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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건 작건 고양잇과 동물은 뼛속까지 사냥꾼

[동물萬事⑲] 사막스라소니가 새를 잡는 법,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

  • 이강원 동물칼럼니스트 powerranger7@hanmail.net

크건 작건 고양잇과 동물은 뼛속까지 사냥꾼

사막스라소니라고도 불리는 카라칼. [GettyImage]

사막스라소니라고도 불리는 카라칼. [GettyImage]

고양잇과 동물의 사냥이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사자, 호랑이, 표범, 재규어 같은 대형 맹수다. 이 녀석들은 그 덩치에 걸맞게 사냥감들의 체구도 크다. 물소, 사슴, 가젤 등 대형 초식동물을 잡아먹는다. 고양잇과 맹수들은 큰 사냥감의 뒤로 조심스레 다가가 단숨에 제압한다. 등 위에 올라타거나 앞발로 붙잡은 뒤 날카로운 송곳니를 목에 박아 넣는다. 

중소형 고양잇과 동물은 육중한 친척과는 처지가 다르다. 이 녀석들에게 사슴이나 가젤은 그림의 떡이다. 그렇다고 사냥 실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작은 고양잇과 동물들도 자신에게 맞는 작은 사냥감을 노린다.

사냥감 향해 덩크슛, 서벌

아프리카 사바나 초원에 사는 소형 고양잇과 동물 서벌. [GettyImage]

아프리카 사바나 초원에 사는 소형 고양잇과 동물 서벌. [GettyImage]

체중이 10㎏ 내외인 서벌(serval)은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열대초원 사바나(savanna)가 고향인 고양잇과 동물이다. 고양잇과 동물 중 체중 대비 다리 길이가 가장 긴 편에 속한다. 긴 다리를 이용한 점프가 서벌의 무기다. 도움닫기 없이 뒷다리 힘만으로 2~3m는 가뿐하게 뛰어오른다. 

서벌의 도약력은 새 사냥에 적합하다. 낮게 나는 새에게 서벌이라는 조류 전문 사냥꾼은 공포의 대상이다. 작은 새를 잡아먹는 포식자들은 보통 높은 곳에서 먹잇감을 노린다. 맹금류는 작은 새보다 높은 곳을 날다 급강하해 사냥감을 공격한다. 육지에 사는 포식자들은 비행을 끝내고 착륙한 새를 노린다. 새들은 자신보다 위, 혹은 같은 높이의 습격에만 대비하는 경우가 많다. 갑자기 땅에서 솟구치는 서벌의 기습을 새가 예측하기는 어렵다. 

갯과 동물과 곰과 동물은 사람보다 수십 배 이상 예민한 후각을 가지고 있다. 수㎞ 밖의 먹잇감 냄새도 코로 찾아낼 수 있다. 고양잇과 동물은 갯과, 곰과 동물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냥감을 찾는다. 고양잇과 동물은 후각 대신 청각을 백분 활용한다. 360도 회전하는 레이더처럼 귀를 돌려가며 사냥감의 움직임을 포착한다. 



서벌도 귀로 먹잇감을 찾는다. 사바나에는 나무가 많지 않아 작은 새들은 풀숲에 몸을 숨기고 더위와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지킨다. 서벌에게는 먹잇감이 풀숲에 숨은 셈이다. 그래서 배고픈 서벌은 풀숲에서 새가 내는 소리에 굉장히 민감하다. 

아무리 풀숲에 숨은 새라도 날려면 날개를 펴고 움직여야 한다. 그러면 새의 날개와 풀이 부딪친다. 그 순간 작은 소음이 발생한다. 이 소리는 숲에 숨어 먹잇감을 찾던 서벌에는 구원의 종소리와 같다. 서벌은 이 소리를 듣자마자 새 사냥을 시작한다. 

서벌은 새가 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빠르게 자리를 잡는다. 새가 날아오르자마자 소리가 들린 쪽으로 높게 뛰어오른다. 그러고는 날아오른 새를 앞발로 후려친다. 배구선수가 배구공을 스파이크하듯 서벌은 새를 앞발로 찍어 내린다. 서벌의 공격은 작은 체구의 새에게는 치명적이다. 한 번의 공격에 새는 다시 날 수 없을 정도의 상처를 입는다. 날카로운 청각, 뒷다리 힘으로 하는 점프, 고양잇과 동물 특유의 앞발 펀치가 서벌의 새 사냥 성공 공식이다. 

서벌은 사바나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동물이다. 멋진 무늬와 늘씬한 몸매, 부담스럽지 않은 적당한 크기는 인간의 심미안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호기심 많은 사람들은 서벌 수컷과 타이 출신 시암고양이(Siamese cat) 암컷을 교배해 사바나캣(Savannah cat)이라는 이국적 고양이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야생동물을 반려동물 개량 작업에 사용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는 의문스럽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 카라칼

서벌처럼 새 사냥에 능한 고양잇과 동물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카라칼이다. 카라칼과 서벌은 수백만년 전 공통 조상에서 갈라졌다. 카라칼과 서벌은 먼 친척이지만 외모가 전혀 딴판이다. 카라칼은 서벌보다 체중이 두 배가량 무겁다. 체중 20㎏의 카라칼은 사자와 표범, 치타를 제외하면 아프리카 고양잇과 동물 중 가장 크다. 서벌이 늘씬한 모델 같다면, 카라칼은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아널드 슈워제네거처럼 온몸이 근육질이다. 타고난 근육 덕분인지 카라칼은 표범처럼 환경 적응 능력이 뛰어나다. 서벌은 사바나에만 서식하지만 카라칼은 사바나는 물론 중동, 중앙아시아, 인도에도 살고 있다. 사막스라소니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카라칼은 서벌과는 다른 방법으로 사냥한다. 서벌의 새 사냥이 높이뛰기라면 카라칼의 사냥은 멀리뛰기와 비슷하다. 멀리뛰기는 속도, 무게, 민첩성이 조화를 이뤄야 좋은 기록을 내는 종목이다. 탄탄한 체구의 단거리 선수들이 멀리뛰기 선수를 겸업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미국 육상계 독보적 스타인 단거리 육상선수 칼 루이스가 대표적 예다. 루이스는 1984년 LA올림픽부터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까지 단거리 달리기 종목으로 4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 9개, 은메달 1개를 수상했다. 멀리뛰기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선보였다. 올림픽 멀리뛰기 4연패 기록을 가지고 있다. 주 전공이 단거리인지, 멀리뛰기인지 헷갈릴 정도다. 카라칼도 뛰어난 단거리 달리기 선수다. 카라칼은 몸을 채운 근육을 활용해 최고 시속 80㎞까지 순간적으로 달릴 수 있다. 사냥에서는 달리기가 아닌 멀리뛰기를 이용한다. 

카라칼은 낮게 나는 새를 발견하면, 서벌과는 다르게 그 자리에서 공중으로 뛰지 않는다. 마치 근육질의 칼 루이스가 멀리뛰기하는 것처럼 빠른 속도로 도움닫기 후 창공을 향해 점프한다. 최대한 멀리 그리고 되도록 높이 하늘을 가른다. 공중에 솟아오른 카라칼은 고양잇과 동물이 아닌 날개 달린 맹금류처럼 보이기도 한다. 

카라칼은 목표물을 공중에서 만나면 뛰어오른 가속도를 이용해 앞발을 내민다. 아프리카의 타조나 호주의 에뮤(emu) 같은 초대형 주조류(走鳥類)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새는 체중 20㎏ 고양잇과 동물이 체중을 실어 앞발로 타격하면 정신을 잃는다.

고양잇과 동물 최고의 무기 앞발

가젤을 쫓고 있는 치타. [KMAC]

가젤을 쫓고 있는 치타. [KMAC]

서벌과 카라칼은 새 사냥을 하면서 앞발을 사용한다. 두 동물에 앞발은 사냥 성공을 결정하는 킬러 애플리케이션(killer application)이다. 자신보다 작은 동물을 주로 사냥하기에 앞발만 이용해도 손쉽게 사냥감을 움직일 수 없게 만든다. 치타(cheetah)도 사냥할 때 서벌, 카라칼처럼 앞발을 사용한다. 치타는 보통 자신과 몸집 차이가 크지 않은 가젤, 임팔라 등 영양(羚羊)을 잡아먹고 산다. 서벌이나 카라칼처럼 치타가 앞발로 이들을 내려친다 해도 큰 상처를 입을 것 같지는 않다. 

치타는 앞발과 사냥감의 무게중심을 이용한다. 치타는 시야가 탁 트인 사바나에서 시속 80㎞로 질주하는 톰슨가젤(Thomson’s gazelle)이나 스프링복(springbok) 같은 스프린터(sprinter)를 주로 사냥한다. 

사자나 표범은 몸집은 크지만 톰슨가젤과 스프링복이 도망가면 잡을 방법이 없다. 늑대나 리카온(lycaon) 같은 갯과 맹수는 느린 발로도 스프린터를 잡아먹는다. 이들은 먹잇감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조(組)를 이뤄 추격한다. 갯과 동물들은 사냥감이 더는 뛸 힘이 없을 때까지 강하게 밀어붙인다. 그게 체력이 강한 갯과 동물들의 전통적 사냥 방식이다. 

치타는 폭발적 속도로 사냥감을 순식간에 따라잡는다. 장거리 추격전은 치타의 사전에는 없다. 그 이유는 치타의 생활 방식, 체력과 관련 있다. 치타는 무리 생활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갯과 동물처럼 체력을 관리하며 교대로 추격전을 펼칠 수 없다. 

전력 질주하는 치타의 속도는 순간 시속 110㎞. 단거리 달리기의 최강자다. 톰슨가젤 같은 스프린터보다 더 빠르다. 치타는 먹잇감과의 거리가 사정권(射程圈)에 들어가면 앞발을 내밀어서 상대의 무게중심을 무너뜨린다. 치타의 앞발 공격에 당한 먹잇감은 발이 돌에 걸린 것처럼 넘어진다. 새가 서벌이나 카라칼의 앞발에 맞으면 땅에 떨어지듯이 스프린터들도 치타의 앞발에 맞으면 바닥에 구르게 된다. 

치타는 약탈 대비도 해야 한다. 사바나에는 치타 이외에도 사자와 표범이라는 대형 고양잇과 맹수가 있다. 이 맹수들은 스프린터를 사냥할 능력이 없다. 도망가는 사냥감을 보며 그저 입맛만 다셔야 한다. 그렇다고 사자나 표범이 가젤의 고기를 못 먹는 것은 아니다. 치타가 사냥한 고기를 빼앗아 먹으면 되기 때문이다. 백수의 제왕 사자도 배고프면 강도가 된다. 약한 맹수가 잡은 사냥감은 자신의 것과 같다. 아무리 제왕이라도 체면보다는 배고픔을 해결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세계에는 배 속에 고기가 들어갈 때까지 안심할 수 없다. 야생에서는 자신이 사냥한 고기라도 100%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빠른 속도로 먹이를 배에 넣는 것이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이 고기를 빨리 먹어야 한다. 그래야지 힘들게 사냥한 식량을 빼앗기지 않는다. 

고양잇과 동물의 사냥 본능은 아프리카 사바나 같은 오지(奧地)에서만 통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람이 기르는 집고양이도 사냥꾼의 야성이 남아 있다. 고양이는 귀여운 외모 덕분에 애완동물로 인기가 높다. 오죽하면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들이 자신을 집사라고 낮춰 부를 정도다. 길거리를 배회하는 고양이도 일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도심에서 길고양이의 엄마(캣맘)를 자처하며 음식을 주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미국 고양이들, 年 5억 마리 새를 사냥하다

작은 새를 물고 있는 고양이. [GettyImage]

작은 새를 물고 있는 고양이. [GettyImage]

고양이는 귀여운 외모만큼이나 사냥 실력도 뛰어나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고양이는 쥐나 다람쥐 같은 설치류 전문 사냥꾼이다. 문제는 설치류 외에 사냥하지 말아야 하는 야생동물도 사냥한다는 점이다. 주 희생양이 되는 것은 작은 새다. 고양이는 서벌이나 카라칼처럼 새 사냥에 탁월한 재능을 가졌다. 

고양이가 사냥하는 새의 개체수는 예상보다 많다. 미국 페로박물관(Perot Museum) 집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연간 고양이가 사냥하는 야생 새는 5억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새를 사냥하는 고양이 중에는 길고양이도 있지만, 주인 있는 집고양이도 있다. 

길고양이는 도심 속 야생동물이다.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을 길에서 조달해야 한다. 길고양이의 새 사냥은 먹이를 공수하는 수단 중 하나로 보인다. 집고양이는 길고양이와 사정이 다르다. 주인이 충분한 음식을 제공하니 사냥에 나설 필요가 없다. 집고양이는 사냥 본능 때문에 먹지도 않을 야생동물을 죽인다. 

다른 새들을 사냥해 먹는 맹금(birds of prey·猛禽)류에 달려드는 고양이는 드물다. 아무리 날랜 고양이라고 해도 맹금에게 덤비다가는 날카로운 발톱과 부리 때문에 자칫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대형 맹금류 중에는 작은 고양이를 해칠 수 있는 개체도 꽤 있다. 

주인이 고양이의 외출을 허용한다고 해도 야생조류를 재미로 사냥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 그게 생태계와 주변 환경을 위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자연 환경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전기회로와 같다. 아무 관계가 없을 것 같아 보이는 것도 서로 연결돼 있거나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작은 새는 벌레를 잡아먹어 수목에 해를 끼치는 해충의 수를 조절한다. 작은 새들이 고양이로 말미암아 피해를 보면 주변 숲이나 농경지에도 피해가 발생한다. 중국의 대약진운동(大躍進運動·1958~1960) 때 참새 박멸 사건 부작용이 대표적 예다. 마오쩌둥 당시 중국 국가주석이 농촌에 현지지도를 나선 것이 화근이었다. 농촌의 참새를 보고 마오쩌둥이 ‘해로운 새’라고 지적하자 1958년 중국 전역에서 참새 박멸 운동이 벌어졌다. 참새로 인한 곡식 피해를 줄이겠다는 명목이었다. 1년간 중국인이 잡은 참새는 2억1000만 마리. 중국에 사는 참새가 멸종 위기에 이를 지경이었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아야

당시 중국인들은 참새가 벌레도 먹는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이듬해 참새의 주식인 해충이 전국적으로 창궐했다. 이 밖에 다른 이유가 겹쳐져 중국 전역에 기근이 발생했다. 학계 추산 최소 3000만 명 이상이 아사했다. 작은 새는 이렇게 환경적·경제적으로 소중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야생조류의 불필요한 살생을 예방하면서도 집고양이의 외출을 허용하는 방법이 있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채우는 것이다. 그러면 고양이의 외출로 인해 발생하는 살생의 대부분을 예방할 수 있다. 야생동물들은 청각이 예민하다. 그래서 고양이 목에서 나는 방울소리만 듣고도 충분히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는 전래동화가 가르쳐주듯 방울을 달고 있는 고양이는 야생동물에 두렵지 않은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신동아 2020년 12월호

이강원 동물칼럼니스트 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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