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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진 대구시장 “‘압도적 촛불’로 당선된 文, 국민들 조금만 포용했더라면…”

“보수, 통렬하게 반성하고 다시 태어나야”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권영진 대구시장 “‘압도적 촛불’로 당선된 文, 국민들 조금만 포용했더라면…”

  • ● 하루 확진자 741명, 38일간 野戰 생활
    ● 敵은 보이지만 코로나는 보이지 않아…혹독한 惡夢
    ● 위대한 시민정신, 의료진의 헌신, 감염원 조기 격리
    ● 대구·경북 분할 40년…주민투표로 500만 ‘메가시티’ 추진
    ● 국민들로부터 고립시키는 보수, 사람 안 키우는 정치
    ● “네가 벼슬할 동안 정치가 좋아졌느냐” 물으면 부끄럽다
    ● 大權은 대구시민이 결정…‘그만하라’면 집에 가야지
권영진 대구시장. [지호영 기자]

권영진 대구시장. [지호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세 자릿수를 이어간 11월 11일, 기자는 대구로 가는 KTX에 올랐다. 탑승객들은 모두 마스크를 썼다. “열차 내에서는 음식물 섭취가 금지돼 있다”는 안내 방송이 주의를 환기시켰다. 

지난 1월 19일 중국인의 입국으로 국내 첫 확진자가 생긴 이후 코로나19는 우리의 인식과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대구의 악몽’이 시작점이었다. 2월 18일 31번 확진자가 발생한 뒤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2월 29일에는 하루 확진자가 741명(전국 909명)까지 치솟았다. 실체를 모르는 감염병에 대한 두려움은 대한민국을 더욱 꽁꽁 얼어붙게 했다. 그로부터 8개월 뒤, 대구는 평온을 되찾은 듯 보였다. 이날 발생한 국내 확진자 146명 중 대구에서의 확진자는 없었다. 

“지난 4월 11일 이후 확진자는 한 자릿수로 안정적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7월 4일부터 8월 15일까지 43일간에는 단 한 명의 지역사회 감염 사례가 없었고요.” 

권영진(58) 대구시장의 표정도 평온을 되찾은 듯 보였다. ‘코로나와의 전쟁’ 당시 38일간 야전침대에서 지내며 전투를 이끈 수장(首將)은 “아직 ‘코로나 종전(終戰)’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 없다”며 방역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시민들의 실천력은 ‘K-방역’ 핵심

권영진 대구시장이 7월 25일 코로나19 자원봉사에 참여한 의료진에게 감사의 뜻으로 큰절을 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권영진 대구시장이 7월 25일 코로나19 자원봉사에 참여한 의료진에게 감사의 뜻으로 큰절을 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 수도권을 중심으로 소규모 집단감염이 지속되고 있다. 대구는 첫 확진자 발생 53일 만인 4월 10일 확진자 수 ‘0’을 만들었다. 비결은 무엇인가. 

“그렇다.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던 도시에선 여전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양상을 보이는데, 대구는 세계사에서 대유행을 가장 빠르게 안정화했다. 하루 확진자 수가 741명까지 치솟았고, 18일간 100명 이상 확진자가 발생했는데도 결국 ‘확진자 제로’로 만들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위대한 시민정신과 의료진의 헌신, 감염원의 조기 격리 조치 등 우리 스스로 ‘무기’를 갖추면서 적극적으로 대응한 게 위기 극복의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한다.”



-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대구시민들은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모두 방역 주체가 됐다. 스스로를 봉쇄하고 방역수칙을 지키며 서로 위로하는 위대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전국 2500명 이상의 의료진은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와 눈물겨운 사투를 벌였고,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자원봉사와 물품을 지원했다. 그 연대와 협력이 큰 힘이 됐다. 여기에 첫 확진자 발생 다음 날 공무원 100여 명이 투입돼 (첫 확진자가 다닌) 신천지 교회 교인 9336명을 전수 조사했다. 10개 감염전담병원을 지정해 3124병상을 확보하고, 전국 지자체와 민간의 도움으로 15개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했다. 이는 의료 시스템 붕괴를 막아낸 획기적인 결정이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20여 일간 대구에 상주하는 등 공무원과 방역 당국의 헌신도 컸다.”

- 미국 애틀란타, 일본 고베 등 세계적 도시와 주한 외교공관에서 대구시에 ‘K-방역 노하우’를 공유해 달라는 요청이 잇따랐는데. 

“그렇다. K-방역 모델은 ‘대구형 방역’이라고 생각한다. ‘대구형 방역’ 핵심은 정부 당국에 대한 신뢰, 공동체를 지켜야 한다는 시민들의 헌신이자 스스로 실천하는 시민 참여형이다. 그래서 K방역 수출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국민을 수출하든지 국민들의 정신을 수출해야 하니까(웃음). 마스크가 가장 중요한 방역 수단이자 백신이라는 걸 깨닫고, 대인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참여하는 ‘시민들의 실천력’이 가장 중요하다. 3월 14일 시작된 ‘3·28 대구운동’(모든 방역 역량을 집중하고 시민 이동을 최소화해 확진자 한 자릿수 이하로 만들겠다는 운동)에서 보여준 대구시민의 자발적 참여가 코로나19 극복에 효과를 나타내면서 현재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확장됐다.”

- 시청으로 오다 보니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이 눈에 띄더라. 대구·경북 지역은 예부터 공동체에 대한 헌신과 위기 극복 DNA가 있는 거 같다(국채보상운동은 1907년 2월 일본에서 도입한 차관 1300만 원을 갚아 주권을 회복자려는 주권수호운동이다). 

“맞는 말이다. 대구·경북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항일 애국지사를 배출했고,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하는 등 위기 극복 DNA가 있다고 본다. 낙동강 전투에서 보여준 빛나는 호국정신과 배고픔을 이겨내려는 근대화 산업화 정신도 살아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코로나19가 대구에서 유행한 것은 아픔이지만, 대구였기에 조기 극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고 생활치료센터 도입을 건의한 의료진의 도전 정신, 오랜 시간 지역 의료계와 돈독히 쌓아온 민관 협업관계 등도 중요했다.”

38일간 야전침대 생활…“잠도 안 왔다”

- 심정은 어땠나.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될 초기에는 병상 부족으로 굉장히 힘들었을 거 같다. 

“지난 2~3월에는 38일간 야전침대 생활을 하면서 매일 ‘혹독한 악몽’을 꿨다. 보통 전쟁은 적이라도 보지이만 코로나와의 전쟁은 적이 보이지 않았다. 초기에는 ‘무기’도 없었다. ‘시민을 지켜야 한다, 전국으로 확산되기 전에 대구에서 코로나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하루에 쪽잠 자봐야 두 시간이다. 잠도 안 왔다. 초기에는 병상이 부족하니 집에 대기하는 환자도 많았고, 의사 160명이 스마트폰으로 집에 있는 환자를 원격 진료해야 했다. 민간 의료기관들을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전환하거나 한 병동 전체를 전담 병동으로 전환하면서 부족한 병상을 확보해 나갔다.” 

- 하루하루가 전쟁터였겠다. 

“환자 발생 상황을 종합하면 밤 11시가 넘고, 이후 환자 상태와 어렵게 구한 병실 데이터를 보고 내일 아침 어느 환자를 어떤 병실로 옮길지 계획을 짜야 했다. 그러면 새벽 2시다. 현 상황을 공유하는 메시지를 다듬으면 어느새 새벽이다. 브리핑에 따라 시민들이 개인 방역을 취하기 때문에 브리핑 문구는 굉장히 중요했다. 늦어도 오전 8시까지 이송 병원이 적힌 환자 명단을 소방본부에 전달하면 소방본부가 환자 이송을 시작했다. 날마다 이런 일의 연속이었고, 환자들 사망 보고를 들을 때는 정말 힘들었다.” 

3월 1~15일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보름간 의료 봉사활동을 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당시 ‘신동아’와의 전화 통화에서 대구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의료진은 부족하고, 병실 입원 환자보다 바깥에서 대기하는 환자가 더 많다. 전쟁터가 따로 없다. 남편과 함께 확진 판정을 받은 여성 환자는 각각 다른 병원에 입원했는데, 어제 남편이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기막힌 상황을 누구에게 하소연하나’라며 가슴을 치더라. 매일 환자의 하소연을 듣고 고통과 죽음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현장에서 함께하고 있다.” 

- 코로나는 극복했지만 대구는 제조업에서만 취업자 수가 2만 명 감소하는 등 경제 타격도 심각한데. 

“코로나19로 가장 큰 고통을 겪은 데다, 대기업 없이 중소기업과 자영업 등 코로나에 취약한 산업구조이다 보니 여느 지역보다 더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이제는 대구의 ‘경제 방역’도 서둘러야 한다. 그래서 대구시 슬로건으로 ‘방역의 모범 도시에서 이제는 일상 회복과 경제 도약의 모범 도시로’를 정하고 일상 회복과 경제 도약에 집중하고 있다.”

대구·경북이 통합해야 하는 이유

- 최근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도 지역 경제 활성화의 한 방편인가(대구시와 경북도는 지난 9월 대구·경북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켜 내년 6월 시·도민 주민투표를 통해 통합을 결정하기로 했다. 7월에 통합 지방정부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대구와 경북의 행정이 나누어진 지 내년이면 40년이다. 돌아보면 행정이 나뉜 탓에 협력보다는 소모적인 경쟁과 갈등이 많았고, 경제 침체와 인구 감소의 한 원인이 됐다. 어떻게 보면 절박함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 우리를 행정통합으로 가게 했다.” 

- 대구·경북은 ‘한 뿌리’였는데 굳이 행정통합이 아니어도 충분히…. 

“그렇지 않더라. 대구시와 경북도가 ‘한뿌리 상생위원회’도 만들어 경제통합 논의를 해봤지만 결국 행정이 나뉘어 있으니 안 된다. 광역단체의 각종 통계가 행정 단위로 나오니까. 예를 들면 대구 거주자가 인근 경북 경산으로 이사 가면 대구의 인구 유출로 잡힌다. 이를 토대로 재정과 정책이 결정된다. 현재의 전국 17개 광역시·도 체제는 중앙정부가 분할 통치하기에 딱 맞는 구조이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은 이룰 수 없다고 본다. (통합으로) 규모의 행정·경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건 시대정신이고, 메가시티’로 가야 미래가 있다고 판단했다.” 

- 문재인 정부는 연방제에 버금가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약속했는데. 

“노무현 정부 때 시작한 분권과 균형발전, 그 정신은 옳다고 본다. 그런데 세종특별시 설립 이후 8년여를 돌아보면 수도권 연담화 현상(Conurbation·중심도시 팽창으로 주변 도시와 함께 거대 도시가 형성되는 현상)으로 세종시 등 충청권 일부에선 인구가 늘었지만, 추풍령 이남 모든 시·도는 전부 인구가 줄고 산업이 침체됐다. 현 정부가 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해 애쓰지만 17개의 ‘작은’ 시·도로는 효과가 없다. 내가 (2019년 7월부터 1년간) 시도지사협의회 회장을 하면서 지방소비세 비율을 (부가가치세의 15%에서) 21%로 올리는 것도 굉장히 어려웠다. 이후 30%로 올리려고 하니 시·도 간 처지에 따라 합의가 잘 안됐다. 이 예만 봐도 현재 17개 시·도 체제로는 지방분권이 불가능하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넘겨주는 지방소비세 비율은 지난해 부가가치세의 15%에서 올해부터 21%로 6%포인트 올랐다. 그러나 인구가 많고 거래가 많이 발생해 민간최종소비지출이 많은 광역시는 상향된 비율만큼 지원받기에 환영한다. 반면 도(道)의 경우 지방세율을 높이면 상대적으로 국세 비율이 줄고 지방교부세도 감소할 수밖에 없어 반발한다. 권 시장은 이 부분을 지적하면서 “결국 시·도 통합이 돼야 재정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권 시장 말대로 희생과 헌신 등 대구의 정신은 잘 알겠지만, 한편으로 대구·경북은 늘 보수정당에 표가 쏠리고, 권위주의와 폐쇄성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정치 프레임이다. 전두환·노태우 정권을 거치면서 지역주의로 민주주의를 왜곡시킨 과정에서 대구의 혁신성과 민주성이 가려진 측면이 있다. 흔히 대구·경북을 보수적 도시라고 생각해 민주주의와 거리가 있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헌정 사상 최초의 민주화운동인 2·28 대구민주화운동(자유당 정권이 당시 야당 장면 부통령 후보 연설회에 학생 참여를 막은 게 발단이 돼 일어난 학생 의거로 4·19혁명의 기폭제가 됐다)도 대구에서 일어났다. 올해 총선에서 대구 지역 (12개 선거구에서) 보수정당 후보가 많이 당선(미래통합당 11명, 무소속 1명)된 것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과 한편으론 대구·경북이 고립되면서 저항하는 측면의 투표 경향도 있었다. 앞서 20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1명(김부겸),무소속 3명(주호영, 유승민, 홍의락)이 선출됐다. 서울처럼 민주당이 다수가 돼야 탈(脫)보수, 탈수구인가. 정당이 하기에 따라 정치적 다양성이 가장 잘 살아 있는 곳이 대구다. 호남과 달리 대구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당선되기 어려운 것은 민주당 정책이나 후보 면면이 시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대구에서 왜 이런 투표 성향이 나오는지 잘 생각해야 한다.”

“민주당이 다수가 돼야 탈(脫)보수인가”

- 보수 유권자들은 변화에 대한 열망은 큰데 보수정당과 정치가 그 열망을 담아내지 못하는 측면도 있는 거 같다. 

“내가 2014년 시장에 도전할 때 모두들 ‘턱도 없다’고 했다. 나는 대구에서 고등학교(청구고)만 졸업하고, 지역 기반도 없었으니까. 박근혜 정부에서 재선, 3선 ‘원조 친박’ 의원 출신 후보들과 경쟁했으니 그럴만 했다. 그래도 ‘경쟁의 무풍지대에 새바람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정치적 변화만을 생각해 도전했는데, ‘덜커덕’ 당선됐다. 그건 대구시민들의 변화에 대한 갈망이라고 본다. 문제는 결국 정당이 바뀌지 않으면 정치를 바꿀 수 없다는 점이다. 그동안 보수 정치인들은 표는 유권자가 주는데 ‘당 보스’에게만 잘 보이려고 했고, 특히 대구·경북은 공천만 되면 당선이 보장되는 관행이 반복되다 보니 경쟁력 있는 정치인들을 키워내지 못했다. 지금은 대한민국에 제대로 된 보수가 있느냐는 물음을 던져봐야 할 때다.”

- 어떤 의미인가. 

“요즘 자칭 보수라는 사람들은 보수가 뭔지도 모르고 떠든다. 보수의 가치와 행동양식, 윤리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는 거 같다. 분단과 냉전을 거치면서 반공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구호로 외치면 보수인 줄 안다. 편하게 보수 행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작 보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에 대한 도전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려고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지속가능한 복지’도 보수가 만들어가는 건데, 우리는 성장과 복지를 대립 개념으로 놓고 보니까 포퓰리즘이라고 욕하면서도 끌려간다. 자유민주주의 역사는 치열한 고민과 투쟁의 역사인데, 그런 고민과 투쟁보다는 현재 보수 (정치) 세력은 보수 전체를 국민들로부터 점점 고립시키는 정치를 한다. 국민의힘도 다르지 않다. 그리고 사람을 안 키운다. 보수 정치는 곧 의회민주주의이고, 대화하며 타협해 가는 정치인데도 권력 독점으로 끊임없이 계파 싸움을 하다 보니 새인물의 ‘씨’가 말랐다. 지금도 ‘이 사람은 이래서 안 된다’는 배제의 정치를 하고 있지 않나. 끝으로 보수정치는 품격이 있어야 한다. 막말로 상대를 자극하고 폄하하는 게 용인되는 정치는 국민 다수의 지지도 얻지 못한다. 이제라도 보수는 통렬하게 반성하고 다시 태어나야 한다.”

- ‘씨’가 말라서인지 현재 보수 정치권에서는 차기 대선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 권 시장의 대권 출마설도 나오는데. 

“나는 광역단체장은 국가를 위해 일할 준비와 소명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광역단체장들은 잠재적 대권주자다. 다만 대권 도전이 개인 욕심으로 이뤄지는 건 아니다. 대구시장이 되는 순간부터 나의 정치적 운명은 대구시민의 것이다. 대선으로 갈지, 3선 출마를 할지, 아니면 집으로 갈지는 시민이 정해주는 거다. 1년 정도 경제 회생에 전념하다보면 시민들이 길을 제시해 줄 거라고 본다. 시민들이 ‘그만하라’면 집에 가야 한다.”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개인적으로 1999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를 통해 정치에 입문해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18대) 국회의원 등 국민 은혜를 많이 입었다. 그런데 문제는 ‘네가 벼슬할 동안 우리 정치가 좋아졌느냐’고 물으면 솔직히 부끄럽다. 정치할 시간이 많이 남은 나이도 아닌 만큼 ‘좋은 정치를 만드는 데 밀알이 돼도 좋다’고 생각한다. 나를 포함해 기성 정치인들이 너무 부끄러운 (정치적)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도 ‘촛불혁명’이라는 압도적 분위기를 몰아 당선된 만큼 조금만 포용했다면 국민 대통합으로 갈 수 있었는데 너무 아쉽다. 남은 임기만이라도 다른 건 몰라도 통합의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더 상세하게 말하면 시장이 너무 정치적 발언을 한다고 할 거니까 여기까지만 하자.”




신동아 202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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