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호

문찬석 첫 증권범죄합수단장 “합수단 대신 금조부? 제2의 라임·옵티머스 이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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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0-11-2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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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조사부로는 사모펀드 범죄 대처 역부족

    • 금융범죄 수사 핵심은 속도와 공조

    • 검찰수사관만으로는 금융범죄 밝히기 어려워

    • 증권범죄합수단, 금융범죄 막는 상징

    • 합수단 사라진 틈 이용 사모펀드 범죄 늘어난다

    • 수사 잘하던 합수단 깨는 것 이해 어려워

    • 검찰은 수사권 내려놓을 준비 돼 있다

    • 검찰은 정부의 검찰개혁 방향과 방법에 동의 안 한다

    금융범죄 수사 전문가로 증권범죄합수단 초대 단장 등을 맡았던 문찬석 전 광주지검장. [지호영 기자]

    금융범죄 수사 전문가로 증권범죄합수단 초대 단장 등을 맡았던 문찬석 전 광주지검장. [지호영 기자]

    “여의도의 저승사자 문찬석 검사.” 

    검사 출신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8월 8일 문찬석 전 광주지검장이 검사직을 그만두자 쓴 글의 도입부다. 이 표현대로 문 전 지검장은 국내 최고의 금융수사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초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 단장, 금융범죄 전문 청인 서울남부지검 2차장을 지내며 검찰과 외부 유관기관 협업 체계를 설계한 인물이다. 2017년 다스의 비자금 수사를 맡아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전 대통령임을 밝혀낸 검사로도 유명하다.


    김웅 의원이 문찬석 전 검사장 사직 소식을 듣고 남긴 페이스북 게시물. [김웅 의원 페이스북 캡쳐]

    김웅 의원이 문찬석 전 검사장 사직 소식을 듣고 남긴 페이스북 게시물. [김웅 의원 페이스북 캡쳐]

    그가 초대 단장을 맡은 합수단도 별명이 있다. ‘금융범죄의 포청천.’ 탁월한 수사 능력으로 그간 금융범죄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돼온 합수단은 올 1월 해체 수순을 밟았다. 2015년과 2016년 내부 구성원의 비리가 적발됐다는 이유였다. 합수단이 맡던 금융범죄는 서울남부지검(이하 남부지검) 금융조사부가 맡았다. 

    합수단 해체 이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 유관기관이 전부 공조해 수사하는 합수단과 달리 금융조사부는 검찰 인력만으로 수사를 해나가야 한다. 인력이 적은 만큼 수사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 이런 틈새를 비집고 제2의 라임·옵티머스 사건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10월 국정감사에서 “합수단은 폐지됐어도 남부지검에 금융조사부가 있어서 (수사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금융범죄수사 전문가도 같은 생각일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11월 12일 문 전 지검장이 대표 변호사로 있는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선릉’을 찾았다. 



    - 금융범죄수사부가 합수단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다고 보나? 

    “쉽지 않다고 본다. 금융범죄는 일반 범죄와 다르다. 수사를 담당하는 검찰 측의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다른 금융기관과의 공조도 중요
    하다.” 

    공조 없이는 금융수사도 없다

    서울남부지검의 안내판. 지금은 사라진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실이 쓰여있다. [동아DB]

    서울남부지검의 안내판. 지금은 사라진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실이 쓰여있다. [동아DB]

    - 금융기관의 공조가 꼭 필요한가? 

    “금융범죄의 특수성 때문에 공조가 필요하다. 금융범죄는 오로지 돈을 목적으로 벌이는 범죄다. 범죄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횡령, 배임, 조세 포탈, 주가 조작, 재산 해외 도피 같은 온갖 불법 금융기법이 동시다발적으로 동원된다. 이를 빠르게 잡아내는 것이 금융범죄 수사의 핵심이다. 수사의 골든타임을 놓쳐버리면 불법행위를 밝혀내기 어려워진다. 검찰 인력만으로는 속도를 내기 어렵다. 특히 최근의 금융범죄는 자금이 투자, 대출 등 다양한 형식으로 흩어져 수사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 금융기관 전문가들은 주로 어떤 역할을 하나? 

    “금융범죄 수사의 시작은 계좌 추적이다. 여기서부터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보통 금융범죄에서는 한두 개의 계좌가 아니라 수백 개의 계좌가 동원된다. 여기에 차명 계좌까지 동원되니 계좌 추적이 필수다. 검찰에도 계좌 추적 부서가 있으나 빠른 시일 내 추적이 어렵다. 예금보험공사 부실채무특별조사본부가 이 분야에서는 국내 최고다. 은행에서 수십 년간 계좌 추적 업무를 담당했던 전문가들이 계좌 추적을 맡고 있다. 2001년부터 약 20년간 금융범죄 수사를 했지만 그분들보다 계좌 추적을 빠르고 정확하게 하는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다.” 

    - 증권범죄합수단이 해체됐다. 금융범죄 수사가 더뎌질 것이라 보나? 

    “검찰이 사모펀드 등 복잡한 금융범죄에 대응하는 일이 어려워질 것이다. 사모펀드는 물론이고 최근 금융범죄 기법이 굉장히 조직화돼 있다. 각자 역할 분담이 돼 있어 범죄의 핵심 세력을 찾아내는 일도 쉽지 않다. 공조 없이 수사하다 시간이 너무 흘러버린다면 수사가 난항에 빠진다. 증거인 자금을 흩어버린다거나 역외펀드 등을 이용해 국내 수사기관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보낼 수도 있다.” 


    제2의 라임·옵티머스 사건 일어날 수 있다

    - 과거에도 사모펀드 관련 범죄가 많았나? 

    “2015년 이전에는 관련 규제가 심해서인지 사모펀드를 이용한 사건은 거의 없었다. 있다 해도 수가 적어서 명확히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다.” 

    2015년 금융 당국은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사모펀드 운용사 설립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꿨다. 일반 투자자의 최소 가입금액도 5억 원에서 1억 원으로 낮췄다. 투자 자산의 공시 의무도 이때 빠졌다. 

    - 규제 완화가 사모펀드 범죄를 늘린 것인가? 

    “아니다. 사모펀드를 활성화하려는 정부 방침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나쁜 일부를 보고 전체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합법적 사모펀드는 단기 자금 압박을 겪는 기업에는 가뭄의 단비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위기를 극복한 기업이 크게 성장하면 국가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워서는 안 된다. 풀어주는 만큼 관리감독도 중요하다. 이는 금융감독원 등 관리감독 기관의 숙제다.” 


    합수단, 범죄 막던 금융 정의의 상징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동아DB]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동아DB]

    - 합수단이 맡던 라임, 옵티머스 사건을 지금은 금융수사부에서 맡고 있다. 수사가 원활히 이뤄질 것이라 보나? 

    “내가 맡았던 사건도 아니고 지금 수사 중인 사건이니 이에 대해 내가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 같다.” 

    - 합수단이 사라졌으니 제2의 라임·옵티머스 사건이 발생하기 쉬워졌다고 보나. 

    “나는 그렇게 본다. 합수단의 존재가 금융범죄를 억제하고 있었다. 물론 범죄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검찰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금융감독원 등 담당 기관이 금융산업 전체를 모니터링한다. 합수단은 범죄가 생기면 이를 빠르게 잡아내는 역할을 한다. 칼은 칼집에 꽂혀 있는 것만으로도 위협이 된다. 합수단도 마찬가지다. 죄를 저지르더라도 잡아낼 능력이 있는 공조 수사기관이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크다.” 

    - 그 합수단이 1월 추미애 장관 취임과 거의 동시에 사라졌다. 추 장관이 해체를 지시한 것인가? 

    “최종 지시는 추 장관이 했으나 그전부터 합수단 폐지 이야기가 있었다. 추 장관은 내부에서 폐지 결정이 내려진 뒤 취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 

    - 취임 이후 한 달여의 시간이 지난 뒤 폐지 결정이 나왔다. 

    “최종 결정은 (추 장관이) 내렸을 것이다. 그사이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모른다.” 

    - 직접 설계한 조직인 만큼 애정이 컸을 것 같다. 폐지를 막으려 해보지는 않았나? 

    “추 장관 취임 이전에 합수단을 폐지하면 안 된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그러나 추 장관 취임 전에 이미 합수단 폐지 결정을 돌이킬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 아쉽지는 않은가? 

    “아쉽다기보다는 안타깝다. 합수단의 명성 뒤에는 검찰은 물론 공조해 수사를 도운 모든 사람의 피와 땀이 녹아 있다. 나도 합수단장 시절 매일 새벽 2~4시 퇴근이 일상이었다. 그만큼 모두가 노력했다. 금융시장에서는 합수단 폐지가 감시감독기관 폐지라 생각한다. 그것이 합수단 폐지의 가장 큰 손실이라 생각한다. 합수단 폐지보다는 오히려 발전시키는 편이 맞다.” 

    - 합수단 폐지가 예정된 수순이라는 분석도 있다.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축소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문무일 검찰총장 시절 검찰 수사권 조정에 관한 업무도 했다. 당시에도 금융범죄에서 검찰의 수사권 개입을 최소화하자고도 이야기했다. 남부지검도 금융수사 파트를 떼내서 외부에 금융수사 전문 기구를 신설하는 방식도 건의했다.” 


    범죄만 막을 수 있다면 수사권 고집하지 않아

    - 의외로 검찰 내부에서 검찰 수사권 조정에 적극적이었다. 

    “나를 비롯해 대부분의 검사들이 검찰 수사권 조정에 반대한 것은 아니다. 검찰개혁이 필요하고 검찰의 직접수사를 축소, 분산하고 보다 철저한 사법통제, 수사지휘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검사가 많다. 2019년 7월 대검찰청이 ‘마약조직범죄수사청(마약청)’ ‘조세범죄수사청(조세청)’ 등을 검찰에서 분리하겠다며 법안을 내기도 했다. 지금 검찰 내부 반발이 있는 이유는 현 정부의 검찰개혁 방향에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검찰은 수사권을 내려놓는다는 취지로 마약청, 조세청 등 독립수사청 설립 방안을 내놓았으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며 무산됐다. 조 전 장관은 2019년 10월 18일 ‘검찰개혁방안 브리핑’의 질의응답 중 ‘대검이 검토한 마약청 설립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논의가 진행됐나’라는 질문에 “완전히 새로운 청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지 않다. 

    대검찰청, 경찰청 외에 별도로 청을 만드는 것은 거대한 조직을 새로 만드는 일이다. 본격적 논의는 법무부가 아니라 국회에서 해야 하는 것으로 안다”라며 법무부에서는 독립청 설립 추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 일반 범죄가 아닌 금융범죄 전문기관이 꼭 필요한 이유가 있나? 

    “VIK(벨류인베스트코리아), 라임, 옵티머스 등 대규모 금융범죄에서 알 수 있듯 금융범죄의 주 피해자는 불특정 다수의 서민이다. 이 같은 유형의 범죄가 계속 발생한다면 국민이 금융시장을 더는 믿을 수 없게 된다. 해당 범죄를 일벌백계하고 사전에 재발을 막아야 한다.” 

    - 추후 필요하다면 합수단 혹은 그와 유사한 기관이 다시 생길 수 있다고 보나? 

    “내가 왈가왈부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국민들이 금융범죄 전문수사기관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면 (관련 기관 설치가) 다시 논의될 수 있다고 본다. 검찰의 수사권 강화가 문제 된다면 금융범죄관리청 같은 별도 기관도 고민해 볼 수 있다.” 


    “검찰은 정부의 검찰개혁 방향과 방법 동의 안 해”

    문 전 지검장은 8월 7일 추 장관이 단행한 하반기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 인사 직후 사의를 표명했다. 당시 인사에서 문 전 지검장은 수사권이 없어 한직으로 평가받는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전보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좌천성 인사라는 해석도 있었다. 2월 전국 지검장 및 공공수사 담당 부장검사 회의에서 문 전 검사장이 친정부 인사로 분류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공개 비판했기 때문. 문 전 검사장은 이 자리에서 이성윤 지검장에게 “검찰총장이 지시한 사항을 3번이나 어겼다는데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라고 지적했다. 

    문 전 검사장은 검찰을 떠나며 인사 다음 날인 8월 8일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사퇴의 변을 남겼다. 글을 통해 그는 “‘친정권 인사들’ 이니 ‘추미애의 검사들’이니 하는 편향된 평가를 받는 검사들을 노골적으로 내세우는 행태가 우려스럽고 부끄럽다”라며 추 장관의 인사를 비판했다. 그의 글에는 56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법무법인 선릉 사무실 벽면 한쪽에는 당시 동료들이 달아준 댓글을 새긴 동판이 걸려 있다. 

    - 검찰 내부에서는 정부의 검찰 개혁 드라이브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검찰은 정부의 검찰개혁 방향과 방법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 정부의 검찰 개혁안 중 어떤 부분이 문제라고 보나? 

    “그 내용까지는 말할 수 없다” 

    - 금융범죄 수사전문가로 활동해 왔다. 수사기관을 떠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나? 

    “합수단이 없어지고 새로운 금융시장 감독·수사 기구에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이 아쉽다. 금융위원회가 2013년 주가조작 및 금융범죄 감독의 컨트롤 타워로 자본시장조사단을 설치했으나 아직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금융범죄 수사기관으로 금융감독원에 특별사법경찰도 신설했으나 이제 걸음마 수준이다. 이들이 조사 및 수사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해야 했는데 그렇게 할 기회가 없었다.” 

    - 검사로서는 후회가 없나? 

    “없다.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 윤석열 검찰총장도 문 전 지검장의 사직 인사 표명에 아쉬워했을 것 같다. 

    “이 사안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 

    -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자라는 것을 밝힌 검사다. 10월 29일 이 전 대통령의 유죄가 확정됐다. 당시 수사 검사로서 소회를 밝힌다면. 

    “소회랄 것은 없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 당시 수사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금융전표가 없었다. 금융전표는 금융거래 상세 내역을 남긴 것으로 금융거래의 주소라 볼 수 있다. 이 문서의 보존 기간이 5년이다. 수사 당시에는 전부 폐기된 상태였다.” 

    - 어떻게 금용거래 내역을 찾아냈나? 

    “운이 좋았다. 거래 내역만 가지고 자금세탁 내역을 찾아냈다. 기업의 소유주가 누구인지 확인하려면 결국 돈의 흐름을 쫓아야 한다. 흐름을 쫓다보니 귀착지가 그분(이 전 대통령)이었을 뿐이다.”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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