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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제주, 빅데이터와 IT로 ‘산업 지도’ 바꾼다”

[인터뷰] 노희섭 제주도 미래전략국장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관광 제주, 빅데이터와 IT로 ‘산업 지도’ 바꾼다”

  • ● 제주 산업구조, 스타트업과 IT로 대전환
    ● ‘동반성장 산업’ 화장품·바이오 주목
    ● 2016년부터 공공 와이파이 설치…‘빅데이터 마케팅’
    ● 20대 개별 관광객은 ‘큰손’…動線 따른 맞춤 정보
    ● 유동 인구 파악해 코로나19 방역, 경제 지원 활용
    ● 신재생에너지, 전기차·드론은 제주가 ‘딱’
[홍중식 기자]

[홍중식 기자]

“제주도의 산업은 감귤 등 1차 산업이 12%, 건설·토목 산업 10%, IT·에너지·화장품·바이오 산업이 7%가량 됩니다. 나머지는 관광과 연계된 소상공인 서비스업이 차지하죠. 그러니 내수 시장이나 지역경제는 관광객 디펜던시(의존도)가 커요. 이러한 산업구조 쏠림 현상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가 무척 중요합니다.” 

노희섭(45) 제주도 미래전략국장은 제주의 미래 먹거리를 탐색하는 개척자이자 전략 컨트롤타워다. 제주도는 2018년 9월 청정 제주에 적합한 미래 산업구조를 만들고, 자본과 인력 유입을 진두지휘할 미래전략국을 설립하면서 노 국장을 수장에 앉혔다. 그는 대학에서 인공지능(AI)을 전공하고 기계번역엔진을 개발한 민간 개발자 출신. 다음커뮤니케이션과 SK, 신세계, KT 등에서 검색 팀장과 전략기획 및 빅데이터 전문가로 일하다가 2015년 제주도 정보화담당관으로 제주도와 인연을 맺었다. 제주의 미래를 그리는 그와 마주 앉았다.

제주도의 미래 전략

- 미래전략국을 신설한 이유는 뭔가. 

“2가지다. 민간 출신 개방형 공무원과 행정 경험이 풍부한 정통 공무원이 함께 성과를 만들어내는 ‘미래형 조직’을 만들어보자는, 원희룡 도지사의 일종의 ‘실험’이다. 또 하나는 관광 분야 의존성이 큰 산업구조를 IT와 접목해 바꾸면서 파이를 키우자는 거다.” 

- 미래전략국에 민간인 출신이 많은가 보다. 

“현재 국에는 간부급 공무원을 포함해 7명의 개방형 공무원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전문성을 갖춘 데다 민간 기업 상황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 기업인들이 편하게 찾는다. 기업인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산업구조를 바꾸는 일은 유인책과 시간이 필요할 거 같은데. IT를 통해 어떻게 산업구조를 바꿀 수 있나. 

“IT와 화장품, 바이오는 독립적으로 성장하는 산업이 아니라 동반 성장하는 산업이다. 현재 제주도 내에서 7% 수준인 이쪽 산업의 파이를 키우면서 기존 1차 산업과 서비스 영역의 질을 같이 끌어올려야 한다. 우리가 주목하는 건 제주의 현 산업구조만으로는 변화를 이끌기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혁신적인 시도를 하는 스타트업 육성이 중요하다.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지난해 9월 조성한 혁신창업거점 ‘W360’ 등을 통해 도내·외 인재들을 모으고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 스타트업은 펀딩이 중요한데…. 

“그렇다. 도는 300억 원가량의 공공펀드(모태펀드)를 연계해 민간 투자사들과 함께 도내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기업에 최대 30억 원까지 투자하고 그 이상은 KDB산업은행 등 다양한 투자사와 함께 ‘멀티 펀드’로 투자한다. 이제 시리즈A, 시리즈B 투자를 받는 기업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육지에서 내려와 창업하는 등 분위기도 좋다. 작년에만 대략 14개 기업이 투자를 받았고, 지금은 몸집을 키우는 ‘스케일업’을 하는 단계다. 스타트업들은 일자리 창출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데, 작년 한 해 동안 73개사에 소속된 직원 수는 100여 명 수준에서 1년 만에 347명으로 늘었다.” 

스타트업 투자에서 시리즈 A는 시제품 개발부터 본격 시장 공략 직전까지 투자를 지칭한다. 이때는 실적이 없는 만큼 ‘실력’을 입증해야 한다. 시리즈 B 투자는 회사가 일정 규모를 갖추고 대대적인 인력 확보와 적극적 마케팅이 필요할 때 받는 투자를 일컫는다.

한국인은 해안가, 중국인은 공항 주변

노희섭 미래전략국장이 분석한 관광객 이동 경로. [제주특별자치도 제공]

노희섭 미래전략국장이 분석한 관광객 이동 경로. [제주특별자치도 제공]

- 제주도는 관광산업이 핵심인데, 관광산업에 어떻게 IT 기술을 접목해 파이를 키울 수 있을까. 

“2015년 내가 제주도에 처음 왔을 때, 원희룡 지사는 ‘와이파이(Wi-Fi)를 적극 활용해 달라’고 당부하더라. 도는 2016년부터 5000여 곳에 공공 와이파이를 설치했고, 2017년에는 전국 최초로 도 내의 모든 버스에 와이파이를 구축했다. 와이파이에 접속하는 사용자의 접속 데이터는 자동으로 수집되고, 성별·국적별·나이별로 관광객들이 어떤 경로로 이동하는지와 어디에서 접속을 많이 하는지 미래전략국 자체적으로 분석해 제공한다.” 

- 결과는 어땠나. 

“내국인 관광객들은 제주공항에서 동서로 나뉘어 이동하는데, 서쪽은 평화로를 따라 중문관광단지로 향하고, 동쪽은 남조로를 따라 산굼부리 분화구를 거쳐 성산일출봉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중국인 관광객들은 공항 가까운 제주 서쪽 해안과 중문관광단지를 주로 찾는다.” 

- 숙박은 어떤가. 

“한국인 관광객은 해안가와 골프텔 지역, 휴양림 등에 주로 숙소를 잡고, 중국인 관광객은 공항 주변에서 숙식을 해결하더라. 또한 이들의 문화·레저, 쇼핑, 숙박, 소매, 유흥 등에 대한 카드 소비 패턴을 분석해 다양한 마케팅 전략도 세울 수 있다. 예를 들면, 지난해 여름에는 하도해변에서 접속자가 폭증해 알아봤더니 영어로 ‘Hado’라는 모양의 구조물이 설치된 포토존에서 촬영하려는 관광객이 대거 몰렸다. 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사람이 엄청 많았다. 이런 정보가 확인되면 하도해변 주변 맛집이나 숙박업소 등을 소개하는 등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 

- 빅데이터 분석 결과 제주도가 주목하는 타깃층은 누군가. 

“한국·중국 관광객 중 20대 개별 관광객들이 주로 돈을 쓴다. 친구들과 우정 여행을 오거나 ‘인생 샷’ 촬영차 제주에 오는 20대들은 쇼핑과 식음료, 문화·레저 활동에 돈을 많이 썼다. 그래서 20대를 타깃으로 IPTV용 ‘제주탐탐’이라는 관광 안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 제주 일주버스의 경우 배차 간격이 길어 한 번 놓치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개별 관광객은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할 거 같은데. 

“그래서 제주의 모든 버스에 장착된 와이파이와 고정밀위치추적 시스템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민간 기업에 개방해 정밀한 배차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버스에는 자동 긴급제동장치가 장착돼 운전자의 생체 정보를 감지한다. 졸음운전이 감지되면 경고음과 안내음을 방송한다. 개별 관광객들은 지역을 충분히 관광한 뒤 시간에 맞춰 승차할 수 있고 안전하게 다음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그의 말처럼 제주도의 이러한 정책은 정부 부처의 호평을 받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주도의 ‘와이파이 정책’을 벤치마킹해 지난해 5월 1일부터 16개 지방자치단체에서 버스 공공와이파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한 행정안전부 등은 지난해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제주도의 ‘대중교통 IoT(사물인터넷) 통합 데이터’를 국가 중점 데이터로 선정해 국비 7억5000만 원을 투입했다. 버스 운전기사의 졸음 탐지 및 대응 서비스를 통해 안전 관련 데이터를 수립하고 서비스 모델 발굴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 버스 배차 정보처럼 민간 기업들도 도가 수집한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되겠다. 

“물론이다. 예를 들어 당장 푸드트럭 운영자나 쿠폰 사업자 등이 어느 시간대 어디에서 마케팅을 할지 알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필요한 정보만 분류해 사회문제 해결에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빅데이터의 힘

[홍중식 기자]

[홍중식 기자]

- 사회문제 해결까지…. 

“장애인 관광 환경이 좋은 곳을 추천해 달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반 관광 정보와 달리 장애인 관광 정보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장애인에게는 관광지 주변에 계단이 있는지, 화장실이 남성·여성용으로 구분돼 있는지, 화장실 내부에서 휠체어를 회전할 수 있는지 등과 같은 꼼꼼한 정보가 필요하다. 이러한 세밀한 현장 데이터는 그 지역 시민들이 나서 직접 수집해 데이터화하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문가들이 ‘여행 코스’로 디자인했다. 장애인협회의 확인 및 감수를 거쳐 30여 곳의 ‘무장애 여행 코스’를 개발했다. 한 마을 이장은 이런 활동에 감명받아 마을 계단을 경사로로 바꾸기도 했다. 과거 장애인들이 여미지식물원을 30분 봤다면 지금은 2시간 관광할 수 있도록 코스가 개발돼 있다.” 


연휴 첫날인 4월 30일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제주공항 렌트카 셔틀버스에서 직접 방역을 하고 있다(왼쪽). 앞서 3월 13일 해병대 9여단 장병들은 제주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방역을 했다. [뉴시스]

연휴 첫날인 4월 30일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제주공항 렌트카 셔틀버스에서 직접 방역을 하고 있다(왼쪽). 앞서 3월 13일 해병대 9여단 장병들은 제주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방역을 했다. [뉴시스]

- 요즘 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에도 활용할 수 있겠다. 

“그렇다. 제주도청은 자체 빅데이터 클러스터를 구축해 활용하고 있고, 민간과 공공의 다양한 데이터도 활용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방역과 지원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우선 와이파이 접속 데이터와 통신사 기지국 접속 데이터를 활용해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과 주민·관광객의 동선을 분석한다. 실제 유동 인구나 트래픽 동향을 파악해 밀접 접촉이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을 방역 우선순위로 둔다. 두 번째로 카드 사용 데이터를 분석해 코로나19 확산 시점 이후 도내 소비 경감 수준을 분석한다. 계층별, 업종별, 지역별 영향을 분석하면 어느 정도의 경제적 ‘임팩트’가 발생하는지 알 수 있다. 이를 긴급 경제 지원 우선순위를 선정하는 데 기초 데이터로 활용한다. 끝으로 코로나19 대응 방역 이력과 관련한 다양한 데이터를 시각화(visualization)해서 도민 등 민간에 공개해 자발적으로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특히 도내 스타트업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운영하는 ‘코로나19맵’은 제주의 특화된 코로나19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드론

제주도는 와이파이 및 통신사 기지국 접속 데이터를 활용해 유동 인구를 분석한 뒤 방역 우선순위를 선정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제주도는 와이파이 및 통신사 기지국 접속 데이터를 활용해 유동 인구를 분석한 뒤 방역 우선순위를 선정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제공]

- IT 기술을 접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 유치를 위해선 규제 완화도 필요할 거 같은데. 

“그렇다. 산업단지를 만들어 기업을 유치하기보다는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는 게 중요하다. 기업 유치와 규제 완화는 함께 가는 거다. 현재 제주도는 전기차 충전서비스 특구로 지정된 만큼 여러 에너지 정책을 시험하고 있다. 도내 전력소비량 중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13%가량인데 앞으로 30%까지 끌어올리려고 한다. 전국 전기차 3~4대 중 한 대는 제주도에 있는 만큼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모델사업도 시작했다. 또한 국토부와 협력해 드론 규제샌드박스를 운영하며 여러 규제를 풀었다. 자율비행드론을 만들어 제주 해안 상공을 비행하며 모자반과 쓰레기가 어디로 몰려오는지 감시하고, 드론이 올레길 상공에서 여행자와 함께 비행하며 안전 귀가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들도 실증 중이다.” 

- 힘든 점은 없나. 

“민간의 업무 방식과 공공의 업무 방식에서 오는 차이와 한계가 크다. 그리고 아무래도 제주도는 1차 산업과 관광에 집중된 산업 정책 구조를 가지고 있다 보니, 처음 이러한 사업과 정책을 시작할 때는 인식도 부족했고, 왜 굳이 사서 일하느냐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요즘은 젊은 공무원들이 이러한 새로운 시도에 적극적이고, 민간 기업인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만 공무원 조직인 만큼 즉각 사람을 뽑아 대처하는 게 어렵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인력 문제가 고민스러운 건 사실이다.”



신동아 2020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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