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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이면 OK’… MZ세대의 생존 전략 ‘숏폼’

내러티브? 치워라! 핵심만 ‘숏’하게!

  • 장민지 웹 평론가·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 mingi.jang@gmail.com

‘10분이면 OK’… MZ세대의 생존 전략 ‘숏폼’

  • ●어릴 적부터 정보 배급·공유·유통
    ●‘중요한 핵심’만 골라 이해하는 게 유용
    ●틱톡·퀴비·바이트 등 봇물…미디어 기업 총출동
    ●시간 투자 대비 효율 높은 ‘가성비’ 콘텐츠 선호
    ●‘처음부터 끝까지 콘텐츠 완주’ 필요 없다
‘사바나’는 ‘회를 꾸는 , 청년’의 약칭인 동아일보 출판국의 뉴스랩(News-Lab)으로, 청년의 삶을 주어(主語)로 삼은 이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입니다. <편집자 주>

[GettyImage]

[GettyImage]

스마트폰이나 유튜브 따위는 없었던 ‘옛날 옛적’ 얘기다. 비디오 대여점에 갈 때마다 수많은 영화 사이에서 뭘 골라야 할지 한참을 망설였다. 개중 하나를 골라 집으로 가져갔을 때 재밌을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테이프를 밀어 넣자마자 ‘도저히 엔딩까지 볼 자신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 너무 난처하지 않은가. 

그래서 ‘출발, 비디오 여행’이라는 영화 리뷰 프로그램을 열심히 시청했다. 덕분에 앞으로 볼만한 영화의 줄거리나 등장인물을 간략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뒤부터 비디오 대여점에 갈 때마다 비디오를 단숨에 골라 왔다. 영화를 선택하는 데 시간 투자 대비 효율이 커진 셈이다. 지금 와 돌아보면 영화를 큐레이팅(Curating)해 준 프로그램이 아니었나 싶다.

실시간으로 정보 습득해 유통

애당초 큐레이팅은 미술 작품을 모아 전시하는 것을 뜻했다. 이 단어는 최근 미디어업계에서 더 빈번히 쓰인다. 홍수같이 쏟아지는 정보를 정리하고 게시하는 행위를 설명하는 데 이만한 단어가 없다. 이는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한 세대)의 미디어 소비 행태와 절묘하게 호응한다. 

영화만이 아니라 우리는 매 순간 콘텐츠를 선택해야 하는 고민 속에 산다. 미디어의 발달로 선택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대체 무엇이 우리의 선택지인지도 모르는 상태가 돼버릴 만큼 넘쳐나는 콘텐츠의 파도 속에 휩쓸리게 됐다. 



지금은 모바일 미디어를 통해 모든 사람이 얽히고설킨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다. 과거에는 전통적인 미디어에서 송출되는 정보와 콘텐츠를 수용하기만 하면 됐다. 오늘날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구축된 모바일 미디어 환경에서 우리 스스로가 부지불식간에 정보를 소비, 유통, 배포, 재생산하고 있다. 이전에는 실시간으로 보지 못하면 정보가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이제는 정보와 콘텐츠가 영원히 웹에 남는다. 

그러다 보니 무한한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는 방식을 갖춰야 한다.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기기를 접한 MZ세대는 살아오면서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을 익힌 이들이다. MZ세대가 갖고 있는 정보 습득 방식은 단순하다. 점점 짧아지는 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그리고 함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MZ세대는 어릴 적부터 정보를 받아들이는 쪽이 아니라 배급하고 공유하며 유통하는 쪽에 서 있었다. 이들은 순간순간 필요한 정보를 선택하고 공유하는 데 의의를 뒀다. 즉 일상에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큐레이팅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미디어 연구가 제시크 클라크가 2009년 펴낸 ‘퍼블릭 미디어 2.0’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오늘날 미디어 이용자는 방송 날짜에 맞춰 콘텐츠가 일제히 전송되길 수동적으로 기다리지 않는다. 대신 직접 검색엔진이나, 추천글, 뉴스피드, 자신들이 즐겨 보는 개인 블로그와 웹사이트와 같은 니치(Niche·틈새) 사이트를 통해 주요 쟁점을 다루는 미디어 콘텐츠를 능동적으로 찾아 비교한다. 원활하게 비교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많은 양의 정보를 빠르게 습득해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중요한 핵심’만!

모바일스트리밍 서비스 퀴비는 10분 내외 짧은 영상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퀴비 홈페이지 캡쳐]

모바일스트리밍 서비스 퀴비는 10분 내외 짧은 영상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퀴비 홈페이지 캡쳐]

그러므로 효율적인 정보 수집은 초연결사회에서 필수 능력 중 하나다. 그렇다면 MZ세대가 정보 큐레이팅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뭘까. 첫째, 절대적으로 많은 정보 속에서 시간 투자 대비 높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정보를 필터링해 수집할 수 있다. 넷플릭스와 왓챠, 웨이브와 같은 OTT(Over the top·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업체들이 고객 맞춤형 콘텐츠 큐레이팅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려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하루 종일 넷플릭스에서 뭘 볼까 고민하다 그냥 잠든다는 이용자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춘추전국 수준으로 경쟁하고 있는 OTT 플랫폼 중 이용자 개인에게 재미와 유용함을 완벽히 보장할 큐레이팅 시스템을 완성하는 업체가 최종 승자가 될 것이다. 

둘째, MZ세대는 요약된 콘텐츠를 다양하게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예전에는 ‘모든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경험해야만 다 아는 것’이라는 말이 통용됐을지 모른다. 반면 MZ세대는 ‘중요한 핵심’만을 골라 이해하는 것이 더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중요한 핵심만 담긴 ‘숏폼(Short-form) 콘텐츠’가 대세가 됐다. 먼저 동영상 시장. MZ세대는 유튜브도 길다고 아우성이다. 숏폼 동영상은 짧게는 수초에서 최장 10~15분 남짓 길이로 제작돼 언제 어디서나 간단히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를 뜻한다. 

인스타그램은 동영상을 1분 내로 제한해 이용자가 쉽게 게시할 수 있도록 한 최초의 SNS다. 이는 숏폼, 즉 짧은 길이의 동영상을 스스로 제작하고 유통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15초짜리 동영상을 게재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축한 중국의 틱톡은 숏폼 시장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이용자들은 틱톡을 활용해 짧은 동영상을 소비할 뿐 아니라, 해시태그를 통해 다양한 챌린지에 참여하며 숏폼 시장을 확산시켰다. 틱톡은 현재 세계 150여 국가에서 75개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다. 

디즈니, 소니픽처스, 알리바바 등이 투자해 만든 모바일 스트리밍 서비스 퀴비(Quibi) 또한 10분 내외의 짧은 영상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퀴비는 간식을 뜻하는 Quick Bites의 약자다. 출시 첫 주 만에 다운로드 건수가 170만 건에 달했다고 한다. 국내에도 숏폼 콘텐츠 제작이 활성화할 전망이다. 네이버는 블로그용 숏폼 동영상 편집기를 출시했고, ‘배달의민족’으로 유명한 우아한형제 또한 10초짜리 동영상 플랫폼인 ‘띠잉’ 앱을 서비스하고 있다. 

동영상계의 패권을 쥔 유튜브마저 짧은 길이의 영상을 올릴 수 있는 ‘쇼트’ 기능을 올해 안에 추가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다. 트위터도 지난 1월 6초짜리 동영상 공유 서비스 ‘바이트’를 선보였다.

서사보다 이미지·콘셉트·장면

포털업체 네이버는 블로그용 숏폼 동영상 편집기를 출시했다. [네이버 제공]

포털업체 네이버는 블로그용 숏폼 동영상 편집기를 출시했다. [네이버 제공]

미디어 분석 기관인 메조미디어에 따르면 20대는 평균 15분짜리 영상을 선호한다. 10대도 15.5분으로 길지 않은 영상을 선호한다. 10~20대는 콘텐츠를 소비할 때 시간 투자 대비 높은 만족감을 얻는, 일명 가성비를 중시한다. 특히 MZ세대는 ‘서사’보다는 ‘핵심적인 이미지, 콘셉트, 장면’ 등을 뇌리에 남겨 소비하는 경향을 갖는다. 

그러다 보니 숏폼은 홍보에도 요긴하게 활용된다. 최근 방영 중인 방송 드라마의 경우, 홍보할 때 단편적 이미지만을 게시하고 이를 실시간 공유하는 방식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홍보 게시글은 순식간에 MZ세대 사이에 유통돼 잠재적 시청자의 흥미를 유발한다. 흥미롭게도 이를 통해 유입된 시청자의 상당수는 1회부터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는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게, 현재 방영 중인 에피소드를 곧바로 시청해도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을 만큼 사전 지식을 쌓아뒀기 때문이다. 무엇으로? 바로 숏폼 콘텐츠나 단편적 이미지를 통해서 말이다. 이것이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는 MZ세대의 전략이다. 

오늘날의 미디어가 초기 미디어 생태계에 비해 참여 문화에 더 의존한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참여 문화는 사실 새로운 게 아니다. 예컨대 사람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책을 읽고 비평문을 써서 신문에 게재하거나 토론회를 열었다. 지금 와서 다른 점은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광범위해지고, 유동적이 됐으며 즉흥적이라는 데 있다. 동영상과 이미지의 조각들은 한곳을 통해 일방적으로 흐르지 않고 블로그나 포스트(post), 트위터, 유튜브 등을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확산한다. 바로 MZ세대에 의해서 말이다. 이것이 MZ세대의 참여 문화다. 

큐레이팅은 참여 문화에 의해서도 숏폼으로 재탄생한다. 팟캐스트 채널 ‘논문 읽어주는 남자’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 이슈가 있으면 관련 논문의 핵심만 모아 5분 안팎으로 설명해 준다. 이런 동영상들이 개별로 5000~6000회의 조회수를 기록한다. 하나의 주제를 놓고 여러 정보를 나름대로 큐레이팅해 그 자체로 하나의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낸 셈이다. 숏폼 콘텐츠 유통이 그리 단순하게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기도 하다. 팟캐스트에서 유튜브까지 대안적 채널이 여럿 열리면서 탄생한 새로운 부류의 미디어 이용자다. 

MZ세대에게 큐레이팅과 숏폼 소비는 매우 일상적인 행위다. 영상이나 게시글을 공유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는 것 또한 아주 간단한 큐레이팅 방식이다. 자신이 소비한 콘텐츠를 1인 채널에서 재배열하는 식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1)셀 수 없는 양의 정보를 우리가 접하고 있음을 방증하며 2)결국 이 모든 것을 빠짐없이 알 필요는 없다(다 접할 필요는 없다)는 걸 깨닫는 과정이다.

콘텐츠 ‘완주’할 필요 없다

말하자면 숏폼은 한 번에 많은 양의 정보를 함축적으로 습득하면서, 이와 동시에 불특정 다수에게 퍼뜨리는 가장 효율적인 콘텐츠다. 특히 숏폼 제작은 호흡이 긴 콘텐츠보다 제작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숏폼을 통해 이용자의 반응을 확인하고,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테스트 베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인스타그램, 틱톡처럼 이용자가 스스로 숏폼을 제작하는 앱이 인기를 얻게 된 것은 MZ세대가 자신의 이야기를 쉽게 만들고 공유하려는 욕구가 컸기 때문이다. MZ세대의 일부는 수년, 심지어 수십 년 전 정보를 다시 가져와 재배열하는 방식으로 숏폼 콘텐츠를 재생산하기도 한다. 

MZ세대는 더는 ‘처음부터 끝까지 콘텐츠를 완주해야 한다’는 오랜 신화 따위에 휘둘리지 않는다. 짧은 모멘트에 강렬한 이미지, 그것들을 소비하며 재구성하는 즐거움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지 너무 명확하지 않은가.



신동아 2020년 6월호

장민지 웹 평론가·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 mingi.j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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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Opinion Leader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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