 산 기운을 받아야 한다며 매일 새벽 소년을 지게에 태우고 산에 올랐다. 깨끗한 환경, 충분한 운동, 건강한 음식…. 암에 걸릴 이유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소년에겐 그런 할아버지가 암에 걸린 것도 충격이거니와 어떤 약초나 뜸, 침, 서양 의학도 소용없다는 게 더 절망스러웠다.

소년 배일주는 집안 대대로 전해오는 비방(秘方)과 할아버지의 가르침부터 더듬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동물과 식물, 광물 지식을 늘린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동의보감’ ‘향약집성방’ 같은 의서도 꼼꼼하게 파헤쳤다. 전국 곳곳에 전해 내려오는 비방도 섭렵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해답은 찾을 수 없었다.

독은 독으로 없앤다

그런 세월이 10년, 20년 흘러갔다. 어느덧 중년에 이른 배일주는 세상을 등지고 민간 의술을 연구하던 어르신을 만난다. 그에게서 비소(砒素, As)의 독을 없애는 방법, 즉 천연물 비소의 법제(法製) 방법을 배우게 된다. 법제란 천연물 생약의 독을 없애거나 약효를 증대시키는 한방 제조 행위다.



“이독제독(以毒制毒)! 암이 독이라면, 그것을 없애는 약도 독이어야 한다.”

어르신의 가르침이었다. 배일주는 그의 법제 비법에 자신의 공부와 연구를 더했다. 옛 의서도 다시 공부했다. 법제된 천연물 비소는 극약인 비소와 다르다. 예컨대 동의보감과 민간 구전에서 처방되는 천연물인 석웅황(石雄黃)은 삼황화이비소(AS2S3)로서, 서양에서도 고대 로마시대부터 의학적으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평생의 노력과 기연(奇緣)으로 만들어진 이 약의 이름은 ‘천지산(天地散)’으로 정했다. 천지의 세상에 이로움을 널리 전파하겠다는 염원을 담았다. 그리고 도저히 손쓸 수 없는 말기암 환자에게 동의를 얻어 천지산을 처방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천지산은 ‘기적의 항암제’로 유명세를 탔다.

동시에 배일주와 천지산의 수난도 시작됐다. 무자격 의료행위에 대한 고소·고발이 이어졌고, 암이 낫지 않았다며 불만을 터뜨리거나 심지어 낫고 나서도 천지산의 효과를 부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주로 말기암 환자에게 천지산을 처방했기에, 암은 나았어도 체력이 다하거나 합병증, 노환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체력이 좀 남아 있거나 젊은 환자들은 암의 진행 정도와 상관없이 경과가 좋거나 생존율이 훨씬 높았다. 이런 결과를 본 뒤로는 ‘자기 손으로 죽 한 그릇 비울 수 있고, 자기 발로 화장실 오갈 수 있는’ 정도의 체력이 있는 환자들에게만 천지산을 처방했다.

당시 배일주가 겪은 수난이 얼마나 징글징글했던지, 서울시립대에 다니며 행정고시 준비에 몰두하던 그의 동생 배용주는 인생 계획을 통째로 바꿔 한의과대학에 다시 진학할 정도였다. 배용주는 학생 때부터 천지산을 같이 법제하며 형을 도왔다고 한다.

면역효소를 만나다

한의사가 된 동생 배용주는 천지산이 곧 정식 항암제로 개발될 것임을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양방 병원과 약국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신약을 개발한다는 것은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일이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임상 1상을 통과하고도 지금껏 지지부진한 데서 그런 사정을 엿볼 수 있다. 고민 끝에 배용주 원장은 과거 천연물 비소를 법제하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방 항암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당장 암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배용주 원장은 이후 한방면역연구회라는 모임에서 항암 연구를 계속했다. 한방면역연구회는 아토피 치료로 이름난 김정진 원장의 주도로 전국의 한의사들과 오랜 기간 스터디를 함께해온 모임. 면역은 워낙 넓은 개념이다 보니 각자의 연구 주제는 조금씩 달랐다. 예컨대 김정진 원장은 난치병인 아토피 연구에 몰두했고, 배용주 원장의 주요 연구 주제는 면역 항암치료였다.

배 원장이 한방면역연구회에 참여한 뒤 한의사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항암 면역치료에 집중됐다. 김정진 원장의 모친이 간암으로 별세한 것도 그들의 연구에 불을 붙였다. 한의사인데도 어머니가 호스피스 병동에서 정신이 멀쩡한 상태에서 돌아가시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던 김 원장으로선 배 원장이 개발한 항암제의 놀라운 효과에 비상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몇 년에 걸친 연구 끝에 배 원장의 한방 항암제에 김 원장의 한방 면역효소 성분이 보태져 업그레이드된 ‘한방천지산’이 탄생했다. 김 원장은 대학, 대기업 등과 손잡고 한방 면역효소 연구를 거듭해왔다.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국제 논문지에 아토피 치료를 위한 면역조절 발효물의 효능을 발표하고, 발효 제재를 통해 효능을 키우고 독성을 없앤 식품을 개발하기도 했다. 그가 강원도 양구군과의 협력사업으로 개설한 자연치유센터는 저렴한 비용으로 요양과 입원을 위한 의료시설을 위탁 운영하는데, 이곳의 발효면역연구소에선 독성이 없는 면역효소를 직접 생산한다.

이러한 경험은 한방천지산의 개발, 정식 독성시험, 효과 검증 등을 순조롭게 진행하는 데 큰 보탬이 됐다. 한방면역연구회는 한방천지산이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녔다고 본다.

△암세포를 직접 공격해 사멸시킨다. 최근 미국, 유럽 등지에서도 비소 계열 함암제의 약효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암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새로운 혈관의 생성을 막아 암세포의 전이를 억제한다. △‘방사선 감작(感作) 효과’를 통해 방사선 항암치료 효과를 높인다. △부작용이 적어 병원에서 처방하는 표준 항암제와 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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